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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따스한 어느 아이 엄마
2017-07-11 조회수 : 5674

이성해 (일동면 화동로, 회사원)

버스 터미널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앞에 앉아 있던 사람이 차 시간이 되어서인지 자리를 떴고 이내 그 빈자리에 노숙자 차림의 할아버지가 앉았다. 그러자 오른쪽에 앉아있던 한 젊은 주부가 마치 불에 덴 듯한 몸놀림으로 후다닥 일어나 자리를 떴다. 이어서 약속이나 한 듯이 할아버지의 왼쪽에 앉아있던 젊은 남자마저 일어나 사라졌다. 나는 그들이 왜 자리를 떴는지 짐작이 갔다.

ⓒ포천시

10분쯤 흘렀을까. 너덧 살 정도 된 아이가 할아버지 옆에 와서 앉았고 그 바로 앞에 젊은 주부가 서 있었다. 아이의 엄마였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아이의 볼을 살짝 건드리며 귀엽다고 엉덩이를 두드렸다. 그 순간 나는 아이 엄마가 할아버지의 행색을 보고는 기분 나빠서 아이를 낚아채듯 데리고 사라질 거로 알았다.

그런데 아이 엄마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할아버지께 인사해야지” 하고 말했다. 아이가 할아버지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면서 그 엄마는 자기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어 그 할아버지께 건넸다. “이거, 바나나 우유예요, 아이 주려고 산 건데 아직 안 뜯은 거라. 하나 드세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 엄마의 성품이 천사 같았다.

ⓒ포천시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11살의 백혈병을 앓고 있던 한 소년이 불치병 어린이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미국의 한 재단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병원에 가는 길에 수많은 노숙자를 봤어요. 저들에게 무언가 갖다 줘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분명히 그들을 굶주리고 있을 텐데…”라고 소원을 말했다. 이 일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후 미국 전역에서 많은 사람이 노숙자에게 음식 갖다 주게 됐다고 한다. 그 후 소년은 결국 안타깝게 어머니 품속에서 숨을 거뒀지만, 그가 남긴 사랑의 메시지는 미국인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남았다.

편견을 버린 터미널의 아이 어머니와 노숙자들에게 뭔가를 줘야겠다며 미국인들을 감동하게 한 소년, 모두 다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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