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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망치 소리, 우리 마을 대장간을 찾다
영중면 거사리, 숲속의 대장간
2017-12-08 조회수 : 4648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마을마다 대장간이 흔했다. 옆에서 풀무질하면 시뻘겋게 달아오른 화로의 불 속에 쇠를 달구어서 모루 위에 올려 망치로 두들기는가 하면 찬물에 살짝 스치고 또 두들기는 작업을 신기하게 바라보곤 했다. 쇠는 망치로 두들길 때마다 모양이 조금씩 바뀌어 어떤 것은 낫이 되고 어떤 것은 호미가 되어 작품으로 탄생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대장간 구경하기가 힘들어졌지만, 우리 동네에 대장간이 들어왔다. 포천시 영중면에 있는 숲속의 대장간이다. 반가운 마음에 작업장으로 찾아갔더니, 마침 쉬는 날이다. 그런데도 사장님이 나오셔서 하나하나 설명해주신다.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에 강원도 인제에서 오랜 세월 대장간 일을 해오셨다고 한다. 작업장을 둘러보니 어릴 때 보던 것과는 판이한  신식기계들이 많다. 풀무 대신 모터로 된 송풍기가 있고 망치를 대신하는 스프링 해머가 있는가 하면 육중한 프레스 기계와 금형 기계도 있다.

"이건 무거워서 이사하기도 힘들었겠어요?"
“옮기는 기간만 석 달이고 비용도 무지하게 많이 들었어요,”



▲숲속의 대장간ⓒ시민기자 서상경

이사하는 것만 문제는 아닐 것이다. 힘들어서 이 일을 어떻게 할까? 하는 선입견이 들었는데, 워낙 중국제 싼 제품들이 수입되면서 웬만한 대장간들은 대부분 문을 닫고 이제 남은 곳은 몇 곳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값싼 농기구가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 TV에 등장하는 쉐프들이 갖고 나오는 맞춤 칼, 등산용이나 야외활동용 특수 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농기구 등 다양한 물건으로 승부하고 있다 한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칼은 그 무게가 가볍고 사용하기 편리하지만 빨리 무뎌지는 단점이 있는데 이곳에서 제작된 칼들은 묵직한 무게감에 ‘오호라!’ 차별화가 되겠구나 싶기도 하다.

제자를 두어도 될 것 같다고 했더니 이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하긴 힘들고 어려운 일은 이제 웬만해선 도전하는 젊은이가 없는 게 현실. 그래서 동남아에서 일꾼들이 들어와 궂은일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높은 게 이런 일을 회피해서 생기는지도 모른다.

"이 일에 뛰어들면 대박이죠. 일단 경쟁자가 없어요."

하긴 기술만 제대로 배우면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장장이 이광원 씨ⓒ시민기자 서상경

우리나라 최초의 대장장이는 신라 시대 석탈해라는 말이 있다. 예전 MBC 드라마 <주몽>을 보면 철기시대 야장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철로 된 무기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전쟁의 승패가 갈라지곤 했으니 야장의 책임은 대단했다. 이후에는 사찰에서의 종(鐘) 주조기술이 중요해졌고 조선 시대에는 서울과 지방의 각 관서에 대장장이가 배치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관청에서 주도하던 수공업이 붕괴하던 조선 후기에는 스스로 농기구를 만들어 장시에서 상품으로 판매를 했었다.

전통적인 대장장이가 상품 하나를 만드는 데 많은 정성과 시간이 들었던 것에 비교하면 이제 기계로 대량생산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어쩌면 대장간의 몰락은 예견되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대장간을 포기할 때,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특화한 제품에 눈을 돌린다면 성공의 길은 있을 것이다. 오늘 찾은 숲속의 대장간이 문화유산으로 남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숲속의 대장간으로 놀러 오세요.
- 주소 : 경기도 포천시 영중면 거사리 90(백로주길 30)
- 블로그 : 숲속의 대장간<대장장이 이광원 : 010-4195-1576

시민기자 서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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