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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2호] 2020년 11월 16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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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야 여기~ 억새 맛집! 단풍 맛집! - 포천 명성산
시민기자 유예숙

산책하며 억새와 단풍을 즐길 수 있는 명성산에 느닷없이 일출을 보러 가자 한다. 일출을 보려면 해 뜨는 시각에 맞추어 가야 하는데 걱정부터 앞섰다. 억새와 단풍, 거기다 일출까지... 환한 대낮에는 낯설지 않았던 장소가 새벽 이 시각의 이곳은 아주 낯설다. 어둠을 가르고 함께 할 손전등이 오늘 산행의 등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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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기자 유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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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비선폭포-등용폭포-약수터-억새 군락지-궁예 약수터-팔각정의 1코스다. 억새밭 3.5km 이정표를 보고 출발이다. 밤의 어둠은 손전등이 가르고 밤의 정적은 발걸음이 갈라놓았다. 걷다가 손쉽게 볼 수 있어 반갑고 감사한 것 바로 이정표와 돌탑이다. 정말 많은 돌탑이 쌓여 있어, ‘사람들 소원이 참 많은가봐, 소원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것인가’ 생각을 하며 밤의 정적을 훼방 놓으며 걸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앙증스러운 미니 돌탑을 만났다. 소원을 빌며 정성을 들인 돌탑 위에 발을 얹고 사진을 찍었다. 산행의 첫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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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기자 유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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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와 데크 다리 수를 세며 얼마만큼 왔나 가늠하고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생각했다. 따뜻하게 입었던 옷이 땀에 젖어 한 꺼풀 벗고 걸으며 생각보다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칭찬하며 도착한 곳은 등용폭포전망대다. “밤 폭포는 처음이니 잠시 쉬어가자”라는 말에 벤치에 앉으니 밤에 들리는 폭포 소리는 더 또렷하게 들렸고 손전등에 비친 단풍은 눈을 호강시켰다. 예쁜 단풍을 못 보고 걷는 밤길이 아쉽기도 했다. 예상대로라면 일출 전 충분히 갈 수 있을 것이라며 빨리 가자고 앞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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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용폭포 데크 다리에서 숨 한번 크게 쉬고 올려다본 하늘에는 초롱초롱한 별들을 보고 와아 너무 예쁘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더 밝고 예쁜 별빛을 오롯이 집중하여 볼 수 있는 시간이기에 더욱 좋았다. 별을 바라보다 걸으려니 어지러워 잠시 주춤했지만 아름다운 별빛을 오래 본 이유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걸었다.

사격장 초소를 지나며 쉬자고 하는 내 말에 아직 한참 멀었다며 좀 더 가서 쉬자고 대답했다. 일출을 향한 조급함 때문인지 힘내라는 말을 하고는 앞서갔다. 큰 돌무덤을 지나 걷다 만난 돌탑들이 작품 전시를 하듯 가지런히 한자리에 놓여있었다. 짧은 돌탑 구경을 아쉬워하며 부지런히 걸어서 약수터에 도착했다. 억새 시작점부터 오르막 구간이라 발걸음 떼기가 쉽지 않았던 차에 쉬어가자고 무거운 가방 내려놓고 물도 마시며 바위에 걸터앉았다. 숨 고르며 바라본 하늘은 또 다른 풍경을 선물했다.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별 하나씩 콕콕 박아 놓은 듯 보이는 보석 나무였다. 보석 나무 보느라 고개 아픈 줄도 모르고 한참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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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이 식으니 한기가 느껴지고 손이 시렸다. 기온 차 극복을 위해 옷을 다시 입었다. 새벽이슬 품은 길가 억새를 보며 천근만근 지친 다리지만 힘을 내어 걸었다. 억새 바람길 입구가 보인다고 조금만 더 힘내라며 잠깐 하늘을 보라 한다. 땅만 보며 힘겹게 걷던 나는 하늘을 보고 또 한 번 환호했다. 허리를 펴고 바라본 하늘에는 별들이 쏟아져 내게로 오는 것 같았다. 나는 손전등을 끄고 두 팔을 벌려 별을 가슴에 안을 듯 자세를 취하고 소리쳐 보았다. 와아~!! 이렇게 별을 보게 되다니. 낮이면 새와 벌레 소리, 바람 소리, 사람들 오가며 떠드는 소리로 가득했지만, 지금은 소리 없이 별빛만 반짝이는 시각이다. 별을 본 시간은 짧았지만, 희열은 강렬했다.

일출이 아니라 별 보러 온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며 희미함을 따라 도착한 곳! 바로 억새 바람길이다. 보석의 부스러기를 깔아 놓은 것처럼 반짝이는 데크 길을 걸으며 보는 억새 군락지는 새벽 공기를 품은 신세계였다. 동트는 곳이 잘 보일 것 같은 전망대에 올라 두근거림과 설렘으로 기다렸다. 먹구름이 끼어 일출을 못 보게 될까 봐 초조함에 발만 동동 구르니 구름 사이로 여명이 보인다며 남편은 희망적인 말을 전했다. 시간이 흐르고 구름 사이로 보여주는 해를 보며 기뻐서 오늘 일출 성공을 외쳤다. 붉게 올라오며 비치는 일출의 따듯함에 몸도 마음도 녹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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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정에 올라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바람결을 느끼며 내려와 추억이 될 사진도 찍었다. 밤길 걷느라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풍경을 확인하고 내려오며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눈부시게 예쁜 억새와 그 사이를 스치는 바람결, 알록달록 어여쁜 단풍들과 밤의 고요함을 가르는 폭포 소리, 쏟아질 듯 밝게 빛나는 보석 같은 별들, 새벽이슬 품은 억새바람길, 동트는 뜨거운 햇살의 기운이 오늘 받은 선물이었다. 그 선물을 받을 수 있도록 억새 맛집, 단풍 맛집 방문하여 맛보며 행복한 가을날들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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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3, 09: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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