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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포천 향적산 탐방기
2022-05-11 조회수 : 2968

시민기자 서상경

 

송우리에서 직동으로 가는 길은 삼국시대 교통로였다. 비득재를 넘어 퇴계원을 지나면 한성 백제로 통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진출하려는 고구려나 남쪽에서 북쪽으로 북진하려는 백제, 신라 등은 모두 비득재를 이용했다. 이러한 교통의 요지를 방어하는 목적으로 축조된 것이 고모리 산성이다. 고모리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바라보면 정면은 고모산이고 왼쪽은 죽엽산, 오른쪽은 향적산이다. 죽엽산과 고모산은 산세가 웅장하고 능선이 뚜렷하다면 향적산은 찾는 이가 거의 없는 등산객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따라서 등산로의 시작이나 끝점도 명확하지 않다.

▲고모저수지ⓒ시민기자 서상경

고모저수지에서 동쪽 사면을 타고 향적산 정상으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저수지 둘레길을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다가 호수전원마을로 들어섰다. 예전에 없던 신식 주택들이 동남향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전원주택지 맨 끝에서 능선으로 올라서니 어렵지 않게 향적한 정상에 닿을 수 있었다. 해발 344m, 정상임을 알리는 표석 대신에 삼각점이 있으며 울창한 산림으로 인하여 조망 또한 시원하지 않다.

▲호수전원마을 입구ⓒ시민기자 서상경
▲삼각점ⓒ시민기자 서상경

해발 622m의 죽엽산은 산의 형태가 대나무 잎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고, 해발 386m의 고모산은 노고산으로도 불리는데 고모할미를 모시고 살았던 한 효부의 이야기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온다. 그렇다면 향적산(香積山)의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한자 이름 그대로 풀이하면 ‘향이 쌓인 산’이라는 뜻이 된다. 그러한 이름의 유래에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 무봉리 절터가 아닐까 한다. 무봉리 절터는 조선시대 향적산의 남쪽 비탈면 아래 위치하고 있었다. ‘디지털포천문화대전’에 따르면 사찰의 존재와 폐사를 알리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 규모도 상당했던 것 같다. 2000평이 넘는 평탄한 대지가 형성되어 있는데 석축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석재와 자기 조각 등이 발굴조사에 의하여 밝혀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곳은 절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또 하나의 문화유적으로 밀산군의 묘가 있다. 조선시대 선조 때 왕족이었던 밀산군 이찬은 죽어서 향적한 남쪽 8부 능선에 묻혔다. 그는 살아생전에 도총관과 사옹원 제조라는 관직생활을 했다. 도총관은 조선시대 군무를 총괄하는 으뜸 벼슬을 말하므로 왕족으로서 상당히 높은 벼슬을 했고 인조반정 이후 이괄의 난으로 피신한 인조를 공주로 호송하였던 사람이다.

▲벌목 중인 능선과 절골ⓒ시민기자 서상경
▲향적사ⓒ시민기자 서상경

향적산 정상에서 절골 방향으로 길을 잡으니 거대한 벌목지대가 나온다. 오래된 나무는 솎아내고 새롭게 묘목을 심는 작업이다. 그래서 희미하게 남아있던 산길의 흔적도 사라진 곳이 많다. 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향적산 줄기에서 뻗어 나가 봉우리 하나를 솟구쳤는데 오늘날 무봉리 이름의 유래가 된 무봉 또는 거친봉이다. 동쪽은 고모리, 서쪽은 무봉리, 남쪽은 이곡리, 북쪽은 초가팔리가 위치하여 향적산은 마을을 나누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절골로 내려서니 향적사가 나왔다. 혹시 무봉리 절터가 옛날 향적사라는 이름을 가졌던 것은 아닐까. 산의 이름 또한 절의 이름을 따르거나 그 반대인 경우가 많아서다. 그 옛 절의 이름을 이어받은 것이 지금의 향적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봉리 안내문ⓒ시민기자 서상경

향적사를 둘러보고 내려가니 무봉2리 마을회관이 나왔다. 수령 300년의 느티나무가 이 마을의 역사를 말해주듯 서 있다. 43번 국도가 형성되기 이전에 부인터 막골에서 이곡으로 통하는 길목이었고 소흘읍 고모리뿐만 아니라 가산 등 포천 북부지역의 사람들이 이 길을 많이 거쳐 갔다고 한다. 특히 의정부 우시장이 예로부터 크게 있었는데 이 우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가산과 소흘 주민들이 소를 끌고 새벽같이 이 마을을 거쳐 갔다고 한다.

오늘날 향적산은 죽엽산이나 노고산으로 인하여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그 주변에는 상당한 문화유적과 주민들의 애환을 담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었다. 시간에 여유가 있을 때 느긋한 마음으로 절골을 경유하는 향적산 등정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것이 우리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의 하나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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