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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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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가장 큰 책 <나남 수목원>
포천에서 숲을 걷다.
시민기자 변영숙

포천 시청에서 5km 정도 떨어진 포천 신북면 갈월리에는 한 사람의 삶이 오롯이 녹아 있는 ‘나남수목원’이 자리 잡고 있다.



나남수목원을 가는 길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았다. 굽이굽이 고갯길을 넘어 도착한 나남수목원 입구에는 또다시 실개천이 가로막고 있었다. 다리를 건너 오르막길을 올라 매표소에 도착. 그런데 매표소 직원은 보이지 않고 관리사무소에서 나물을 다듬던 여인이 나와 입장료를 받는다. 매표소 직원이 불필요할 정도로 방문객이 드문 것이다.



나남 수목원은 한눈에도 상업적인 수목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흔한 포토존도 없고, 영화 드라마 촬영지니 하는 상업적 흔적들이 전혀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청정한 수목의 세계에 입장한 느낌이었다. 나는 이런 본연의 수목의 세계가 좋은데 다른 이들은 나무밖에 없다고 불만일 수도 있겠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 공간도 없고 식당도 없으니 말이다.

'나무처럼 살고, 나무처럼 늙고 싶다'는 바램으로 일군 수목원

나남수목원은 ‘나남출판사’의 창업자인 조상호 회장이 일군 수목원이다. 나남출판사는 1979년 5월 창립 이후 지난 40년간 한국 사회과학 및 인문, 문학 분야의 독보적인 출판사로 자리매김하였다. ‘나무처럼 살고 나무처럼 늙고 싶다’라는 평소 바람대로 20만 평 규모의 대지를 사들여 지난 10년간 조상호 회장이 직접 전지 작업을 하는 등 땀과 수고를 기울여 가꾼 수목원이 바로 나남수목원이다.



수목원으로 오르는 길은 잘 포장된 길과 숲속의 오솔길로 나뉜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길은 모두 북 카페로 이어진다. 딱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만큼의 작은 오솔길이 전부인 숲속은 그야말로 초록의 세계였다. 갓 세상으로 나온 푸른 잎새의 싱그러움과 새로운 생명이 품어내는 진한 향이 숲속에 진동했다.



깊고 깊게 초록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걸음을 옮기니 어느새 책 박물관 건물 앞 연못에 닿아 있었다. 싱그러운 봄 햇살을 머금은 연초록 연못에서는 벌써 가을 냄새가 났다. 그만큼 깊고 그윽한 숲의 향기가 베어 있다는 말이다. 목수의 손길이 묻어 있는 나무 의자가 근사해서 일부러 한참 동안 앉아서 연못 풍경을 감상했다.



연못 주변에도 볼거리가 많았다. 연못 앞에 작은 언덕 위에 기품 있는 향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는데, 이 나무는 포천 산정호수 아래 ‘한국 현대 일상문화 박물관’ 수장고 옆에 있던 나무로 오랜 지인 장동수 관장이 기꺼이 선물해 준 나무라고 한다. 달마상의 웃는 얼굴을 조각한 바위도 함께 딸려 왔다고 한다.



백송과 앵두나무 사이 까만 바윗돌 하얀 대리석 위에는 쇼나 조각상 이 세워져 있다. 여인의 머리카락으로 바람 부는 날을 표현한 대단한 작품인데 짐바브웨의 세계적 쇼나 조각가인 본지시 작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그 옆 계단 참에 서 있는 청동 조각상 은 조각가 김영중의 작품이다. 키카 큰 여인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일부러 바윗돌 위 대리석 좌대에 앉혔다고 한다. 알고 보면 수목원 조각 하나, 나무 한 그루에도 조 이사장의 손길이 가지 않은 곳이 없었고 질펀하고 진득한 사람들과의 정이 묻어 있었다.



<나남수목원 북 카페>
 
연못 옆 북 카페 발코니에 서서 일대를 조망하니 연못과 일대 숲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잘 가꾼 수목원이 아니라 아직은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야생의 숲처럼 느껴졌다.



안내문에 따르면 20만 평 규모의 나남 수목원에는 5리가 넘는 실개천과 50년을 넘긴 잣나무, 산벚나무, 쪽동백, 산뽕나무, 팥배나무 등이 어우러져 있다고 한다. 또 곳곳에 헛개나무 밤나무, 느티나무 자작나무 묘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야생화 꽃동산이 있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을 보려면 다리품을 팔아야 하는데 오늘은 눈으로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하고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널찍하고 심플하게 꾸며져 있었다. 카페 한편에는 응접실 혹은 서재처럼 꾸며져 있고 소규모 모임 등이 가능한 공간도 보였다. 독특한 스타일의 가구들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둥근 등받이 나무 의자는 딱딱한데도 너무 편해서 하나 들고 나오고 싶을 정도였다.




책꽂이에는 나남에서 출판한 시집과 소설 등 방문객들이 선호할 만한 책들이 꽂혀져 있는데 수목원의 주인장인 조상호 선생이 쓴 ‘숲에 산다’라는 책도 있으니 꼭 일독하기를 권한다. 수목원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조각 한 점에도 모두 정성과 스토리와 사연이 담겼음을 알 수 있다. 또 40년 출판인으로 살아오면서 만난 동시대의 지식인들과의 귀한 인연들에 대한 소개도 흥미롭다.



‘레몬 블루베리 에이드’ 한 잔을 마시고 밖으로 나오니 햇살이 기울기 시작한 수목원의 바람에는 냉기가 스며들고 있었다. 나남수목원의 자작나무 숲과 인수전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서둘러 산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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