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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도시에서 자연과 함께 사는 행복
2022-04-25 조회수 : 2325

 

지난해 여름 일입니다.

일동면 시댁에 갔는데 집밖 텃밭의 한편을 가득 덮은 쑥갓이 참 탐스러워 흙더미 채로 한 다발 뚝 떼어다가 비닐봉지에 싸서 들고 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넓고 커다란 네모난 화분에 쑥갓을 옮겨 심으려는데, 쑥갓 뿌리더미에 초대하지도 않은 손님이 있는게 아니겠어요. 새끼손가락만 한 지렁이였습니다. 이녀석이 어떻게 이 화분까지 찾아왔지? 생각해 보니
어머님이 주신 흙더미에서부터 잠복(?)해 있다가 우리집에까지 온것 같았습니다.
어쨌거나 우리집에 온 귀한 손님이고 땅을 기름지게 만드는 이로운 곤충이라고 생각하고 쫓아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화분속의 특별한 손님과의 동거가 시작됐습니다. 가끔 화분 밖으로 나온 지렁이를 들어 올려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는 하지만 이 특별한 동거가 불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아이들도 지렁이와 이미 친구가 됐습니다. 도시 아이들이라 지렁이를 보고 징그러워 하거나 피할줄 알았는데 시골인 외갓집에서 농삿일을 경험해본 학습효과 덕분인지 화분속의 지렁이를 아껴주더군요.
 
그렇게 한참을 지나 얼마 남지 않은 쑥갓도 시들어 가던 어느 날, 점점 창고가 되어가는 베란다를 청소하기 위해 대대적인 정리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갈등을 하게 만든 것이 이 네모난 화분이었습니다. 그 화분 속에 살고 있는 지렁이 말입니다.
화분속 동글동글 작은 흙방울(지렁이 배설물)이 지렁이가 잘 살고 있노라고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지렁이를 넓은 땅으로 분가 시키는 것이 좋을 거라고 결론짓고 아파트 밖으로 나가 화단 중 인적이 드문 곳을 골라 상자에서 흙을 쏟아놓았습니다.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었지만 잘 살길 바라며 지렁이를 보냈습니다. 이렇게 지렁이와는 인연이 끝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어느 날 화분에 물을 주다 살펴보니 화분마다 아주 작은 흙방울들이 가득했습니다. 모두 지렁이의 흔적이었습니다. 설마 했는데...
 
덕분에 화초들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삭막한 도시에서의 이런 경험, 행복하네요.
올 여름에도 시댁에 가서 이 지렁이들을 또 만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렁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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