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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포천 100배 즐기기 실천하는 공주클럽
2015-03-12 조회수 : 5723

김순자(신북면 기지리)

“여보, 나 오늘 공주클럽 가입했어!”
“공주 클럽? 이 아줌마들이 왜이래???”


한 달 전, 공주 클럽에 가입했다는 내 말에 남편의 동공이 확 커지면서 ‘아줌마들이 할 일 없이 몰려다니면서 씰데 없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남편 눈에 공주클럽이라는건 여편네들이 돈이나 쓰며 싸돌아다니는 그런 걸로 비쳤을 게다.

하지만 우리 공주클럽은 <공부하는 주부 클럽>이다. 물가는 날로 치솟고 사교육비도 비싸서 가계부 적기가 겁난다. 그래서 맘이 맞는 주부 4명이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기 위해 공부하는 주부가 된 것이다. 공주클럽 가입 후 남편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직접 공부해서 아이를 가르치고, 나도 더 배우면서 생기는 자신감이 놀랍다. 배우고 가르치는 보람이 이렇게 큰 줄 몰랐다. 그래, 난 열공하는 공주(공부하는 주부)다. 아자자!!

ⓒ포천시

내가 공주클럽에 가입하게 된 사연은 이랬다. 얼마 전에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의 영어를 봐 주던 중 우유(milk)를 “밀크”라고 읽어주었더니 아이가 도무지 알아듣지 못했다. 학교 다닐 때는 그래도 ‘한 영어’ 했다고 자부한 나의 발음을 아이가 못 알아 듣는게 이상해 “너는 초등학교 3학년이 밀크도 모르냐?”며 면박을 줬더니 직접 단어를 확인한 아이가 ‘참을 수 없이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하는 말.

“엄마, 그건 밀크가 아니고 ‘미역’이야!!!!!!”

허거덩. 미역? 밀크를 미역이라고 발음한다구? 그랬다. 요즘 아이들은 원어민에게서 배우는 영어이고, 우리는 옛날에 그야말로 새마을 발음으로 배운 것이니 아이가 내 발음을 못 알아먹지. 어디 그뿐인가. 사과(apple)는 ‘애플’이 아니라 ‘애포’란다. 그 후 안 되겠다 싶어 공주클럽에 가입한 것이다.

지난주에는 신북면 가채리에 위치한 청성사와 채산사를 둘러보았다. 청성사는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64호로 지정되어 있는 신라시대의 대학자 최치원의 영정이 봉안되어 있는 사당이다. 채산사 역시 채산사는 면암 최익현 선생과 그 손자 염재 최면식 선생을 모신 사당으로, 두 분 모두 조선시대 말과 일제강점기에 국가의 자존과 독립을 위해 애쓰다 사망한 포천의 애국지사이다. 금년이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여서 이런 곳을 답사하는 의미가 더욱 컸다. 한 달 전에는 가산면 금현리 지석묘와 산정호수 둘레길도 거닐었다.


ⓒ포천시

내가 공주가 되자 남편도 TV시청 시간을 줄였다. 아내가 아이와 공부하고 있는데 옆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게 민망해서였다. 이건 생각잖은 수확이었다. 그리고는 주말이면 TV앞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던 그이가 얼마 전

“돌아오는 토요일 아빠도 따라갈게!”

라며 먼저 제안을 했다. 발 딛는 곳 모두가 문화유적이라는 포천. 아이들이 ‘아빠의 변신’이라며 환호성을 지르고 좋아라 펄쩍 뛴다. 가족의 행복과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분위기도 알고 보면 주부하기 나름인듯 하다. 우리 이웃 주부들 모두 공주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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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된 의견글 1
  • Dalton 2015-08-25 삭제
    Its a real plearuse to find someone who can think like t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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