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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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숙(소흘읍 검바위길 84)
그제도 어제도
꼬박꼬박
일기 써-었-니?
확인하시면서
어제도 오늘도
꼬박꼬박
일기도 안쓰는
우리 엄마
이명혜 시인의 동시 ‘일기 2’를 읽다가 가슴이 멈칫했다. 특히 ‘꼬박꼬박’이라는 말이 바늘이 되어 가슴을 찔렀다.
아이들에게 독서습관과 문장력을 길러준다며 책 읽기, 일기 쓰기를 그동안 강권하다시피 한건 아닌지. 그것도 순수한 마음에 책 읽기를 지도한 게 아니라 대학 입시 때 논술 시험 잘 보게 하려는 목적이 훨씬 앞섰던 건 아닌지….
우리 집 아이들에게는 누워서 책을 읽는 버릇이 있다. 퇴근한 남편이 피곤해 드러누워 신문을 펼치고, 아들도 딸도 나란히 그 곁에 드러누워 동화책을 보곤 했다. 대수로운 일도 아니지만, 남편이 퇴근했을 때 드러누워 책을 읽는 아이들을 보니 화가 났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러자 아들 녀석이 “아빠는 드러누워 신문 보면서…”라며 투덜대는 것이 아닌가.
ⓒ포천시
가슴이 철렁했다. 퍼뜩 애 아빠 서재에 걸린 ‘形直影正’(형직영정), 즉 ‘형태가 곧으면 그림자가 바르다’란 글이 떠올랐다. 이는 몸가짐을 항상 바르게 해야 한다는 율곡 선생의 가르침이다.
아이들이 그동안 부모에게서 보고 배운 게 그건데 오죽할까 싶었다. 그날 남편과 조용히 우리의 잘못을 뉘우치며 반성했다. 부모가 바르게 행동해야 아이들도 올바르게 자란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은 것이다. 아이들에게 늘 거울이 되는 부모 아닌가. 공부하라는 말을 하기보다 부모 먼저 책상에 앉으면 그걸로 가르침이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 부부부터 조용히 책을 펼 계획이다. TV를 끄고 책을 읽고, 그 내용과 느낌을 아이들과 함께 나눌 것이다. 그 결과 오늘도 내일도 아침이슬처럼 맑은 눈동자가 나를 바라볼 것이다. 그 눈동자는 말한다.
"궁금해요. 배우고 싶어요. 그렇게 하면 되는 거였네요. 책에 나와 있다고요? 저 그 책 읽고 싶어요. 고맙습니다, 엄마, 아빠.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엄마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