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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를 살려주세요˝
2016-09-12 조회수 : 4795

김기화(이동면, 주부)


퇴근길에 골목길 주택에서 거친 욕설과 함께 60대 중반의 노인과 30대 초반의 젊은 주부가 크게 다투는 모습이 보였다. 고부간에 갈등이 폭발해 두 사람이 싸우는 게 분명했다. 두 사람의 다툼을 보면서 옛날 고약한 시어머니 이야기가 떠올랐다.

살벌한 시어머니 밑에서 단 하루도 견디기 힘들어하는 며느리가 이대로는 못 살겠다는 생각에 용한 무당을 찾아가 시어머니를 감쪽같이 죽이는 비방을 물었다. 그러자 무당은 시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절미)을 백일 동안 하루도 빼지 말고 조석으로 해 바치면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죽을 것이라 예언했다.

시어머니가 죽기를 바라는 며느리는 그 비방을 믿고 매일 찹쌀을 정성껏 씻고 잘 익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인절미를 해다 바쳤다. 그런데... 죽을 줄 알았던 시어머니는 인절미를 먹으며 오히려 혈색도 좋아지고 점차 며느리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석 달째가 되는 날. 며느리는 덜컥 겁이 났다.

‘이러다 시어머니가 정말 죽으면 어쩌나.’ 며느리는 다시 무당에게 달려갔다.

“내가 잘못 생각했으니 시어머니가 죽지 않을 방도만 알려달라.” 고 사정하며 뉘우쳤다. 이 모습을 본 무당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미운 시어머니는 벌써 죽었지?”

ⓒ포천시

우리가 인생을 살다 보면 미운 사람, 성격이 안 맞아 자꾸 다툼이 생기는 사람, 하는 행동이 마음에 안 들어 짜증 나는 사람 등 여러 부류가 있다. 그것이 가족 중 누구일 수도 있고, 혹은 회사에서나 학교, 또는 어떤 모임 같은 데서도 나와 달라서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용서'라는걸 배웠다. 누군가를 용서하는 것은 꼭 상대편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상대를 놓아줌으로써 그와 나, 두 사람이 해방되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 잘못한 사람도 분명 변명할 거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용서가 가능한 것이다.

상대방의 ‘그것 자체’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배려. 이것이 우리 마음속에 상대방을 미워하는 가시를 빼내는 묘약일 거로 본다.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고 했듯, 결국에 미운 시어머니에게 맛난 인절미로 공양한 며느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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