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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기다렸다! 흰구름 머무는 백운산 탐방기
2021-08-18 조회수 : 3423
시민기자 서상경

여름을 기다린 산 포천 백운산의 시작은 광덕고개다. 경기도 포천시와 강원도 화천군의 경계에 위치하는데 이곳에서 출발해야 땀을 적게 흘리는 방법이 된다. 한북정맥의 능선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이다. 광덕고개로 가는 대중교통은 사창리행 버스를 타면 된다. 일동과 이동버스터미널에서 탈 수 있다. 승용차는 고개 후방 100m 지점의 평화공원에 주차할 수 있다.

▲백운산 등산 안내도ⓒ시민기자 서상경

광덕고개의 상가를 지나 철계단을 올라서면 백운산 등산로 안내도가 나온다. 광덕고개에서 백운산 정상을 거쳐 흥룡사로 내려가는 코스를 정했다. 산길은 넓고 선명하다. 얼마나 많은 등산객이 찾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능선은 울창한 나무들이 하늘을 가렸다. 그래서 정상에 이를 때까지 조망은 거의 없다.
대신 산길에는 야생화들이 다소곳하게 머리를 내밀었다. 옛날에 짚신을 신고 다녔을 때 짚신에 붙어 이곳저곳을 옮겨 다녔다는 데서 유래하는 짚신나물과 눈을 마주쳤다. 그 옆에는 며느리밥풀꽃도 보인다. 옛날에 마음씨 곱고 착한 며느리와 성질이 못된 시어머니가 살고 있었는데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못마땅해 호시탐탐 내쫓을 궁리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며느리가 밥이 잘 되었는지 보려고 밥알을 입에 넣었는데 이를 본 시어머니가 어른보다 먼저 입에 댄다고 며느리를 때려죽이고 말았다. 이후 며느리의 무덤가에는 붉은 입술에 밥풀 두 알을 입에 문 듯한 모양의 꽃이 피어났으니 사람들은 이 꽃을 두고 며느리밥풀꽃이라 했다.

▲시계방향으로 짚신나물, 고들빼기, 며느리밥풀꽃ⓒ시민기자 서상경

다시 산길을 걸어가니 꽃대가 한쪽으로 구부러져 있는 매우 특이한 꽃을 만난다. 이를 보고 어떤 이는 선비의 수염을 닮았다 하고 또 어떤 이는 오리들이 단체로 한쪽으로 몰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내가 보기엔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모습으로 보이는데 꽃의 이름에 ‘수염’이라는 말이 들어 있으니 선비의 수염을 닮았다는 것이 더 알맞은 비유가 될 수도 있겠다. 어느 지역에서는 개꼬리풀이라고도 부른다. 재미있는 것은 원래는 까치수염이었는데 1980년 어느 식물학자가 식물도감을 펴내면서 까치수영으로 잘못 옮겨 적는 바람에 까치수영이라는 이름도 이명으로 사용한단다.

산길에는 보통 길가나 풀밭에서 보이는 닭의장풀도 보인다. 어떻게 한북정맥 능선까지 올라왔는지 모르겠다. 분홍색 동자꽃도 그 색감 때문에 금방 눈에 띈다. 아주 먼 옛날 높은 산 암자에 노스님과 동자승이 살고 있었다. 어느 겨울날 노스님은 양식을 구하러 마을에 내려갔는데 큰 눈이 내려 길이 끊기고 말았다. 동자승은 이제나저제나 노스님을 기다리다 그만 얼어 죽고 말았다. 뒤늦게 돌아온 노스님은 몹시 애통해하며 양지바른 곳에 동자승을 묻어주었는데 그곳에 동자승의 해맑은 얼굴을 닮은 동그란 꽃이 피어났다. 동자승에 대한 애잔한 전설은 지금도 꽃을 보는 이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까치수영ⓒ시민기자 서상경 
▲시계방향으로 동자꽃, 닭의장풀, 잔대ⓒ시민기자 서상경

광덕고개에서 1시간 만에 백운산 정상에 닿았다. 해발 903m이지만 그리 높게 생각되지 않았던 것은 능선을 따라 걸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사방으로 조망이 잘 된다. 북쪽으로 광덕산(1,046m), 동쪽으로 화악산(1,468m), 남쪽으로 국망봉(1,168m) 등의 걸출한 산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리고 서쪽으로는 각흘산과 명성산, 관음산 등 포천의 명산들이 즐비하다.

우리나라에는 백운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들이 많지만 영평 백운산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많은 기록을 남겼다는 산이다. 김창협이라는 분은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서 은둔생활을 했고 허겸이라는 분은 호를 백운산인이라 할 정도로 백운산을 사랑했다.

▲백운산 정상표석ⓒ시민기자 서상경
▲시원한 조망ⓒ시민기자 서상경

백운산 정상에서 흥룡사 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거리는 4km. 이곳 하산길에는 야생화가 그리 눈에 띄지 않고 대신 흰구름 떠가는 조망이 매우 아름답다. 그리하여 흥룡사에 도착한다. 동국여지승람에는 백운산 백운사로 나와 있는데 1911년쯤부터 흥룡사로 바뀌어 불린다고 전한다. 흥룡사 앞 백운계곡은 포천의 선비 양사언 선생이 암벽에 선유담이라는 세 글자를 남겼다는 곳으로 선유담은 영평8경의 5경에 드는 아름다운 곳이다.

백운산 산행은 사시사철 언제 가도 좋은 산이다. 여름철에도 그리 힘들지 않게 여유있는 산행이 가능한데 능선에서 만나는 야생화는 가족 산행의 최적지임을 말해준다. 꽃을 만나 인사하고 그 유래도 더듬어보면 자연체험이 저절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산행 후의 백운계곡 물놀이는 금상첨화다.

▲백운계곡ⓒ시민기자 서상경


* 백운산 산행정보

- 광덕고개-정상-광덕고개의 원점회귀코스 6km, 3시간

- 광덕고개-정상-흥룡사의 능선코스 8km, 3시간 30분

- 광덕고개-정상-도마치봉-흥룡봉-흥룡사 12km, 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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