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문화&관광

  • 시민기자
  • 문화&관광
한탄강 벼릇길의 색 고운 봄
2020-05-29 조회수 : 6557

시민기자 유예숙


ⓒ시민기자 유예숙

사방이 봄 색으로 물들어 새색시 연두 치마가 연상되는 풍경이다. 며칠 전 내린 비에 물이 오른 걸까. 휜 도화지에 파릇한 싱그러움을 칠하고 나뭇가지 몇 개 꽂은 듯하다. 공기마저 산뜻하니 눈이 시원하고 코 평수가 늘어난다. 산 깊숙한 곳 강가에 자리하니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한 길, 간간이 ‘삑삑’, ‘찍찍’, ‘호로록’ 다양한 새소리가 정적을 깨기도 한다. 온통 파릇함에 심취에 걷다 보면 당당하게 뽐내며 꽃이 피어있다. 아름다운 자태 그냥 갈 수 없어 한 컷 담으려니 바람이 시샘하듯 마구 흔든다.


ⓒ시민기자 유예숙

곧게 뻗어 트인 길을 걷다가 지루할 틈 없이 구불구불 휘어진 길에 시선이 멈춰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바람이 살랑이며 공기의 흐름을 바꾸듯, 향긋한 꽃 향을 전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시샘한다고만 생각했던 바람이 예쁜 짓을 하는 순간이다. 낯선 향에 끌려 주변을 살피며 멀리서 오는 향일까 아닐까 점쳐 본다. 기분 좋은 향수 향처럼 느껴지는 벼릇길의 봄 매력이다.


ⓒ시민기자 유예숙

벼릇길의 많은 나무 중에 유독 또렷한 이목구비로 시선을 끄는 내리막길 단풍나무가 주인인 양 춤추듯 나풀대며 반긴다. 경사진 오르막 내리막이어도 걷기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수월하다. 길 왼쪽과 오른쪽에 서로 다른 나무가 시선을 끈다. 왼쪽은 소나무요 오른쪽은 연리지 같다. 특별할 것도 없을 것 같은 길에 보이는 모든 것이 특별하고 사랑스럽다.

편하게 걷다 보니 신갈나무 아래 ‘한탄강 주상절리길 부소천 1.4km’ 표지판이다. 벼릇교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휘어진 꼬부랑길이 궁금해 발길을 재촉한다. 앞서가던 사람이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왜 그럴까 바라보니 시선이 머문 곳은 뚫린 나무구멍이다. 이유를 묻자 새의 보금자리일 것 같아 궁금해서라고 한다. 보이지 않은 구멍을 망원경으로 바라보며 사뭇 진지하다. 별 관심 없는 우리는 바람 타고 오는 출처 모를 향을 맡으려 들숨 날숨을 반복하며 걷는다.


ⓒ시민기자 유예숙

향기의 출처를 찾으려다 바라본 하늘에는 소나무가 검정 우산을 펼친 모양같은 구름이 보였다. 아직 봄을 맞이하지 못한 듯한 앙상한 자작나무를 지나가니 애기 똥 풀꽃이 만발한 꽃길이 나온다. 이름은 그래도 무더기로 반겨주니 눈이 호강이다. 각가지 꽃 속에 벌들이 바삐 움직인다. 흰 제비꽃, 별 모양의 하얀 꽃, 둥굴레, 엉겅퀴, 민들레꽃 철쭉꽃 등 이름 모를 꽃 속에 앵두 같은 빨간 열매까지도 산책길의 즐거움을 준다.


ⓒ시민기자 유예숙

제법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다람쥐를 만났다. 숨을 헐떡이며 올라야 할 언덕길 오르기 전 다양한 포즈를 취해주는 다람쥐를 보며 쉬어가는 맛도 쏠쏠하다. 뱀 주의 표지판을 지나니 붉은 병 꽃이 기다려 눈 호강이다. 조금은 헐떡이며 언덕길을 오르면 기울어진 소나무가 맞이하는 벼릇길 전망대와 벼릇교다.


ⓒ시민기자 유예숙

전망대에서는 탁 트인 협곡 사이로 굽이쳐 흐르는 물과, 주상절리에 핀 수달래를 바라보니 마음의 후련하고 시름을 잊게 된다. 소나무 두 그루가 문지기로 반기는 벼릇교에서 협곡을 바라보고 다리 아래를 보니 아찔하다. 계곡의 깊음을 실감하며 발길을 옮겨 철쭉꽃이 만발한 벤치에 앉아 쉬었다. 이꽃 저꽃 갈아타며 바쁜 나비도 보고 한가롭게 대화를 나누었다. 봄을 제대로 느낀 산책길이다.


ⓒ시민기자 유예숙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들강아지에서 떨어진 잔재물이 눈송이처럼 날리니 낭만적인 드라마의 엔딩이 눈앞에 나타난다. 생활적 거리 두기로 아직은 조심해야 하지만, 잠시나마 다 잊고 자유로운 벼릇길을 추천한다. 아이, 어른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벼릇길에서 모든 이가 색 고운 봄을 만나 힐링하길.

*벼룻길
-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사정리 583번지에서 하차.
- 한탄강 주상절리길 표지판 보고 부소천교 방향으로 시작.

 

OPEN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본 공공저작물은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목록보기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해 주세요.
평가 6명 / 평균 3.5
의견글 작성
의견글을 작성해 주세요.
최대 500자 / 현재 0자
  • 계산하여 답을 쓰세요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 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할 수 있습니다.
뒤로가기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