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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할아버지의 건강을 빌며….
2020-01-03 조회수 : 5631

김만석(소흘읍)

"파지 좀 가져가우!"

파지보다 더 낡아 보여서 고물에 가까운 리어카. 두툼하게 묶인 신문지와 박스 골판지를 싣고 우리 회사 빌딩에 나타나신 할아버지. 점심 먹으러 나가다가 경비 아저씨와 익숙하게 인사를 나누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종이 다발을 가슴에 안고 나와 다시 리어카에 싣는 할아버지는 몸이 성치는 않아 보였다. 허리가 많이 굽었고 많이 야위셨다. 얼마 안 되는 종이지만 리어카에 차곡차곡 쌓는데 정성을 다하셨다. 그리고 며칠 뒤, 업무 때문에 밖에 나가던 찰나 1층 현관 앞에서 또 맞닥뜨렸다.

“많이 힘드시죠? 요즘 종이 값은 좀 많이 쳐주나요?”
“뭐…. 그냥 입에 풀칠하려고”


ⓒ포천시

할아버지의 리어카가 버스를 타러 가는 나의 방향과 같길래 리어카를 함께 끌며 여쭈었다. 힘겹게 말씀하시는 할아버지 얼굴은 잔주름에 깊이 패여 있었고, 리어카를 끄는 손등에도 세월의 흔적이 자글자글 그어져 있었다. 리어카를 끌고 다니시느라 얼마나 힘드실까.

얼마 후 우리 회사는 일요일에 모 중학교 체육관을 빌려 회사 창립기념 전 직원 체육대회를 하게 됐다. 체육대회라야 배구와 족구였다. 잔치 분위기 속에 육개장을 끓이고 다과도 준비해서 먹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식사를 마쳐갈 즈음 무심코 창밖을 쳐다봤는데 저만치 인도에 누군가 리어카를 끌고 가는 사람이 보였다. 어…? 그 할아버지였다.

나는 잽싸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할아버지는 나를 보시더니 약간 놀라시며 “허허. 또 보네”라며 웃으셨다.

“할아버지, 점심 안 드셨죠? 가서 국 한 그릇 잡숫고 가세요”
“아녀. 뭘…. 됐어”
“그럼 잠깐 기다리세요. 여기 좀 앉아서 쉬세요”

할아버지는 한사코 마다하셨다. 많은 직원 틈바구니에 끼여 식사를 하시기가 뻘쭘하실 듯해서였을 거다. 할아버지를 멈춰서시게 한 뒤 나는 행사장으로 돌아가 육개장과 김밥, 과일을 담아서 들고 나왔다. 할아버지와 나는 잠시 공터에 앉았다. 리어카에 있는 신문지를 내려서 깔고 앉아 할아버지는 점심을 맛나게 드셨다. ‘됐다’며 마다하시던 때와 달리 너무나 맛있게 드시는 할아버지를 보니 마음이 짠해짐을 느꼈다. 할아버지와 헤어져 돌아오며 마음속으로 빌었다.

“할아버지,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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