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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승천한 해룡산 감지(鑑池)의 전설을 찾아서
2019-04-18 조회수 : 3101

시민기자 서상경

"해룡산은 2,000년 전 큰 홍수로 인하여 산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었다는 전설에서 이름이 유래한다." 

해룡산 정상표석 옆에 있는 안내문구다. 산에서 이무기가 살았다는 이런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한국고전번역원 홈페이지 신증동국여지승람을 찾아보았다. 이 책의 제11권 경기 포천현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해룡산(海龍山)은 현 서쪽 20리 지점에 있다. 산 위에 감지(鑑池)가 있는데 비를 빌면 영험이 있다. 속설에 전해 오기로는 ‘군마(軍馬)가 산 위를 짓밟으면 비가 오지 않으면 구름이라도 낀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감지는 거울 같은 연못을 말하는 것이니 오래전에 해룡산 정상에는 연못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해룡산을 찾아보기로 했다. 해룡산은 구리-포천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달릴 때, 포천의 왕방산과 나란하게 능선으로 연결된 산이다. 해발 661m인데 왕방산의 737m보다는 조금 낮다.


▲오지재고개ⓒ시민기자 서상경

해룡산 산행의 시작은 포천 선단동에서 동두천 탑동으로 넘어가는 오지재 고개다. 예전 이곳에 옹기를 굽는 가마터가 있어 오지재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지금은 고개 바로 아래 터널이 뚫려 지나다니는 차량이 그리 많지 않은 곳이다.

오지재 고개에서 해룡산 정상까지는 군용도로가 개설되어 있다. 산의 정상에 군부대가 있기 때문이다. 고개부터 정상까지 아스팔트로 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는데 여름에는 아스팔트 열기로 인하여 더위를 피하지 못할 것 같다.


▲생강나무꽃ⓒ시민기자 서상경


▲진달래ⓒ시민기자 서상경

하지만 해룡산을 좋아하는 등산객에게는 숨은 산길이 있으니 군용도로 옆에 난 작은 오솔길이다. 오솔길로 들어서니 봄의 향연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해준다는 생강나무꽃이 피어 있고 그 옆에는 진달래가 온 산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오지재 고개에서 40여 분을 올라가니 포천 왕수 산악회에서 세운 정상 표석이 나왔다. 뒤쪽은 군부대 철조망이 정상부근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바람에 시원한 조망을 막았다. 철조망의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군부대 정문이 나오고 그 옆으로 계속 진행하면 동두천시에서 세운 정상 표석이 또 하나 서 있다.


▲해룡산 정상 표석ⓒ시민기자 서상경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적혀 있는 산 위의 감지는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군부대가 자리하고 있어서 그 흔적은 찾기 어렵게 되었다. 아마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느 시기에 사라진 것은 아닐까 싶다. 산 정상에 연못이 있는 예는 우리나라에서 백두산 천지, 한라산 백록담, 화왕산의 용지, 강화 고려산의 오정, 금오산 연못 정도가 알려져 있다. 해룡산의 감지가 사라진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해룡산 정상에서 바라본 천주산ⓒ시민기자 서상경 

산 정상의 연못은 풍수학에서 ‘천지수’로 좋은 기운이 생겨난다고 봤다. 일설에 의하면 해룡산 감지의 영험함이 약봉 서성가문을 융성하게 했다 하는데 해룡산 바로 아래 약봉 서성 집안의 묘가 있어 그 사연을 추적해봤다.

약봉 서성(1558~1631)은 임진왜란과 정묘호란을 거치면서 왕의 신임을 얻은 인물이었다. 그의 집안은 원래 안동이었지만 어머니에 의해서 남대문 바깥으로 이사를 와서 살게 되었다. 그곳은 약초를 재배하던 마을로 약봉이라 불렀는데 서성의 호가 약봉이 된 까닭이다. 약봉 어머니는 시조부모와 시조모의 묘를 포천 해룡산 아래로 이장했고 그 영향으로 서성 약봉 이후 대제학 5명과 정승 9명이 배출되었다고 한다.


▲해룡산의 줄기ⓒ시민기자 서상경

신비한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포천 해룡산이다. 축석령에서 북쪽을 바라보고 섰을 때 포천시의 오른쪽을 감싸는 것이 한북정맥이라면, 왼쪽을 감싸는 산줄기는 왕방지맥으로 천보산맥이라고도 부른다. 천보산과 왕방산으로 이어지는 긴 산줄기 사이에 자리한 해룡산은 그 이름만큼이나 궁금증을 자아냈던 산이다. 감지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는지 알 수는 없지만, 2천년 전 이무기가 용이되었다는 해룡산 정상의 글귀만이 오늘도 신비함을 전하고 있다.

※ 해룡산 산행 Tip!
  - 대중교통 접근은 불편. 
  - 북쪽에서는 오지재고개, 남쪽에서는 천보산 자연휴양림을 산행기점으로 잡는 것이 좋다.  
  - 해룡산 동두천 쪽 산자락에는 MTB 코스가 있어서 임도를 걸어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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