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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 혹은 흔들림
김자현(소흘읍)
2010-03-05 조회수 : 9016

ⓒ포천시
남풍이 분다. 싱그런 냄새가 천지를 진동하는 것은 삼월여신의 수레가 가까이 당도했기 때문이다. 먼저 달려온 봄의 전령사로부터 겨울이 무장해제 당했기 때문이다. 한 개의 돌쩌귀로 누워있던 산야가 물었던 어금니를 풀고 산문을 연다. 앞마당 라일락 가지도 흔들리고 옆엣 마당 낭창거리는 조팝나무 가지도 흔들린다. 겨울에 태어나 천지분간 없는 깜장 강아지 털에 불어온 바람이 후루루- 지나간다.  

3월은 떨림 혹은 흔들림의 계절이다. 학비를 마련해야 하는 늙거나 무능한 부모는 누더기를 걸친 홈리스보다 더 떨리는 달이 3월이다. 대학이라고 이름 붙은 곳은 어디든 붙기만 하라고 염원하던 유복한 부모에겐 낙방한 딸 혹은 아들 때문에 인생의 지표가 흔들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간의 귓바퀴에 기류와 기류가 엇갈리는 달, 3월이 오면 봄방학을 마치고 높은 학년이 시작되는 아이들이나, 상급 학교를 올라가는 젊은이들 가슴은 열정으로 부풀기도 하지만 도래하지 않은 현실에 대한 불안과 설레임이 역시 교차하는 계절이다.


ⓒ포천시
불어온 바람에 파르르 몸을 떠는 나뭇잎처럼 흔들림의 입자 하나하나가 모인 것이 떨림이다. 떨림은 불안과 설레임의 자식이다. 떨림은 두려움의 밭에서 싹을 틔우기도 하지만 축복의 땅으로 건너가는 안타까운 결의의 전동자석이다. 파장이 비교적 일정하고 미세한 떨림에 반해 불규칙하거나 불균형의 몸짓이 흔들림이다. <아사다 마오>선수가 반드시 일위를 할 것이라는 가당치 않은 일본 언론 보도는 성급했다. 이는 일억이 넘는 자국민들의 기도가 아니라 파장이 일정치 않은 일진광풍一陣狂風을 일으켜 은반 위에 선 가녀린 불새를 흔들어 놓기에 족할 뿐이었다.

반면 그랜드 슬렘의 반열에 오른 퀸 연아, 그는 은반 위에서 날아오르는 공작이요 학이었다. 오천만의, 아니 전 세계인의 떨림은 기도가 되고 수십억의 기도는 날아가 이 불멸의 공작학 깃털이 되었다. 공작학의 도약은 창공에 날아올라 죠지 거쉰의 오선, 바장조를 타고 놀다 양 손의 엄지와 검지로 샷-건을 쏜다. 세기의 불황을 건너가고 있는 동시대인들 이마에 탄환이 와 박힌다. 금빛으로 빛 부서지는 “희망”이란 낙인을 찍으면서......샷!! 

           



지은이-  김자현 (시인, 소설가)

약   력- 시집 : 화살과 달
           수필집 : 고독한 벽화
           장편소설 : 현대일보 장편 해양소설 <태양의 밀서> 연재 중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 회원, 누보땅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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