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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글
2010-02-09 조회수 : 9096

강석훈(포천시 신읍동)

‘딩동~'.
"실버택배단입니다. 물건 왔어요"
“아! 그러세요? 들어오세요”
“물건 여깄소. 도장좀 찍어주소”
“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더우실텐데 쥬스 한잔 드시고 가세요”
“고맙소... 허허허”

얼마전 강원도 춘천에 갔다가 너무나 인상적인 제도(?)를 직접 보고 겪은 일이다.

강원도 춘천시 퇴계동 주공 아파트 경로당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그동안 내기 장기를 두거나 10원짜리 고스톱을 치거나 혹은 무료하게 TV만 시청하던 일과를 확 바꾸게 되었다. 그것은 아파트 주민들과 모 택배회사가 함께 만든 <실버 택배단> 덕분이였다.

실버택배단에는 택배회사로부터 의뢰받은 물건이 매일 배달된다.  평소 한적하기만 했던 경로당은 택배회사가 내려놓은 하루 평균 10~15개의 물품을 두꺼운 돋보기 안경을 통해 확인하면서 선별작업을 하는 노인들의 손놀림으로 분주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실버택배란 주황색 유니폼까지 맞춰 입고 모자를 쓴 채 각 가정으로 옮겨질 물품을 나눈뒤 손수레에 담고 2명씩 파트너로 짝을 이뤄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녔다.

단지 내 경로당에 번듯한(?) 사무실을 차려놓고 택배사업을 벌이는 60세 이상 노인분들은 간혹 크거나 무거운 물품을 배달해야 할 때나 15층까지 올라간 가정에 집주인이 없을 때는 다소 힘에 부쳤으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특히 노인들은 1인당 고정수입 10만원에 배달을 통해 받는 수수료는 건당 500원으로 용돈 벌이가 되지만, 이분들께 돈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마땅히 할 일이 없어 적막했던 공간에서 벗어나 보람과 건강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아파트 주민들이나 주변의 다른 주민들 역시 요즘같이 흉악한 범죄가 들끓고 어린이 납치나 강도 살인 성폭행이 판치는 흉흉한 세상에 이런 범죄로부터 안심할수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택배단이 찾아오니 누군들 마다하겠는가.

사실 가정집에서는 배달이 왔다고 하면 문을 쉽게 열어주기 어려운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직접 배달해주니까 모두들 안심하고 열어주는 분위기였다. 외출이 잦거나 맞벌이 가정에서도 택배가 항상 경비실에 맡겨졌는데 실버 택배단은 늦은 저녁 시간에도 직접 배달해 주니까 너무나 편리하게 느꼈다.

점차 초고령화로 가는 우리 사회다. 무작정 멀리 크게만 볼게 아니라 당장 가까운 우리 주변에서라도 이런 실버택배단을 만들어 운영해보면 어떨까....

* 본 에세이는 무궁무진 포천 301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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