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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에 살어리랏다
2021-11-09 조회수 : 3416
시민기자 서상경


포천시 신북면에는 두 산줄기가 감싸고 있는 마을이 있다. 왕방산 국사봉 줄기와 동두천시 소요산으로 흘러가는 산줄기가 산악지형을 이루어 포천에서는 보기 드문 오지에 속하는 곳 신북면 금동리다. 다행히 요즘은 368번 지방도 주변에 허브아일랜드와 나남수목원, 신북온천 등이 있고 금동계곡에는 포천치유의 숲과 어메이징 파크가 생겨 교통량이 늘면서 사람들의 방문도 잦아져 한적함은 면했다. 금동리의 지동산촌마을은 2007년 행정안전부의 정보화마을로 지정되기도 했는데 금동2리 임순재 이장(78)을 만나 마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금동2리 마을 입구ⓒ시민기자 서상경 
▲조용하고 한적한 금동리ⓒ시민기자 서상경

1970년대에 처음으로 시내버스 노선이 생겼다는 금동리다. 살아가는 게 불편하지 않았을까. 임순재 이장은 6.25전쟁 때 아버지를 따라 월남하여 이곳에 정착했다고 한다. 포천읍 30리, 동두천 30리, 전곡 30리로 어느 쪽으로 나가도 만만찮은 거리인데 생활필수품은 그나마 고개를 하나만 넘으면 되는 동두천장을 주로 이용했고 시내버스 노선이 생기면서 포천장을 자주 다니게 됐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에 산골 동네로 시집온 부인이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한때는 인구가 많았지만 이제 금동리는 원주민 60여 가구에 120명이 오순도순 살아간다. 젊은 사람들은 모두 도시로 빠져나가고 남은 주민들의 80%는 60대 이상의 고령자들이다.

▲은행나무ⓒ시민기자 서상경 

금동2리 마을 안쪽 웃말에는 이 마을을 상징하는 은행나무가 서 있다.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은행나무 위쪽에 신라 호족이 살았다는 고옥(古屋)이 있어 은행나무를 정자나무로 심었으리라는 이야기가 전해오지만 정확한 연유는 알지 못한다. 높이 32m, 둘레 약 8m 20cm인 거대한 은행나무는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과 희로애락을 같이 해 온 정자목인데 왕방산 국사봉에서 사냥을 즐기던 이성계가 저만치 보이는 황금빛 은행나무에 이끌려 마을로 내려왔다가 이곳 고옥에서 잣죽을 먹었다는 얘기도 남아 있다.

왜 잣죽을 먹었을까? 산으로 둘러싸인 금동리는 오래전부터 마을 주변으로 잣나무가 자생하는 지역이었다. 아름드리 잣나무가 무성했지만 6.25전쟁 때 유엔군들이 대부분 잘라 전쟁 물자로 사용하고 남아 있던 어린 묘목이 자라 오늘날의 잣나무 숲을 이루고 있는데 한반도 자생 잣의 원산지라는 명성에 걸맞을 정도로 잣 수확량도 많다. 오늘날 가평 잣이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청산 잣 하면 알아주었던 것이다. 그러한 잣의 산지였기에 이성계도 잣죽을 먹을 수 있었고 이후에도 포천 잣은 임금님의 진상품이 되었다고 전한다.

▲잣을 이용한 과자ⓒ시민기자 서상경

하지만 요즘 지동산촌마을은 고민이 많다. ‘도시민들에게 고향을 만들어드린다’는 슬로건을 앞세워 지동산촌생태 정보화마을을 이끌고 있지만 마을 주민 대부분이 고령자이기 때문에 벅차기만 하다. 올해 70세인 정보화마을 이관영 위원장 자신이 오히려 젊은 축에 속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체험객이 줄고 활성화에도 지장이 많지만 상품의 품질 향상 및 판로 확보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이곳의 자생잣은 타 지역의 잣보다 크기가 잘고 씹을수록 고소하며 물리지 않아 인기가 좋다. 또한 국내 유일의 잣잎 액상차를 개발하였고 잣잎 에센스 오일과 잣잎 추출물 제품도 판매 중인데 다만 마케팅이나 정보교환에 젊은 사람들보다는 어려움이 많다고 느낀다.

▲임순재 마을이장(좌)과 이관영 정보화마을 위원장ⓒ시민기자 서상경
▲잣숲캠핑장ⓒ시민기자 서상경

지동산촌생태 정보화 마을에서 요즘 관심을 가지고 펼치고 있는 사업은 잣숲캠핑장이다. 은행나무에서 5분 정도 걸어 올라가니 잣나무 숲속에 캠핑장이 마련되어 있는데 분위기가 좋았다. 마침 주말을 맞아 서울에서 캠핑을 왔다는 젊은 부부는 인터넷 검색으로 조용하고 힐링 되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고 찾게 되었다고 했다. 캠핑장은 최근에 조성하여 널리 알려지지 않았음에도 알음알음으로 찾아온 것이다. 위쪽으로 두세 팀이 더 있었다.

또 단풍이 곱게 내려앉는 산자락에는 둘레길이 있었다. 오래전부터 임도로 개발된 길인데 마을을 한 바퀴 돌며 산책하고 여유 있는 시간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몇 해 전 지동산촌마을에서 둘레길 축제 행사를 개최한 적이 있었는데 1000여 명이 찾아와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한다. 그런 면에서 둘레길을 활성화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포천 치유의 숲에서 이곳까지 둘레길 조성계획까지 있다고 하니 기대를 해볼 만하다.

▲캠핑장의 여유있는 하루ⓒ시민기자 서상경 
둘레길에서 만난 단풍

▲둘레길에서 만난 단풍ⓒ시민기자 서상경 

지동산촌 정보화마을 이관영 위원장은 내년에 위드 코로나 시대가 되면 지금보다는 형편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 자신했다. 지동산촌마을에서는 잣나무 목공예실을 열어 소품 만들기, 동물과 곤충 만들기, 미니장승 만들기 등을 진행하며 잣 잎 찐빵과 쿠키 만들기, 고구마 수확체험, 잣 줍기와 잣 까기, 숲 해설 프로그램까지 계획하고 있었다. 그래서 농촌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지동산촌마을을 짊어질 젊은 인재가 들어와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신북면 금동리는 이제 오지의 산촌마을이 아니며 커다란 꿈을 꾸고 살기 좋은 마을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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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된 의견글 1
  • 유재현 2021-11-17 삭제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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