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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m를 날아 과녁에 꽂히는 국궁의 힘!
국궁 활터 신북면 포천정을 찾다
2019-11-14 조회수 : 3735

시민기자 이정식

유럽에서 시작한 스포츠로 활쏘기를 우리네 전통 활과 구별하여 양궁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메달을 싹쓸이하는 올림픽 종목이기도 하다. 양궁은 직선으로 날아가는 총알 같은 화살을 자랑한다.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하면 공기와의 마찰 때문에 뱀처럼 휘었다 펴지기를 반복하며 날아가는 화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엄청난 힘과 스피드를 가진 양궁의 과녁은 사수로부터 50~90m 떨어져 있다. 군대에서 실시하는 영점 사격이 20m인 것을 생각하면 먼 거리다. 하지만 우리 전통활 국궁의 공식 대회용 사거리는 무려 145m다.


ⓒ시민기자 이정식

100m가 훌쩍 넘는 거리에 화살을 날린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게다가 국궁은 양궁 활보다 크기가 작다. 국궁의 놀라운 복원력과 탄성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양궁 활은 거의 직선 모양에 조절기와 노림쇠 등이 달려 무겁고 복잡하다. 국궁은 일체 부속 장치가 없다. 직선 모양이 아니라 두 번 꺾인 모양새다. S자 형태가 바로 복원력과 탄성의 비밀이다. 국궁은 물소 뿔과 쇠심줄 등을 사용하여 만들었다. 같은 아시아에서도 길이가 2m가 넘는 일본과 동남아시아의 활보다 크기는 작지만, 사거리와 힘에서는 월등하다.

ⓒ시민기자 이정식

주변 강대국이 많아 수성전을 많이 해야 했던 우리 민족은 멀리 있는 적을 상대하기 위해 예로부터 활쏘기에 능했다. 고려 시대 때는 천하무적이던 몽골 전사들도 겁냈을 정도로 우리네 활은 위력이 대단했다. 이성계 장군은 고려 말 수시로 쳐들어와 백성을 괴롭히던 왜구 장수 아기발도를 250m가 넘는 거리에서 활로 쏘아 정확히 얼굴을 맞춰 절명케 하기도 했다. 유난히 활쏘기가 능했던 우리 민족의 저력과 전통이 서린 국궁을 즐기는 활터가 포천에도 몇 곳 있다. 이날 찾아 가 본 곳은 신북면에 있는 포천정이었다. 나지막한 언덕 위에 과녁이 있는 포천정의 비 내리는 오후는 마치 전투를 잠시 멈춘 성 위에서의 풍경처럼 긴장감과 호젓함이 서려 있었다.

ⓒ시민기자 이정식

활은 무기이기 때문에 다루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무척 중요하다. 절대 경박하게 행동하면 안 된다. 엄숙하고, 절제된 그리고 훈련을 잘 견딘 사수라야 사대에 오를 수 있다. 국긍은 양궁처럼 장식이 요란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가을이 되면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낙엽처럼 국궁 활은 소리 없이 흐르는 물처럼 과녁을 향해 날아간다. 엄청난 비거리를 자랑하기 때문에 적들은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화살을 겁내며 머리를 들지 못할 것이다. 국궁에서 접장이라는 호칭을 얻기 위해서는 5발을 쏘아 과녁에 5발을 모두 맞춰야 한다고 했다. 정말 대단한 실력이다. 까마득히 멀어 보이는 과녁을 향해 무심히 날리는 화살 같지만, 어김없이 명중이 되니 보는 사람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시민기자 이정식

우리 선조들의 나라 지킴이 얼마나 어려웠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달려오는 중과부적의 적을 향해 얼마나 절실하게 화살을 날렸을까? 국궁은 스포츠라기보다는 무예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과 몸을 함께 수양하고 훈련하는 것이 바로 국궁일 것이다. 번잡하고 복잡한 일이 있을 때 정에 올라와 활을 쏘다 보면 머리가 맑아진다는 이곳 포천정 사범의 말처럼 국궁은 마음을 다스리고, 평온함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무예이다. 당겨 보라고 내미는 활시위를 힘껏 당겨 보았지만 어림도 없었다. 음….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이 활도 초보자를 알아보는 것이겠지. 기회가 된다면 우리 선조들이 그랬던 것처럼 마음을 비우고, 머리를 맑게 하도록 국궁 활시위를 잡아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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