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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조그만 분식집을 하고 있는데 며칠 전 퇴근을 했더니 계란 두 판을 보여주면서 “어쩌죠?”라며 나의 표정을 살폈다.
계란을 보낸 사람은 아내의 분식집 바로 앞에서 계란빵 장사를 하는 장애인 부부셨다. 그분들이 우리에게 이 선물을 보낸 이유가 놀라웠다.
아내가 분식집을 시작한 지는 2년 정도 됐는데 개업 후 1년쯤 지난 어느 날 분식집에 장애인 부부가 찾아오셨다. 두 분은 아내더러 분식집 앞에서 계란빵 장사를 하도록 허락해 달라는 부탁을 하셨다. 다달이 자릿세를 내겠다며 통사정을 했다.
그러나 그 땅이 우리 것도 아닌데 무슨 자릿세인가. 더구나 그깟 한 평도 안 되는 계란빵 자리 내드린다며 우리가 유세 떨 일도 더더욱 아니어서 우리는 그분들께 우리 가게 앞에서 장사를 하시는 건 아무 문제 없으니 편히 하시라고 흔쾌히 공간을 내어 드렸다.
그런데 그 계란빵 장사도 신기할 정도로 잘 됐다. 아내의 분식집에서 떡볶이와 라면 김밥을 먹고 돌아가는 손님들이 계란빵을 심심풀이로 사가다 보니 그분들도 신이 났다. 하지만 솔직히 계란빵 장사 덕분에 우리 분식집도 더 잘 되는 것 같았다.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는 말처럼 계란빵 먹다가 분식으로 요기나 하자는 손님들이 늘어난 것이다.
그렇게 계란빵 장사를 하신지 약 1년이 조금 지난 이번에, 우리에게 고맙다는 인사로 계란을 두 판이나 보내오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걸 받을 이유도 자격도 없기에 난감했다. 그러나 그냥 돌려드리자니 안 받으실 게 뻔했다. 아니 오히려 “우리더러 장사 그만하고 자리 비우라는 겁니까?”라며 엉뚱한 오해를 하실듯했다.
우리는 고민 끝에 멋진 남녀 모자를 샀다. 따가운 햇볕 아래 길거리에서 장사하려면 이런 모자가 꼭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
모자를 받은 두 분 역시 펄쩍 뛰었지만 우리가 이겼다. 아니 결국 비긴 것이다. 아주 흐뭇하고 기분 좋게... 그분들 열심히 장사 잘 하셔서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심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