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에세이
- 홈
- 참여마당
- 시민에세이
윤인자(관인면)
“어머님! 아버님! 나란히 앉으세요! 선물이 또 있어요!”
지난 추석, 아들, 며느리 직업이 추석날 쉴 수 없는 직업이라 연휴 마지막 날 왔다.
미리 홍삼 선물에 두둑한 용돈까지 다 받은 터라
“뭔 선물이 또?”
의아해하는 우리 앞에 중간 크기의 상자를 하나 내놓으며
어머니, 아버지 같이 동시에 열어 보란다.
열어 본 순간!
난 며느리를 끌어안고 펄쩍펄쩍 뛰며 “축하한다.” 좋아라! 난리인데 아빠는 이게 뭐냐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본다.
“뭐긴! 손주 초음파 사진하고 검사 기계지!”
하긴 우리 때는 아기 초음파 사진을 찍어도 볼 수 없어서 의사만 판독하고 사진이 없었다.
애들 아빠도 얼굴이 환해지며 축하한다 난리고~~
가족 모두 서로 부둥켜안으며 자축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아들이 결혼한 지 1년 반 만에 들은 인생 최고의 소식이었다.
며느리의 지난 1월 진급시험 문제로 그때까지는 손주 포기하고 지내다 시험 합격해서 진급했는데도
소식이 없어 말은 못 하고 있던 차에 들은 소식이라 표현 못 할 만큼의 감동이 밀려왔다.
우리 동네에는 아들이 둘인데 둘 다 결혼생활 10년이 넘었는데도 임신이 안 돼 걱정하는 집도 있다.
아기 출산율이 낮은 요즘, 나라에도 충성하는 건가!
원래 착하고 예쁜 며느리인데 이렇게 예쁜 짓도 잘하는 며느리이다.
생각지도 못한 이벤트를 가끔 한 번씩 해서 감동을 주는 우리 며느리!
입덧도 그리 심하게 안 하는지 한우도 엄청나게 놀라 자빠질 만큼 잘 먹는 우리 며느리!
너무~~ 예쁘다!
그때부터 아빠의 일장 연설이 시작되었다. 아들이었으면 하고 빙빙 돌리며 말하기 시작하는 아빠!
옛날 사람이라 임신 안 하냐고 나한테 물어보라고 할 땐 언제고 임신하니 아들이었으면 하는 아빠의 욕심!
이제 5개월째 들어서는데 딸이건 아들이건 상관없다고 말해 주었다. 건강하기만 하라고 태명도 '튼튼이'라 지었단다.
사람의 마음이 묘한 게 며느리가 임신했다 하니, 이제는 세상 모든 아기들을 보면 다 예쁘다!
손님으로 오는 아기들이 어찌나 예쁜지~~
이게 할머니의 마음인가!
절대로 손주는 안 봐준다고 아들한테도 공언했었다.
요즘에는 초음파 검사를 하면 앱을 공유해서 항상 볼 수 있는데 커가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예쁘다.
어떻게 그리 선명하게 커가는 모습 심장 뛰는
모습, 소리, 팔, 다리, 코 오똑한 것까지 나오는지!
사실 나는 일을 좋아하고 지금도 일을 하며, 공부도 하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며느리 직장 다니니 육아 휴직 끝나면 키워 준다고 손주 초음파 사진을 보며 말을 해버렸다.
‘아~ 내가 이젠 할머니가 되는데, 정말 늙었나?’ 묘한 감정이 든다!
하지만 손주 만날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좋은 생각과 행복한 마음으로 만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며느리와도 더 많은 대화가 아기로 인해 오고 간다.
아기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입가의 미소가 번진다.
할머니가 되어서 좋다!
온 가족이 너무 행복하다!
‘튼튼아! 엄마랑 같이 건강하게 잘 있다가 잘 자라서 보자! 사랑해!’
튼튼이를 기다리는 할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