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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
다리의 수명을 다한 영노교를 바라보며
2013-07-23 조회수 : 4664


비가 참 많이도 온다. 물은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르는데, 이 많은 물은 다 어디로 갈까? 포천 북부와 강원도 철원, 그리고 그 위 지역에 떨어진 비가 모이는 곳은 한탄강이다. 집중호우가 내리면 한탄강의 웅장한 협곡 사이로 흙탕물이 빠르게 흐른다. 7월 둘째 주에 비가 많이 내렸다. ‘한탄강은 괜찮을까?’ 걱정이 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13일 관인면 늘거리와 창수면 운산리를 잇는 영노교가 통제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곳을 다니는 차량은 영노교가 아닌 얼마 전까지 공사를 한 새 다리로 지나게 되었다.

집중호우로 개통을 앞당기게 된 새 다리는 영노교에 비해 훨씬 크다. 영노교를 지나기 위해서는 회전구간이 많은 늘거리 앞길을 지나야 했는데, 새 다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래서 영노교를 다닐 때와 비교해 한탄강을 건너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차 타고 다니는 사람 입장에서 길이 좋아지고, 시간도 단축되는 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을까. 새 다리로 다닌 지 고작 열흘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어느덧 영노교는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새 다리에서는 영노교가 보이지 않기에 앞으로 더욱 그럴 것이다.

지금 있는 영노교는 1994년에 완공된 다리다. 당시 영노교는 기존에 있던 다리와 비교해 크고 세련된 것이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영노교는 어느덧 옛 것이 되고 말았다. 그 위로 곧게 뻗은 새 다리를 보니 영노교가 초라해 보였다. 또 한탄강 물이 영노교 높은 곳까지 치고 올라와 아슬아슬해 보이기도 했다. 새것이 생기니 옛것은 금방 관심 밖으로 사라질 위기에 쳐했다. 또 한탄강댐이 완성되면 영노교는 물에 잠기고, 기억 속에서는 물론, 그 존재도 사라질 예정이다.


문득 영노교가 보고 싶었다. 이곳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영노교에 대한 추억이 많다. 대학 합격 소식을 들고 건넜고, 군대 휴가를 나와 설레는 마음으로 건넜다. 오랜 서울 생활을 접고 내려올 때 건넜으며, 결혼식을 올린 날에도 영노교를 건넜다. 이밖에도 좋은 추억이 많다. 영노교를 지나며 한탄강의 멋진 풍경을 보고 탄성을 내뱉은 것도 여러 번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그런 영노교를 지나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빠르고 편한 길을 선호할 테니까 말이다.

영노교 앞에 서서 세상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세대다. 가전제품, 통신기기는 물론이고 유행하는 문화도 마찬가지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옛것의 고마움을 쉽게 잊는다. 새로운 것이 주는 편리함은 옛것의 가치를 빨리 잊게 만든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지금을 만든 고마운 사람들, 지금껏 만나온 소중한 사람들이 현재의 이익에 의해 버려지고 잊힌다. 그동안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다 기억 속으로 사라진 모든 존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고맙습니다.”

시민기자 안효원(mmb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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