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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평양냉면 이야기
2018-06-18 조회수 : 4277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냉면을 먹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남과 북 두 정상이 맛본 평양 옥류관 냉면으로 인해 요즘 평양냉면집에 많은 사람이 몰리고 있다.

포천에도 평양냉면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있다. 신북면의 평양면옥이 바로 그곳이다. 부친의 고향이 평양인 평양면옥의 사장님은 IMF 직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지금까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삼 형제 모두 평양냉면집을 운영 중이다. 첫째는 송추본점을 운영하고 둘째는 포천의 분점을, 셋째는 일산에서 같은 상호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 집의 평양냉면을 먹어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엄지를 치켜세운다.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서울의 우래옥, 필동면옥, 장충동 평양면옥 그리고 의정부 평양면옥 등이 있지만 포천 평양면옥의 맛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양냉면 상차림ⓒ시민기자 서상경

맛의 비결은 면을 뽑을 때 사용하는 메밀을 직접 빻고 당일 사용할 양만 낸다는 점이다. 육수는 양지와 사태를 24시간 동안 고아낸다. 갓 뽑은 면에 육수를 부으면 냉면은 완성되고 그 위에 오이, 계란, 고기를 얹어 손님에게 낸다. 예전에는 육수를 만들 때 꿩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고기만으로 육수를 만든다고.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 면발은 평양냉면의 특징이다. 메밀가루와 전분을 7:3 비율로 섞는다. 원래 평양냉면의 육수 원형은 맑은 김칫국물이고 형편이 넉넉한 이들은 꿩고기 육수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평양냉면이 남쪽으로 내려오고 형편이 좀 나아지기 시작하면서 고기육수를 사용하게 되었으니 오늘날 대부분 같은 방식이다.


▲신북면 평양면옥ⓒ시민기자 서상경

평양면옥의 시작은 1.4 후퇴로 부친이 남쪽으로 피난 오면서부터였다고 한다. 마땅히 먹고 살 방법이 없었던 상황에서 냉면집을 내어 장사를 시작했다. 평양냉면집은 실향민에게 망향의 꿈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고향 같은 장소가 되었다. 지금도 고향의 맛을 찾아 많은 실향민이 찾고 있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실향민이 제일 그리운 것은 첫째가 오마니요, 둘째는 피양 냉면이라고 했을까. 그러나 고향의 추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하긴 1950년에 태어났다고 해도 지금의 나이는 70세가 가깝지 않은가.


▲식당내부ⓒ시민기자 서상경

평양면옥의 맛은 북한식 정통 냉면이지만 이제는 많은 세월이 흘러 그것마저 변하고 있다. 사실 평안도 출신으로 서울에 정착한 실향민이 많았고 또 이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고향 음식을 찾아 평양냉면이 이 땅에 자리 잡게 했지만, 정체성은 헤아리기 어렵다. 정확한 평양냉면의 레시피가 없다는 뜻이다. 평양냉면의 마니아라고 할 수 있는 실향민들은 이제 나이가 너무 들어 냉면 육수의 맛과 면의 식감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고유의 평양냉면이라고 부르는 전문식당마저 그 맛은 모두 다르다. 그래서 대통령이 평양의 옥류관 냉면을 드신다고 할 때 많은 사람이 그 맛에 관심을 가졌다.

 
▲평양냉면의 육수ⓒ시민기자 서상경

정통 평양냉면을 맛보지 못한 나 역시 평양냉면의 물냉면보다 자극적인 비빔냉면을 더 즐겨왔다. 어느 시인이 말했듯이 평양냉면의 맑은 육수가 ‘슴슴하여’ 그리 내키지 않았던 것인데 어느 날 평양면옥을 찾았을 때 사장님이 “우리 집은 물냉면이 전문이에요.” 하는 것이 아닌가. 그로부터 평양냉면집에서는 비빔냉면을 먹을 것이 아니라 물냉면을 맛보아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평양면옥을 찾을 때면 으레 물냉면을 주문하는데 다른 지역의 물냉면보다 ‘슴슴한’ 맛이 강하다고 했더니 일부러 간을 조금 세게 낸단다.

남북정상회담으로 평화의 분위기가 익어가고 있는 이때, 평양냉면 한 그릇으로 기차 타고 유럽여행 갈 행복한 상상을 해 본다.

*평양면옥 정보
 - 위치 : 포천시 신북면 틀못이길 9
 - 문의 : 031-535-4231
 - 영업시간 : 오전 11시~오후 8시
 - 메뉴 : 평양냉면 10,000원, 녹두지짐 9,000원, 찐만두 8,000원


시민기자 서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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