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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과 인심이 넘치는 포천 신읍 5일장
2020-06-30 조회수 : 6634
시민기자 변영숙


ⓒ시민기자 변영숙

포천대교 아래로 알록달록 파라솔이 줄지어 선 것이 보인다. 5일장이다. 요즘은 서는 곳도 많지 않은 데다가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 전통시장이 열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5일장’이 너무 반갑다. 바로 차를 돌려 하천가에 세우고 시장 구경에 나선다.

오후 3시가 넘어가고 있어 그렇게 북적거리지는 않았다. 날씨가 궂은 탓인지 빈자리도 많이 띄었다.

포천대교 아래 둔치에서 열리는 신읍 5일장은 매월 5, 10, 15, 20…에 선다. 민속 5일장을 처음 보는 사람은 물론이고 다른 곳의 전통시장을 본 사람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규모가 큰데, 강원도 철원까지 명성이 자자할 정도라고 한다. 1980년 처음 문을 열었다고 하니 신읍 5일장은 벌써 40년 전통을 자랑한다.


ⓒ시민기자 변영숙

“여기서는 아무나 장사해도 되요?”하고 너스레를 떨며 물었더니 “그럼요.” 하는 대답이 들려온다. "자리는 아무 데나 맡으면 되는 거예요?"하고 또 물었더니 그건 상인회에 물어보란다.

40년간 유지되어 오려면 분명 나름 정해진 규율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 상인은 자기 자리가 있어 항상 그 자리에서 문을 연다. 가게만 없지 그 자리가 자기 점포인 셈이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유기와 반상기, 채소, 어물, 약재, 먹거리, 잡화 등이 순서대로 배열돼 있으며 이 순서는 시장이 들어선 때부터 변함이 없다’라고 한다.


ⓒ시민기자 변영숙

시장 입구에는 과일과 채소 가게가 들어서 있었는데, 귤이며 복숭아며, 자두며, 수박, 참외 등이 왜 이렇게 맛나 보이는지. 요즘 한창 제철을 맞은 마늘도 가득 늘어져 있다. 하얀 자루에 들어 있는 각종 양념은 또 어찌나 곱던지. 버섯을 비롯한 특황 작물이나 약재도 많이 눈에 띄었다. 생선과 해산물도 신선도 유지와 보관이 어려울 것 같은데 의외로 모두 싱싱해 보였다. 미꾸라지와 다슬기까지 있었다. 검은깨묵, 올방개묵도 이곳에서 처음 보았다.


ⓒ시민기자 변영숙

민속장에서 먹거리가 빠지면 섭섭하다. 신읍장은 각종 국수부터 등갈비, 양꼬치 등 먹을거리도 다양했다. 두툼하게 기름에 지져낸 녹두전이 먹음직스럽다. 신읍 5일장 ‘등갈비’는 이미 명성이 자자해서 일부러 먹으러 오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등갈비집에는 이미 손님이 꽉 들어찼다. 냇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뜯는 등갈비는 어느 유명 레스토랑 스테이크보다 꿀맛이리라.


ⓒ시민기자 변영숙

시골 장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뻥튀기와 꽈배기가 아니겠는가. 겨울이면 양재기에 엄마 몰래 쌀을 퍼담아 가서 뻥튀기를 튀겨오곤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뻥튀기 가게 앞을 지날 때는 이상하게 꼭 “뻥’ 소리를 들은 다음에야 자리를 뜨곤 했는데 그 기억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멈춰서서 구경을 하다가 뻥튀기를 두 봉지나 샀다.


ⓒ시민기자 변영숙

건강식품과 약초에 관한 책이 대부분인 이동식 서점도 있었다. 요즘 누가 이런 곳에 책을 사러 오겠냐만 그래도 왠지 새 책 같지 않은 손때 묻은 ‘새 책’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책 주인은 책 팔 생각은 안 하고 사진 찍는 내게 ‘초상권’료 내라고 너스레를 떤다. 약초를 파는 상인은 피곤했던지 손님이 오든 말든 의자에 기대어 눈 딱 감고 세상모르고 잠을 잔다. 그런 모습이 시골 장터에 구수한 맛을 더해주는 감초 역할을 한다.


ⓒ시민기자 변영숙

시장은 반 바퀴도 돌지 않았는데 배가 출출하다. 포장마차에 앉아 음식을 먹기는 뭐하던 차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가게가 보였다. 찜통 속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만두를 보니 갑자기 더 배가 고프다. 만두에 찐빵까지 샀다. 5일장의 행렬은 앞으로도 주욱 이어지고 있었는데 따뜻한 만두 먹을 생각에 시장 구경을 마무리했다.


ⓒ시민기자 변영숙

물건도 안 사면서 기웃기웃하는 것이 눈치가 보이지만 가판대에 활짝 펼쳐진 물건을 보면 호기심에 자꾸 흘깃흘깃 보게 되고, 어떤 곳에서는 아예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하게 된다. 사람들이 편리한 마트를 두고 민속장을 찾는 것은 물건도 물건이지만 또 다른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의 추억이라든가, 주거니 받거니 했던 흥정의 즐거움, 하나씩 더 얹어주는 ‘덤’이 상징하는 인심 같은 것들 말이다.

포천대교에서 내려다보니 천변을 가득 메운 알록달록 파라솔이 활짝 핀 여름꽃 같다.


ⓒ시민기자 변영숙

*포천 신읍 5일장
- 장소 포천대교 아래 둔치
- 매월 5, 10, 15, 20, 2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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