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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신북면 도축장 근처에는 까마귀들이 많이 있을까?
2021-04-06 조회수 : 3924
시민기자 이정식

신북면에 위치한 도축장을 지나다 보면 신기한 장면을 종종 보게 된다. 유독 이 근처 전선 줄에 까마귀들이 줄지어 앉아 있기 때문이다. 텃새인 까마귀야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새이긴 하지만 이렇게 거의 늘 이곳에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은 무척 생경한 것이었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는 것으로 유명한 까마귀가 이곳이 도축장인 것을 알고 근처를 배회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까마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똑똑한 새다. 조류 중에 유일하게 도구를 이용할 줄 알고, 우리 귀에는 똑같이 들리지만 40가지 다른 소리를 냄으로써 동료들과 소통한다고 알려져 있다. 호두 같은 단단한 견과류를 먹기 위해 까마귀가 하늘 높은 곳에서 바닥으로 내팽개치는 행위를 하거나 차가 다니는 도로 위에 올려놓아 지나가는 차량 바퀴로 깨진 호두 열매를 먹는 모습이 과학자들의 눈에 신기하게 보였다고 한다. 하긴 그렇다면 정말 머리가 좋은 새라 할만하다.

우리는 머리 나쁜 사람을 지칭할 때 ‘새대가리’ 운운하면서 조류의 지능이 매우 낮은 것으로 생각하니 당연히 까마귀도 그럴 것이라 단정 지어 버릴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심지어 까마귀는 수만 종류의 씨앗을 구분하기도 하고, 자신이 먹이를 숨겨둔 장소를 동료들과 공유하기도 하며, 1년 전 자신을 위협했던 일을 기억하고 보복하기도 한단다.

서양에서는 길조로 알려있지만, 같은 까마귀과의 까치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흉조로 사람들이 꺼리는 신세가 되었다. 우리는 까마귀가 울면 재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 고전에서는 까마귀를 그리 나쁘게만 칭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꺼리는 새가 된 이유가 아마도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라는 고사성어 탓은 아닐까 한다. 그렇지만 고구려 건국 당시 전설 속에 존재한다는 세 다리를 가진 삼족오를 상징으로 삼을 만큼 까마귀는 우리와 친숙하고 역사성을 가진 새 임에 틀림없다.

까마귀의 또 다른 인상적인 면은 한 번 짝을 지으면 파트너를 바꾸지 않고, 죽을 때까지 함께 해로한다는 점이다. 다른 조류와 달리 가정을 이루고 살기도 하며 친족끼리 모여 지내는 경우도 있다. 이쯤되면 까서방이라고 불러야 할까?

어느 날인가부터 도축장 앞을 지날 때면 까마귀가 있나 없나 살펴보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다. 어쩌면 서양 속설처럼 까마귀들이 죽은 짐승의 영혼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인간들을 위해 죽어간 그 많은 가축들의 원혼을 위로라도 하기 위해 이곳에 오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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