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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을 소녀시대로 만들어 드리며...
2018-09-10 조회수 : 3023
김경자(소흘읍 태봉로)
시부모님은 고향인 가산면 시골 마을에 사신다. 모든 자식을 다 도시로 쫓아버리고 내외분이 고향의 하늘을 이고 생활하는 것을 볼 적마다 죄송하고 뭉클한 심정 가눌 길 없다.
시어머님은 유난히 머리가 희시다. 한번은 “메눌아, 나 머리 좀 해줘라. 흰머리는 싫어” 라시길래 “할머니가 머리 흰 게 뭐가 어때서요 어머니. 아직도 소녀시대인 줄 아시나 봐요” 라며 웃었다. 그리곤 염색약을 사다가 정갈하고 깨끗이 잘 해드렸더니 까맣게 염색한 머리를 보고는 매우 즐거워하셨다. 그렇게 예쁘게 만들어 드린 지 한참이나 지난 7월 말쯤이었다.
ⓒ포천시
“여보, 어머님 염색하실 때 됐어요”
“염색? 미장원에서 하시면 안 되나? 당신 시골 갈 시간 있겠어? 이번 달은 바쁘다며?”
이제 다시 어머님을 ‘소녀시대 윤아’로 만들어 드릴 타이밍이 되어 남편더러 주말에 날 잡아 내려가자 말했더니 남편은 나의 일 걱정을 한다. 하지만 주말에 시골 하루 갔다 오는 게 뭐 어려운 일이랴. 퇴근 후 돌아오는 길에 염색약을 사 들고 오는데 몇 해 전 언론에 크게 나와 온 국민에게 감동을 주었던 ‘지게 효자’라는 제목의 신문 기사가 떠올랐다.
신문에는 중절모를 쓴 아버지와 지게 의자를 짊어지고 걷는 아들의 뒷모습을 찍은 컬러 사진 한 장이 실려 있었다. “아흔을 넘긴 아버님께 금강산을 보여드리고 싶었으나. 고령으로 산에 오를 수 없어 어떻게 모시고 갈까 고민하다 알루미늄으로 지게 의자를 만들어 지고 구경을 시켜 드렸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포천시
양가에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이 있는 나로서는 그 효심에 감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시댁이든 친정이든 부모님 살아 계실 때 더 사랑하고 더 보살펴 드리고 더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 열심히 염색해 드리고 열심히 전화 드리고...
그렇게 시댁에 내려가 어머님의 7월 염색을 예쁘게 해드리고 돌아온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이제 2주 후면 민족 대명절 추석이다. 이번 추석에도 어머님을 소녀시대로 만들어드릴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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