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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
2010-02-01 조회수 : 9152

이성해(포천시 신읍동)


올해 예순 다섯이 되시는 나의 어머니.  나이 마흔 중반에 홀로 되셔서 평생 자식들 뒷바라지만 하고 사신 분이다.  생선장사도 하고, 막노동판에서 함밥집 식당아줌마에, 심지어는 겨울에 사북탄광에 가서 탄광촌 잡부역도 해보셨다고 한다. 그야말로 이것저것 안 해 본 일이 없으시다.

요즘처럼 환절기에는 그 때 생긴 관절염으로 고생도 적잖게 하신다. 그 때 일곱 살이던 남동생이 지금은 대학교 3학년이다. 어머니는 그렇게 자식들을 대학까지 공부시키면서 한 번도 힘든 모습을 보이신 적이 없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동안 얼마나 힘들고 외로우셨을까 싶다. 철부지자식들 앞에서 맘놓고 울 수도 없으셨을테니까 말이다.

어머니는 유난히 배움에 대해 미련이 많으셨다.  어머니가 어린시절에는 단지 딸이라는 이유로 외할아버지께서 학교에 보내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 시절에는 다 그랬겠지만 그런 외할아버지가 얼마나 야속하게 느껴졌을까.

그러시기에 지금도 무엇인가를 배우는 열정은 늘 젊은이들 못지 않으시다. 작년 연말 모 사회단체에서 한지 공예 전시회가 열렸었다. 그걸 보고 배우고 싶어하시더니 어느새 배운지 일년이 다 되어간다. 잔손질이 많이 가는 한지 공예는 겉으로 쉬워 보이지만 작품 하나가 나오기까지 무척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 일이다.

처음에 배우실 때는 다 젊은 사람들 틈에서 배우시려니 부끄럽기도 하시고 진도도 늦어서 힘드셨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재미있어 하시고 한 작품 한 작품 늘어갈 때마다 너무나 뿌듯해 하신다. 항상 다음 작품을 생각하시고 만드시고 연구하시는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 보여서 내 맘이 참 편하다.

이제 어머니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계신다. 한지공예 자격증을 따셔서 누군가를 가르치시는 일이다.  처음에는 이 나이에 자격증 따서 뭐하냐고 하시더니 얼마전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셨다.

그런 어머니가 젊었을 때보다 더 당당하고 멋있고 자랑스럽다. 비록 어머니가 우리에게 많은 물질로 풍족하게 채워주시지 못했다 할지라도 건강한 생각으로 사는 법을 가르쳐 주셨고 또한 새롭게 도전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기 때문이다.


* 본 에세이는 무궁무진 포천 313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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