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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암에서 만난 두루미 스님
2017-11-08 조회수 : 5758


ⓒ시민기자 서상경

도연암은 포천시 관인면 지장산 기슭에 있다. 창수면 오가사거리에서 관인면 소재지와 철원 동송읍으로 향하는 87번 국도변에 도연암 표지판이 보인다. ‘소원성취 기도도량’이라고 되어 있는 도연암. 이곳에 산새와 벗하고 생태를 연구하는 스님이 계신다. 스님의 이름은 도연(度淵). 작은 암자 도연암에 계시는 도연 스님은 산새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도연 스님ⓒ시민기자 서상경

산속의 작은 암자 도연암을 찾아 신문사에서 취재도 나오고 방송사에서 다큐프로그램도 찍었다. 매스컴에서는 두루미 스님으로 부르는데, 두 평짜리 컨테이너 안에는 책과 그림, 사진이 많다. 피아노와 풍금도 보인다. 아이들이 체험학습을 오면 풍금을 재미나게 두들긴다. 거실이라고 해도 좋을 작은 체험실에는 커다란 망원렌즈도 보인다. 아마 스님은 겨울이 되면 망원렌즈 둘러메고 철원평야로 겨울 철새를 살피러 다니는 것 같다. 두루미 사진도 있고 겨울철새 사진도 여럿 보이는데 40여 년간 생태 사진을 찍어오셨다고 한다.



ⓒ시민기자 서상경

"스님 아니신가요?"
"틈틈이 부처님도 찾아뵙지요."


체험실 뒤편에 법당이 마련되어 있다. 절집 같지 않게 허름하다. 촛불이 켜져 있고 부처님 한 분이 앉아 계신다. 법당 옆에는 커다란 돌탑이 있는데, 스님이 직접 쌓은 것 같다. 연못도 파 두었다. 연못에 물고기만 옮겨 넣으면 생태연못이 되겠다.

거처가 있는 컨테이너 앞은 나무가 무성한 숲인데 이곳으로 체험학습을 온 아이들의 새집이 걸려 있다. 스님은 새들과 꽤 친한 것 같다. 내게는 이름도 생소한 딱새, 박새, 곤줄박이, 통고비 등이 놀러 온단다. 새먹이 통도 만들어 두었다. 새들이 수시로 와서 먹이를 꺼내 먹곤 한다니 새들의 천국이다.


▲ⓒ시민기자 서상경

"뭘 해서 먹고 사세요?"
"돈은 많이 필요 없어요. 신도들이 갖다 주시고 강연도 좀 다니고..."


스님은 말씀도 잘하신다. 무심코 찾아간 절인데 귀한 손님을 맞듯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바람에 생태공부를 실컷 했다. 컨테이너 거실로 안내를 하며 커피를 내어 주신다. 차마 ‘절에서도 커피를 마십니까?’하고 말하지 못했다.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평소대로 맛있게 잘 받았다. 생태와 두루미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니 그저 새들과 노는 스님이 아닌 것 같다. 내공이 깊다.


▲도연 스님 작 할머니와 황새ⓒ시민기자 서상경

동화책 한 권을 꺼내 선물로 주시는데, 직접 그림을 그리고 쓴 ‘할머니와 황새’(도연, 당그래, 2015)다. 황새가 한반도에서 사라진 지 40년이 넘었다고 한다. 천연기념물 제199호인데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라 한다.

도연(度淵)

새와 함께 사는 스님으로 언론에 많이 소개되기도 했던, 도연(度淵) 스님은 한국 강원도 철원평야 근처에 살면서 겨울에 도래하는 두루미를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2014년 봄 일본에서 복원 번식한 황새 한 마리(J0051)가 경남 김해 화포천으로 날아왔다. 저자는 황새에게 <봉순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1년 동안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국 전역에 도래하는 황새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는데, 봉순이는 경남 김해를 시작으로 경남 하동을 거쳐 천수만까지 두 번이나 왕복하며 활동했다.

그 후 2015년 4월 21일에 김해 화포천에서 사라졌고 4월 25일 일본에서 발견되었다. 2014년 겨울에는 봉순이의 조카황새(J0092)가 제주도에서 발견되었다. 저자는 J0092에게 <제동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관찰을 하다가 영감을 얻어 <할머니와 황새> 동화를 쓰게 되었다. 저자는 2014년 7월과 2015년 6월에 일본 효고현 토요오카 황새마을에 갔었고 2015년 7월에 다시 방문할 예정이다.

저서로는 <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그래, 차는 마셨는가>, <살아있는 화석 두루미>, <연탄 한 장으로 나는 행복하네> 등이 있다. _알라딘 저자소개


부처님은 그리 먼 곳에 계시지 않은 것 같다. 염불만 한다고 스님은 아닌 거다. 우리 주변 새들의 모습에서도 늘 부처님은 계신다. 도연 스님은 자유롭게 부처님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방명록에 이름 석 자를 남겼더니 ‘어디 사시냐’며 ‘놀러 가겠다’고 하신다.

도연암을 찾아가서 도연 스님을 만나고 돌아간다. 절에서 구경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스님을 만나 얘기를 나누어 본 건 오늘이 처음인가 보다. 부처님을 만나고 돌아가는 것처럼 기분이 좋다.

시민기자 서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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