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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고개 넘어 군내면사무소까지
2021-02-23 조회수 : 4562
시민기자 서상경

서파사거리는 37번 국도와 47 번국도가 만나는 곳이다. 포천시 내촌면 신팔리 지역이고 교통의 요지다. 이곳에서 포천시청 방향은 국지도 56번을 따라 굴고개를 넘어야 한다.(국지도란 국가지원 지방도의 줄임말이다) 전체거리는 8.6km인데 걸어서 가면 얼마나 걸릴까?

서파사거리에서 이동을 시작하니 잠시 후 화현면 갈림길을 만난다. 이 갈림길을 가로질러 한북정맥이 지나간다. 국망봉-청계산-운악산을 지나온 한북정맥은 이곳에서 수원산으로 연결되고 축석령으로 이어간다. 재미있는 것은 이 산줄기의 오른쪽으로 떨어진 빗방울은 임진강으로 흘러가고 왼쪽으로 떨어진 빗방울은 한강으로 들어가는 것이니 한북정맥은 물길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 그래서 산줄기는 한 지역의 문화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원인이 된다.

1▲화현면 갈림길  ⓒ시민기자 서상경

이제부터는 굴고개까지 급경사 오름길이다. 거리는 그리 길지 않지만 상당히 가팔라서 호흡은 거칠어진다. 겨울에는 자동차도 엉금엉금 기어가는 수준인데 고개 정상까지 30분이 걸렸다. 뒤를 돌아보니 꼬불꼬불한 찻길이 괜찮은 조망을 선사하지만 그건 지나고 난 후의 감상일 뿐.

오래전 고갯길에 바위굴이 있어서 굴현(窟峴) 즉 굴고개의 유래가 되었다. 이곳에서 내촌면과 작별하고 군내면이 시작된다.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군내면 – 조선시대 포천현아가 있었고 포천향교와 반월산성이 자리한 고장이다.

고갯마루에 수원산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는 2010년 5월에 준공하였는데 직두리 부부송을 형상화한 모습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포천시청까지 훤히 바라보인다. 그리고 고개의 왼쪽은 수원산인데 예로부터 포천천의 본류로 수원의 근간이 된다고 했다. 계곡이 깊고 산림이 울창하여 여름에도 빙설이 남아 있으며 한낮에도 구름이 피어오를 정도로 수려한 경관을 지녔다는 것. 오른쪽은 천주산 능선으로 연결된다. 이를 수원산맥이라고 했는데 구읍의 주산인 청성산이 솟아 있고 그 기슭에 향교가 있으니 백두산의 정기가 이곳까지 흘러내리고 있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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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고개  ⓒ시민기자 서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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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산 전망대  ⓒ시민기자 서상경

굴고개에서 휴식한 후 내려간다. 저기 아래에 보이는 군내면 소재지까지 거리는 멀어 보이지만 내려가는 길이므로 행복 시작이다. 다만 도로의 갓길이 좁아서 오르내리는 자동차를 조심하며 걷는다.

마을까지 일사천리다. 농가가 나오기 시작하고 좁은 골짜기에는 밭도 보인다. 이곳은 군내면 직두리 논배마을. 직두리는 원래 피머리였다. 행정구역 명칭을 한자로 옮길 때 피(稷)+머리(頭)로 고쳐 부른 것이다. 아마도 예전에 이곳 높은 지역에 피밭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추측하게 된다. 주민들은 피를 血과 연결시켜 6.25때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날이 궂으면 귀신이 나타났다고 하여 귀신골이라는 이름도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억지 추측은 아닐 것도 같다. 논배란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옛날 가평에서 진실하게 머슴을 살던 사람이 사경을 팔아 독립할 목적으로 포천 지방으로 오던 도중에 도사 한 분을 만났다. “어디를 가면 잘 살 수 있습니까?”하고 물으니 “배를 깔고 앉아라.” 했다. 그래서 배를 찾아다니던 중 현재의 직두리가 배 모양으로 생겼기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때부터 부락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사람들은 머슴을 비유하여 놈배라 했고 이것이 논배로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53▲굴곡진 도로  ⓒ시민기자 서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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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배마을  ⓒ시민기자 서상경

이야기는 지어내기 나름이지만 꾸며낸 이야기는 아닐 터. 논배마을 표석 아래에는 마을의 유래를 적어놓고 있으니 오랫동안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것이겠다. 논배마을이 있는 수원산의 골짜기를 벗어나자 제법 넓은 들판이 나온다. 수원산의 깊고 맑은 물로 만든다는 포천막걸리 공장도 보이고 천연기념물 제460호로 지정된 포천 군내면 직두리 부부송 입구도 지난다.

그런데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고개를 넘던 국지도 56번은 이제 터널이 뚫릴 것이라 한다. 터널은 군내면 직두리와 내촌면 신팔리 5.5km를 잇는 왕복 2차선 도로다. 2025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고개를 지나다니던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도로가 될 날도 머지않았다.

464646▲국지도 56번  ⓒ시민기자 서상경

5353▲군내면사무소  ⓒ시민기자 서상경

포천-구리 고속도로 아래를 지나 군내면사무소에 도착했다. 군내면은 지금의 구읍리에 조선시대 포천현아가 있어서 현내면으로 부르던 곳이다. 1905년 포천군청이 지금의 포천동으로 이전함에 따라 군내면이 되었고 마을은 구읍리가 되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군내면사무소 뒤편에는 수령 400년의 느티나무가 서 있다. 키는 19m이고 나무 둘레는 무려 6m다. 포천현아였던 이곳에는 동헌과 객사 그리고 형방과 감옥이 있었다고 한다. 관아터의 규모는 5400㎡(1,635평)였는데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 무척 아쉽다.

7667▲느티나무에서 바라본 군내면  ⓒ시민기자 서상경

서파사거리에서 군내면사무소까지 전체거리는 8.6km, 2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가파른 고갯길과 2차선 도로는 자동차가 왕래하고 있어서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생각만큼 위험 요소는 없었다. 국도든 지방도든 어느 정도의 갓길은 조성되어 있고 다행히 지나다니는 차량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았던 덕분이기도 하다. 소모된 칼로리는 구읍삼거리에 있는 포천 맛앤멋집 일품수타에서 해결한다. 짜장면과 탕수육이 맛있는 중국요리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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