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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행복한 여행!
2021-04-30 조회수 : 3515

윤인자(관인면)

핸드폰의 요란한 알람 소리를 들으며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부지런히 화장을 하고 편한 복장으로 집을 나섰다.

 

서울 사는 아들을 포천서 만나 춘천을 가기로 한 날이다.

그냥 들으면 아들과 여행가나보다 하겠지만 사실은 내가 국가자격증인 직업상담사 2차 실기 시험일이다.

아들과 단둘이 여행처럼 간다는 것에 마음이 설레어 시험 걱정은 잊어버리고 포천으로 출발했다.

 

어느 집이나 부모자식 간은 똑같겠지만

아들과 나는 유난히도 애착이 심했다 해야 하나!

나는 나도 모르게 아들에게 모든 기대를 하고 살아왔나 보다.

 

아들이 결혼하고 싶은 여자친구라고 소개했을 때

결혼 전에 아들과 단둘이 여행을 하고 싶다 말했었다.

아들로서 한번 마지막으로 시간을 내어달라, 지금까지 단둘이서 여행 간 적이 한 번밖에 없어

둘이 여행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싶고, 아들과 손잡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행복도 누려보고 싶었다.

 

몇 년 전 코로나 발생 전에 베트남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다른 팀 한 팀이 엄마와 아들 둘이 여행을 온 팀이었다.

아들 결혼 날을 잡아 놓고 다른 식구는 다 빼고 둘이 여행을 왔노라 했다.

그때 나도 꼭 아들 결혼 전에 아들과 둘이 여행을 갔다 오리라 다짐했었다.

여행에서 서로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 사는 것이 상황이 안 되어 잘 못해줬던 것에

대해 미안했다는 말, 아들을 너무 사랑한다는 것 등을 말로 표현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세상사는 우리 뜻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서

아들과 나는 서로 일 때문에 시간을 만들지 못해서 여행을 못한 채 결혼을 했다.

아들 내외는 신혼에, 직장생활에, 진급시험에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냈고 둘 다 진급을 하자 바로 아기를 가졌다.

나는 하늘을 나는 것처럼 기쁘고, 며느리가 신통하고 예뻤다.

하지만 이제는 아들과의 여행은 강 건너 멀리 가버렸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던 차에

길치인 나는 아들이 데려다주기로 했다.

나는 마음이 들떠 결국 시험은 엉망으로 봤지만 너무 기분 좋은 하루였다.

갈 때는 공부에 대한 아들의 잔소리를 들으며 즐거웠고,

둘이 점심을 먹는 것도, 같이 소양강 댐을 드라이브하는 것도 행복했다.

드라이브하면서 오는 길에 정말 오랜만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려서 클 때 이야기, 학창시절이야기, 가족이야기, 사촌들이야기, 사는 이야기, 이번 달 말 이사 가는 이야기 등을 나누었고,

많이 성숙해진 아들을 보며 기특했고 대견했다.

 

나는 이것으로 아들과 단둘이 여행을 한 것으로 마음먹기로 했다.

세상사는 마음먹기 나름 아닌가!

다음 달 예쁜 손주가 태어난다.

엄마의 품을 떠나 이렇게 꿋꿋하게 가정을 이끌며 살아가는 아들이 자랑스럽다.

엄마도 이제는 엄마의 삶을 살아보련다.

열심히 혼자 놀 줄 아는 엄마!

나이를 먹어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엄마!

시험을 망쳤으니 오늘만 놀고 내일부터 슬슬 공부나 해 볼까나!

어쩌면

오늘 시험 턱선으로 붙을 수도 있을거야!

그럼 당분간 놀아야지!

 

산이 너무 푸르고 아름답다!!

길 옆의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너무 예쁘다!

우리도 너무 행복하다!



ⓒ윤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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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된 의견글 1
  • 꼬마 2021-05-06 삭제
    나이를 먹으면 혼자 노는 방법을 아는 것이 최고이지요 행복한 하루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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