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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우리길 산책으로 코로나 블루 이겨요!
물빛과 숲이 아름다운 멍우리길
2020-03-25 조회수 : 7841

시민기자 유예숙

징검다리가 자주 물에 잠겨 가지 못했던 포천 한탄강 멍우리길을 떠올리며 길을 나섰다. 여러 날이 지난 오늘은 괜찮을 거라고 믿고 호기롭게 발걸음을 뗀다. 미끈하게 내리꽂힌 계단을 내려가 표지판을 보고 우측으로 돌면 주상절리와 흐르는 강물을 볼 수 있다. CCTV 설치물을 지나 고운 모랫길을 따라 5분 남짓 걷다 도착하는 곳이 멍우리길의 징검다리다.

오늘은 징검다리를 건널 수 있겠지 하고 바라보니 강 건너 한 커플이 앉아있다. 징검다리 위로 물이 찰랑찰랑 흘러 운동화를 신은 채로 건너기는 무리인 듯싶다. 날도 따뜻하니 신발을 벗고 건너자 제의했더니 말 끝나기가 무섭게 남편이 실행한다.


▲멍우리길 징검다리ⓒ시민기자 유예숙

되돌아가기 싫었나 보다. 서슴없이 양말을 벗고 징검다리 물이끼를 닦으며 조심해서 따라 오라 한다. 발이 물에 닿는 순간 차가웠지만 걸을만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얼마쯤 가지 않아 발의 감각이 무뎌졌다.

“안 되겠어! 못 가겠어.”

물이끼에 헛디딜까 걱정된 난 시린 발 움켜쥐며 소리치며 나왔다. 돌아온 남편은 생각난 듯 차에서 장화를 가져다주었다. 장화를 갈아 신고 건너니 수월하다. 산책을 위해 운동화로 바꿔 신고 장화를 보물처럼 바위틈에 숨겼다. 징검다리 건너가서 본 협곡의 풍경은 주상절리와 물빛이 어우러져 장관이다. 이런 풍경 속에 있으니 속이 후련해진다.


▲멍우리길 잣나무 숲ⓒ시민기자 유예숙

걷다가 도착한 잣나무 숲에 앉아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나무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눈 부신 햇살, 나무 사이에 드리운 그림자, 키 큰 나무와 하늘. 멀리 보이는 주상절리와 강은 덤이요. 삼림욕은 거저다. 볼거리와 휴식으로 얻는 편안함에 마냥 있고 싶어진다.

“여기 주인은 누굴까”
“여기 있는 우리가 주인이지”


▲멍우리길 잣나무 숲ⓒ시민기자 유예숙

장난스럽게 묻는 말에 남편은 엉덩이를 툭툭 털며 일어서며 말한다. 쭉 뻗은 길을 기분 좋게 걷노라니 잣 두 송이가 발에 챈다.

“형제 잣 송아리 주인 찾아 헤매나 봐”
“그게 아니라 재들도 집 나왔겠지~ 우리처럼”


▲멍우리길ⓒ시민기자 유예숙

봄이 느껴지는 물빛에 바람도 떠미니 발걸음도 가볍다. 인적 드문 산속 생강나무 노란 꽃이 햇살에 샤워하며 봄 마중하듯 반긴다. 발길 멈춰 잠시 돌아보니 꽃 맛집처럼 생강나무꽃이 많다. 겨울잠 깨어 집 나온 돌덩이가 길을 막아도 반갑고 밟히는 낙엽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리듬처럼 들린다. 꼬불거리는 길은 리듬 타듯 운치 있고, 언덕길은 쉬엄쉬엄 가서 좋고, 쭉 뻗은 길은 멀리 볼 수 있어 좋다. 무한 긍정의 시간을 느끼며 오게 된 곳 멍우리교다. 명우리 협곡 명승 제94호 표지판도 함께 있다.


▲멍우리길 생강나무꽃ⓒ시민기자 유예숙

멍우리교에서 보이는 풍경은 시원하다. 파란색을 칠한 듯한 하늘과 옥색 물감을 풀어 놓은 것 같은 강물, 조각 작품 같은 주상절리와 파릇한 소나무, 구불구불 이어지는 협곡의 선. 걸을 때마다 살짝 흔들리는 다리까지 재미있다. 걷기 시작하니 봄을 알리는 냉이와 원추리, 오리나무꽃 등 이름도 모르는 파릇한 풀들이 길동무가 된다. ‘공사 중 길 없음’ 표지판이 나오지만 길은 막히지 않아 조금 더 가본다. 화적연 3.7km라고 쓰인 곳으로 걷다 보니 공사 중이라 더는 갈 수 없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섰다.


▲한탄강 주상절리길 표지판ⓒ시민기자 유예숙


▲올 때 지나치며 보지 못했던 것들ⓒ시민기자 유예숙

돌아오는 길은 목적지를 향해 가느라 못 보았던 것들이 눈에 띈다. 나무에 기생하여 자라는 버섯, 건너편에 움푹움푹 파인 구멍들 강 건너편에 놓인 다리와 새들. 쉬어 갈 생각에 강가로 다가가니 푸드덕 새들이 놀란 듯 날아갔다. 이곳 주인을 방해한 것 같아 괜히 미안해진다. 강가에 서서 산 그림자가 길어질 때까지 있다가 일어났다.

올 때는 해를 등에 지고 왔다면 지금은 해를 안고 가는 시간이다. 올 때 지나치며 보지 못했던 것들이 더 보이고 들린다. 밀양의 빛을 받으며 꿋꿋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이끼, 쭉쭉 뻗은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소리. ‘휘리릭~휙~’ 휘파람 소리처럼 들리는 바람 소리는 또 다른 힐링이다. 고요한 적막감 속을 걷다가 들려오는 강물 소리에 귀를 쫑긋한다. 보석처럼 빛나는 윤슬 구경에 빠져 시간 흐름을 잊고 있었다.


▲보석처럼 빛나는 윤슬(반짝이는 잔물결)ⓒ시민기자 유예숙

“해 넘어간다. 가자”

남편의 소리에 숨은 보물 찾듯 장화를 꺼내 신고 징검다리를 건너 집으로 향했다.

코로나19로 마음 답답하고 불안한 코로나 블루 잊게 할 산책을 강추한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힐링하는 멍우리길이다. 코로나19로 일상의 순간이 정지되니 평소의 작은 일상들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 알게 된다. 하루빨리 종식되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한탄강ⓒ시민기자 유예숙

*멍우리길 정보 및 주의사항
-  멍우리 협곡 캠핑장 가기 전 철조망 앞에서 우회전하여 주차하고 주상절리 안내표지판을 참조.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사정리 산 583번지)

- 징검다리 물 범람 시 주의. 물이끼 등으로 미끄러워 위험.
- 해빙기 이후라 낙석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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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된 의견글 4
  • 포천시청 2020-08-22 삭제
    감사합니다!
  • 포천시청 2020-08-22 삭제
    감사합니다!
  • 믿빠 2020-08-11 삭제
    한탄강의 숨겨진 보석들을 찾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주 백패킹은 한탄강 멍우리길 어간에서 ㅎ
  • 장미경 2020-03-25 삭제
    포천에 멍우리길이 참으로 아름답네요. 상상이 가능하게 쓰신 글이 자세하고 감성적인 마음에 행복이 가득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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