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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의 길을 걷다! 6. 영평천
2017-12-13 조회수 : 4150

서상경 시민기자는 전국 도보여행 경험을 블로그에 남겨 2017년 7월 네이버 이달의 블로그로 선정되었습니다. 서상경 시민기자가 포천의 길을 걷고 그 길에 얽힌 역사와 문화 그 안의 사람들 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오늘 걸은 길 : 3.8 휴게소-파주골-삼팔교 7.7km 2시간 소요

2017년의 12월은 춥고 눈 오는 날이 잦습니다. 며칠 따뜻하다가도 눈이 내리고 나면 추위가 찾아오는 식입니다. 겨울 초입의 이런 날씨 변화가 강추위의 전조현상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구의 온난화가 어찌 된 일인지 강추위를 몰고 다니는 일이 흔해서 말이죠.

오늘은 영평천을 답사하러 떠납니다. 세밑이라도 분위기는 차분하고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만이 만감의 교차를 가져오는 시기. 포천시 영중면 철원 방향의 43번 국도변 3.8선 휴게소에서 오늘의 걷기를 시작할 참입니다.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은 광복 직후 이곳의 분위기는 어땠을까요. 영평천을 사이에 두고 이쪽은 남한 땅이고 하천을 건너면 북한 땅이었습니다. 3.8선이 이곳을 지나므로 남북이 대치하는 장소였을 텐데 총알이 영평천을 건너다니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그래서인지 3.8선 휴게소에는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글귀가 보입니다.

 
▲3.8선 휴게소ⓒ시민기자 서상경

영중교를 건너갑니다. 다리를 건너면서 보니 영평천도 제법 넓고 큰 하천입니다. 영평천은 포천시 이동면 광덕산 기슭에서 발원하여 연천군 청산면에서 한탄강으로 흘러드는 총연장 30.9km로 포천시 북쪽의 땅을 기름지게 하는 역할을 해왔죠.

영중교를 건너고 영중초등학교 앞을 지나 43번 국도의 오른쪽 가장자리를 이용해 이동합니다. 그리고 400m를 진행한 후 LPG 가스충전소를 지나자마자 오른쪽 하천 방향으로 내려가서 작은 다리를 건너갑니다. 영평천의 오른쪽 둑을 이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영평천ⓒ시민기자 서상경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영평천의 오른쪽 강둑길을 따르니 길이 막힙니다. ‘가만있거라. 저 위에 수로가 있나 본데 수로 따라 이동해야 하려나 보다.’ 그래서 수로를 향해서 올라갑니다. 눈이 많아서 길이 미끄럽습니다. 사실 뭐 길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이곳은 원래 길이 아니었으니까요.

“수로는 왜 만들어 놓은 거야?”
“농사를 지으려면 물이 필요하잖아. 영평천 상류에서 물을 퍼 올려서 이 수로를 따라 물이 이동하면서 논에 물을 공급하는 거지.”


수로를 벗어나자 최근 새로 만든 다리 삼산교를 만납니다. 삼산교를 건너고 이번에는 영평천의 왼쪽 도로를 따라갑니다. 오른쪽은 수로가 있어서 길이 막히지는 않을 테지만 눈이 쌓여 있어서 걷기에 불편할 것이므로 도로를 걷는 것이 차라리 낫습니다.

영평천은 예전에도 영평천이라 불렀을까요? 그렇지는 않은가 봅니다. 지명유래를 보면 영평현 고을 앞을 흐르는 하천을 남대천이라 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물줄기 하나는 동쪽의 백운산에서 흘러나오고, 다른 하나는 포천 축석령에서 흘러나와 합쳐져 남대천을 이룬다. 그게 양주 한탄계(漢灘溪)로 흐른다고 되어 있거든요.

