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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주고 싶은 연화
제주 4·3사건을 바탕으로 한 ‘모르는 아이’를 읽고 나서
2017-03-29 조회수 : 5104

정하윤(포천여중 1학년)

어느덧 초등학교 6년을 마치고 새내기 중학생이 된다. 설레는 마음으로 새 책가방을 메고 초등학교 입학식을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6년간 함께한 정든 학교와 후배들을 떠난다니 아직 실감이 나질 않는다. 중학교 입학식을 하면 실감이 나려나? 이즈음 졸업을 하는 선배로서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하나 있는데 바로 <모르는 아이>(장성자, 문학과지성사)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내가 읽었을 때의 느낌을 후배들도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그리고 실감 나는 표현으로 집중이 잘 되는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더더욱 추천해 주고 싶다. 사실 나는 이 책에 나오는 제주 4. 3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생소했다. ‘제주도에서 이런 일이 있었구나!’ 놀라면서도 아픈 역사를 잘 알지 못함에 조금 부끄러웠다. 그때 나는 6학년 중반에 접어들었을 때였고, 나의 장래희망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했던 시기였다. 만약 후배들도 꿈에 대해 생각이 많아 고민이 된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악조건 속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주인공 연화를 통해 나도 현실에 부딪혔을 때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꼭 해내리라 다짐했으니까 말이다.


제주 4·3 사건을 바탕으로 한 <모르는 아이>라는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 사건이 정확히 무슨 사건인지 몰랐다. 단지 많은 제주 사람들이 사살되었다는 정도일 뿐. 연화의 시선으로 바라본 제주 4·3사건은 그야말로 제주 사상 최대 인명피해를 남긴 사건이었다. 새로운 세상에서 새롭게 변화되기를 꿈꾸는 열세 살 연화와 어느 순간 자신들의 가족들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먼저 표지만 보면 독특한 그림체와 제목이 나의 눈길을 끌었지만 나는 제주 4·3사건이 무엇인지 몰랐고 왠지 어려울 것만 같아 다른 책들을 읽다가 역사를 주제로 한 책에 빠져들면서 다시 <모르는 아이>를 만났고, 주인공 연화를 만나게 되었다.

자신과 동생 민구를 지키기 위해 바다 마을로 향하고 거기서 아빠의 친구와 생활하게 되고, 그러면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연화의 모습이 담겨 있다. 작가님의 고향이 제주여서인지 제주 방언으로 글을 쓴 것이 어색하지 않고, 나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날의 슬픔과 연화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새롭게 시작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연화의 처지가 아주 속상했다.

자신의 꿈이 도드라질 때면 바다 마을에 숨겨진 어둠의 그림자도 짙어지고 불안에 떠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연화를 궁지로 내몰았다. 사람들의 죽음을 볼 수 없었던 연화는 자신이 그들이 찾고 있던 강현구의 동생이라 밝혔고, 그것을 본 사람들은 안도와 함께 죄책감이 동시에 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아직도 나는 이 사건이 누구 때문인지, 왜 일어났는지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사람이 궁지로 몰리면 생존 본능은 강해지고, 작은 잘못이 큰 파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내가 연화였다면 어땠을까? 나도 연화처럼 했을까? 지금의 내가 연화의 상황에 처했다면 사람들을 위해 나를 희생할까? 아마도 난 생존과 사람들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나와 동갑인 연화의 행동이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졌다. 막상 닥치면 난 과연 어땠을까? 라고 나 자신에게 질문도 던져 보았다. 나중에 다시 이 책을 읽는다면 지금과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용기를 가지고 자신 있게 나를 희생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살고 싶다’는 욕구에서 ‘나를 희생하자’라는 생각으로 바뀌는 시간은 연화에게도 아주 힘들었을 것이다.

ⓒ포천시

자기를 바다에서 내쫓고 자기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는 건 어떤 마음에서였을까? 물어보고 싶었다. 아마 다른 선택을 했더라도 연화에겐 큰 상처가 되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연화를 만난다면 안아주고 싶다. 연화의 생각에 공감해 주고, 지친 마음을 헤아려주고 싶다. 무엇보다 따뜻한 나의 온기를 전해주고 싶다. 그리고 용기 있는 연화의 모습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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