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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리 산성은 누가 왜 축조했을까?
2020-01-16 조회수 : 5850

시민기자 서상경

포천시의 남쪽 울타리는 제법 규모 있는 산줄기가 둘러싸고 있다. 수원산-죽엽산-노고산-축석령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이다. 그 산줄기의 가운데 노고산을 중심으로 고모리 산성이 자리하고 있다. 오늘날의 교통로는 43번 국도를 따라 축석령을 넘는 길인데, 외진 곳의 고모리 산성은 누가 무슨 이유로 축조한 것일까?


▲포천 고모리 산성 안내판ⓒ시민기자 서상경

고모리 산성에 오르는 가장 편안한 길은 고모리에서 직동리로 넘어가는 고갯길 비득재다. 비득재에는 두 산을 잇는 생태통로가 조성되었다. 이곳에서 오른쪽 노고산 정상 방향으로 올라간다.

노고산으로 오르는 산길은 호젓한 숲길이다. 정상에 닿는 30분 동안 산성의 흔적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아마 오래전에 폐성이 된 후, 사용된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고문헌의 기록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비득재ⓒ시민기자 서상경

다만, 2001년 단국대 매장문화재 연구소에서 포천 고모리 산성 지표 조사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고모리 산성은 3세기 초에 쌓은 한성백제의 산성이며 지금까지 조사된 남한지역 산성 가운데 가장 오래되었다고 기록했다. 서기 200년 무렵에 축조가 끝난 송파 풍납토성과 거의 같은 시기라는 것이다.

이곳에서 출토된 유물도 조선 시대 백자 조각 한 점을 제외하면 800여 점 모두 한성백제로 드러났다. 또한, 성 내부에서 대형 건물지와 7개의 건물지가 드러났고 성벽 주변에서 여러 점의 쇠화살촉과 쇠칼이 수습되었다고 했다.


▲노고산 오름길의 돌무더기ⓒ시민기자 서상경

왜 하필 이곳 노고산에 산성을 쌓았을까? 옛 교통로와 관련이 있다. 비득재는 북쪽의 철원지역과 한강 유역을 연결하는 중요한 교통로였다. 비득재를 넘으면 광릉 내-퇴계원-구리 아차성-광나루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서울을 중심으로 교통로가 펼쳐져 있지만, 당시에는 한강 유역의 백제와 관련이 컸던 셈이다.

따라서 북쪽에서 남쪽으로 진출하려는 세력이나 남쪽에서 북쪽으로 진출하려는 세력은 모두 비득재를 이용해야 했다. 고모리 산성은 이와 같은 교통의 요지를 방어하는 목적에서 축조된 성이었다.


▲노고산 정상 표석ⓒ시민기자 서상경

노고산 정상(380m)에 오르니 포천의 넓은 들판이 잘 조망된다. 공터의 안내판 하나가 이곳의 사정을 말해준다.

“고모리 산성은 고모리에서 직동리로 통하는 비득재(해발 254m) 위의 노고산에 자리 잡고 있다. 정확한 성벽을 확인하는 것은 어려우나 전체 둘레는 822m이고 대부분 흙으로 쌓은 토성이다. 성의 전체적인 형태는 남북으로 긴 변형된 직사각형 형태로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은 형상을 하고 있어 남쪽에서 북쪽으로 침입하는 적을 방어하기 위한 산성으로 판단된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침입하는 적을 방어하기 위한 산성이었다면 고구려가 쌓은 것이어야 맞다. 그런데 3세기 초 한성백제의 산성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출토된 토기편으로 백제의 것으로 단정한 것이다. 하지만 고구려는 광개토대왕 때 백제를 공략하여 포천지역을 완전히 장악했고 고모리 산성은 한동안 고구려를 위한 전방위 성으로 기능하였다. 그러므로 고모리 산성은 백제-고구려 순으로 차지했고 신라가 한강 유역을 점령한 이후부터는 쓰임새가 거의 없었다고 하겠다.


▲북쪽 조망ⓒ시민기자 서상경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고모리 산성이었지만 오늘날 복원계획이 없는 것은 무척 아쉽다. 주변에는 국립수목원과 고모리 저수지가 있고 문화의 거리도 있어 이들을 연계하면 포천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연결고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도에서 조성하는 광릉숲 생물권보존지역 둘레길이 이곳을 지나면서 4코스 고모산성길로 명명했다.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대신한다.

*고모리 산성 정보
- 주소 : 포천시 소흘읍 고모리 산64번지
- 지정번호 : 경기도기념물 제85호
- 교통편 : 포천교통 1번(장승거리~고모리~무림리), 따복 86번, 86-1번(송우초교~고모리~직동리)

*참조: 『고모3리 마을사』(포천시 소흘읍 고모3리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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