파주골을 지나갑니다. 파주골은 43번 국도 성동삼거리에서 372번 지방도를 따라 일동·이동 방향으로 가는 길의 골짜기입니다. 골짜기라는 말은 남쪽의 풍혈산과 북쪽의 관음산으로 에워싸인 영평천이 간신히 협곡을 이루며 빠져나가기에 이르는 말입니다. 이곳에 영평천과 함께 좁은 길이 이어지는데 오래전 철원에 도읍했던 궁예가 실정을 거듭하다 왕건의 군사에게 쫓기듯 이 골짜기로 패주했다고 하여 파주골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파주골ⓒ시민기자 서상경

파주골은 요즘 포천의 명물인 순두부를 맛볼 수 있는 음식 거리로 변하여 이곳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는 곳이기도 하죠. 웰빙 음식이면서 가격도 저렴하여 길손들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3.8선 휴게소에서 이곳까지 걸어오는데 1시간 20분이 걸렸습니다. 거리상으로는 5km를 넘어섰을 것입니다.

길이 좁아서 눈이 쌓인 가장자리를 따라 걷는다 해도 자동차를 만나면 불안합니다. 오히려 지나가던 자동차들이 더 조심하는 분위기네요. 그래서 일렬로 행렬을 짓고 도로에서는 마주 오는 자동차를 보는 왼쪽 길을 선택합니다. 뒤에서 다가오는 자동차는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오후가 되면서 산 그림자가 내려옵니다. 벌써 해지는 시간이 되었나 하고 둘러보니 주변에 산군이 너무 높아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발걸음을 빨리합니다. 산 그림자가 우리를 감싸기 전에 해를 만나야 덜 춥기에. 그런데 바람까지 슬그머니 고개를 듭니다. 파주골을 빠져나오는 바람이 미끈한 몸매를 자랑하듯 골짜기를 통과하면서 우리에게 서늘함을 안겨줍니다. 노인천국 요양원 앞길을 지날 때쯤에는 다시 햇빛을 만나고 몸에서 자라나는 열기와 합쳐져 힘을 내는 원동력이 되는군요.

어느덧 영중면을 지나 일동면으로 들어섰습니다. 골짜기 어디쯤에서 면의 경계를 지난 것 같네요. 시야가 넓어지고 식당과 주택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도로변에는 대부분 식당이 많지만, 영업하지 않는지 문을 닫은 곳도 있습니다. 수입리로 들어섭니다.

“수입리가 무슨 뜻이에요?”
“돈을 많이 버나 본데... 농담. 그건 아니고 일동천과 영평천이 모두 들어오는 것만 보이고 나가는 곳은 보이지 아니하므로 수입리(水入里)라 하였다네.”
“그게 무슨 뜻?”
“파주골이 깊잖아. 산으로 막혀 있어서 설마 그곳으로 물이 빠져나가리라고 생각을 못 했겠지. 그래서 물이 나가는 곳은 보이지 않는다 했지. 일동면과 이동면에서 나오는 물은 모두 영평천으로 빠져나가거든.”



▲수입리 표석ⓒ시민기자 서상경

세월이 흐르면서 영평천도 오염의 누명을 많이 덮어쓰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름철이면 영평천 주변은 피서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 요즘은 사고도 자주 일어나고 오염이 되어서인지 물에 들어가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예전에는 어땠을까요? 물이 맑기로 이름이 높고 담수어족이 많고 신선하여 명승과 유원지가 산재했지요. 그래서 문인이나 묵객의 왕래, 그 흔적 또한 많았던 것입니다. 이곳만 해도 영평8경 중의 하나인 와룡암(臥龍岩)이 있었다고 합니다. 누워있는 용 모양의 바위라.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습니까. 영평천 바닥으로 내려가 보니 지금은 바위라고는 눈 씻고 봐도 없습니다.


▲삼팔교에서 바라보는 산줄기ⓒ시민기자 서상경
 
아름다운 영평천 걷기는 삼팔교를 종점으로 삼습니다. 삼팔교에서는 오른쪽의 일동천과 왼쪽의 영평천 본류가 갈라집니다. 이곳까지 총거리는 7.7km군요. 저 멀리 한북정맥의 굵은 산줄기가 웅장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국망봉에서 강씨봉, 운악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아니던가요. 정말 멋있습니다. 눈 쌓인 겨울이라 더 멋있게 다가옵니다.

시계를 보니 꼭 2시간이 걸렸습니다. 중간에 5분 정도 쉬는 시간을 제외하면 꾸준하게 걸었던 결과로군요. 돌아가는 시내버스가 있나 했더니 이곳에서는 일동면 소재지로 나가는 버스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영중면의 출발지로 돌아가려면 택시를 불러야 합니다.

시민기자 서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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