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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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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미 연꽃마을에서 받은 선물
연꽃을 닮은 어르신들을 만나다.
2019-07-23 조회수 : 5166

시민기자 유예숙


‘활력 콸콸’, ‘매력 철철’, 칠월의 비 오는 여름은 핑크 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어주는 사랑스러운 사계절의 연인이다. 남편 휴일이 되면 기대되고 설렌다. 날씨에 상관없이 함께 카메라를 들고 길 나섬이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데 오늘도 예외 없이 설렌다.


ⓒ시민기자 유예숙

“울미 연꽃마을 갈까?”
"나 먼저 나가 있을 테니 준비하고 나와"

비도 오니 가까운 곳으로 가자기에 울미 연꽃 마을을 얘기했다. 남편은 말 떨어지기 무섭게 점심 먹을 생각은 안중에도 없이 카메라 가방 들고 먼저 나선다.

‘와아~ 세상에나' 연꽃 무리가 햇살의 눈 부신 만큼 환하다. 지난밤 내린 비로 갈증을 풀어서일까. 부슬부슬 떨어지는 비바람에 우리를 온몸으로 반기듯 연꽃은 물결처럼 일렁이며 얼쑤 장단을 맞춘다.

꽃은 피었는지 지금 가면 볼 수 있을지 안고 나섰던 걱정은 어느새 바람같이 사라진다. 설렘과 기대 그 이상으로 대만족이다.


ⓒ시민기자 유예숙

“와 멋지다! 최곤데~”
“그렇지? 오길 잘했지?”


평소 리액션에 인색한 남편이 오늘은 후하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치 내가 가진 귀한 것을 내어준 것처럼 뿌듯하고 자랑스러워 맞장구를 쳤다.

사냥터에 온 듯, 카메라를 들고 살금살금 발길을 옮긴다. 서치라이트 비추듯 눈으로 레이저를 쏜다. 매력적인 꽃 하나하나 카메라에 다 담아두고 싶은 욕심에 사냥꾼이 된다. 남편과 함께 온 것도 잊은 채, 셔터 누르기만을 반복한다. 그러다 생각난 듯 “여기 괜찮은데 여기서 같이 찍을까?” 인증 사진을 찍기 위해 말을 건 건넨다. 비도 오기 시작하고 점심도 거른 채 왔으니 서둘러 갈 생각으로.




ⓒ시민기자 유예숙

“너무 예쁜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 빗방울은 점점 굵어지는데”
“인증 사진 찍고 조금 더 있다가 가자”


걱정 반, 머무르고 싶은 마음 반으로 남편의 의중을 묻는 소리에 남편은 조금 더 있자고 한다. 이 멋진 풍경을 우리 부부만 보기엔 아깝다고 생각하며 즐기는 사이, 어르신 무리가 도착했다. 전세 낸 듯, 둘만 있다가 함께 봐 줄 분들이 오니 반갑고 기쁘다. 나들이 온 분들이 어디서 오셨는지 꽤 여럿이다.



ⓒ시민기자 유예숙
 
출사지에 가면 생판 모르는 사람들의 단체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묻지도 않는데 나서곤 한다. 매번 선심을 베푸는 오지랖에 남편은 제발 그러지 말라고 만류함에도 늘 그런다.

“단체 사진 속에 혼자만 없으면 서운하잖아. 그 사람에겐 선물이고”
“그건 네 생각이고. 글쎄 그걸 왜 신경 쓰냐고. 부탁하면 들어주던지. 굳이 먼저….”


남편의 말도 맞다. 이왕이면 잘 찍어주고 싶어 요리조리 여러 장 찍어주면, 시간도 걸리고 오해하는 일도 생길까 염려함이다. 그래도 매번 오지랖 떠는 이유는 멋진 사진은 기본, 덤으로 타지에서 온 분이면 포천을 홍보하기 위함이다. 찍어드린 사진에 만족한 만큼 포천의 이미지도 떠오르길 기대한다. 사진 찍어드리고는 “포천에 또 놀러 오세요”라거나 “포천 기억해주세요”라고 덧붙인다. 찍어 준 사진이 맘에 든다며 고맙다고 할 때, 또 한 번 녹음기처럼 외친다. “포천에 꼭 놀러 오세요”


ⓒ시민기자 유예숙

“다 같이 찍으세요. 제가 찍어드릴께요”

어르신들이 단체로 사진을 찍으려는 찰라. 기회를 포착했다. 오지랖에 시동을 걸며 선심 쓰듯 말하니 흔쾌히 수락하신다. 어디서 오셨냐는 물음에 선단동 노인대학 민요반에서 1학기 종강식을 마치고 식사 후 산책 오셨단다. 노인대학 학장님과 민요반 강사님 두 분 그리고 수강생들이라고 알려주신다. 지역 분들이라니 더 반갑다. 서로 사진도 찍어주며 ‘호호’ ‘깔깔’ 거리는 풍경을 보니 마음이 흐뭇하다.

“이왕이면 제 카메라로 사진 찍어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다들 좋아하신다. 귀가 후 보내드리겠다고 연락처를 물으니 김단율 강사라며 민요반 자랑을 하신다. 포천시 노인대학 중에서 민요반은 선단동 하나라고. 그 자부심에 어르신 수강생들이 2학기 마치면 민요 발표도 하고 봉사도 하겠다는 일념으로 ‘열정 팡팡’ 최선을 다하고 계시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도 배우려는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건강하게 활동하는 모습이 멋지다. 두려움에 망설이며 용기 못 내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시민기자 유예숙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연꽃 풍경과 함께 어르신들의 표정이 아른거린다. 고령화 시대 고독사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현실에도 이런 분들이 계신다는 게 참 다행이다. 백세시대, 모두 행복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눔과 봉사로 더불어 행복해지고 싶어 노력하는 삶을 실천하는 분들이라니 멋지다.

뿌리와 잎, 꽃과 열매로 또 생을 마감하며 시들어가는 풍경까지도 다 내어주는 연꽃과 무엇이 다른가. 어르신들의 주름 가득한 얼굴과 진흙에서 밀어 올린 화사한 연꽃이 내 눈에는 왜 이리 닮아 보이는 걸까? 선물 같은 연꽃과 어르신들을 닮고 싶다.

*울미 연꽃마을
- 경기도 포천시 군내면 꽃배산길 86 울미 연꽃마을 다목적 체험관 연화정
- 홈페이지 http://포천울미연꽃마을.com


ⓒ시민기자 유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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