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시정영상
시민에세이
- 홈
- 참여마당
- 시민에세이
부모들이 다시 생각해 봤으면 하는 아이들 생일잔치
2011-03-04 조회수 : 5990
황미경(신읍동)
토요일 아침,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동급생의 생일잔치에 초대를 받았다며 선물 살 돈을 달라고 했다. 뭘 살 건지 몰라 3000원을 주며 공책을 사갈 거냐고 묻자 아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이걸로 뭐하냐고 따지듯 물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3000원에 대해 “이걸로 뭐하나요?”하고 묻는 표정에서 나는 살짝 당혹스러웠다. 이내 아이의 수준에 맞게 준거라고 생각했는데 녀석의 항의에 일단 마음을 가다듬고 얼마가 더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만원을 달라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너무 싸구려를 사가면 친구한테 핀잔을 듣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은 비싼 거 사오는데 거기에 맞추지 못하면 창피하다고도 했다.
‘에궁……. 가난하면 애들 생일파티에 초대돼도 가지도 못하겠구나.’ 싶었다.
마음 같으면야 당장 그런 생일잔치 가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들끼리 어울리는 자리에 자주 못 끼이면 아이가 왕따라도 당하지나 않을까 싶어 꾹 참으며 문화상품권 5000원짜리를 갖고 가라고 일렀다.
ⓒ포천시
아이를 보내 놓고도 온종일 기분이 찜찜했다. 그렇잖아도 이웃집 아줌마로부터 어떤 아이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천원짜리 과자를 선물로 사들고 갔다가 퇴짜를 맞았다는 어이없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더 그랬다. 심지어 동생까지 데리고 온 아이에게는 눈치까지 줬다는 말도 들렸다. 그런 판국에 나는 내 고집만 내세워 혹시 다른 아이들 모두 만원짜리를 들고 나타났는데 우리 아이만 뻘쭘하게 5000원짜리 문화상품권을 들려 보내서 바보 만든거 아닌가 맘이 졸여졌다.
어차피 아이들 생일 축하 파티는 자녀를 둔 어느 어머니가 아이 학급친구들을 초대해 준비해주게 마련이다. 그런데 생일상을 차리는 부모들은 아이의 생일잔치에서조차 본전을 기대하는가 보다. 이렇게 차려놨으니 좋은 선물을 사들고 오기를 바라는 건가? 엄마에게 받은 용돈으로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를 들고 사랑하는 동생을 데리고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러 가는 아이의 마음이 과자값으로 평가절하 되는 것은 정말 ‘이건 아닌데…….’이다.
성경에 부자의 기부와 과부의 ‘두렙 돈’ 이야기가 나오는데 부자가 낸 많은 돈보다 과부가 적은 돈이지만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한 것이 더 크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선물이란 그 사람의 마음인 것이다.
비싸고 값진 선물을 가지고 사람을 평하는 것이 요즘 세태인지는 모르겠으나 열 살 안팎의 순수한 동심조차 속물로 물들일 필요가 있을까 싶다. 학급 아이들 전체를 초대하며 어디어디로 모이라고 공지돼 있는 생일 초대장을 보는 마음이 세금고지서처럼 느껴지는 현실이 불편하다. 그저 시루떡 조금 하고 떡볶이와 고구마를 찌어서 내주셨던 우리 어릴 적 엄마들의 소박했던 생일파티가 그리워진다.
의견글 목록
등록된 의견글 2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