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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8.2 km를 걸어보자!˝
경기옛길 경흥길 개통
2021-12-22 조회수 : 2499

시민기자 서상경

 

드디어 경흥길이 개통되었다. 2021년 11월 20일이다. 경기문화재단 경기옛길센터에서 조선시대 실학자 신경준 선생이 집필한 역사지리서 ‘도로고(道路考)’의 6대로를 토대로 만든 역사문화탐방로 중의 하나다. 경흥길은 의정부시 망월사역에서 시작하여 경기도경계인 금강산 김화 표지석까지 총 89.2km를 8개 구간으로 나누었는데 대부분 포천시 영역을 통과한다.

쌀쌀한 날씨지만 제7일 영평팔경길 18.2km를 걸어보기로 했다. 출발지는 영중농협 버스정류장이고 도착지는 비둘기낭 폭포다. 버스 정류장에 세워놓은 안내도에는 소요시간을 5시간 30분으로 적어놓았고 난이도는 ‘보통’이다. 포천 명승지의 중심으로 불리는 영평팔경을 찾아가는 길이라는 코스명이 붙어 있다.

▲제7길 영평팔경길 안내도ⓒ시민기자 서상경

“경흥길이면 43번국도 따라 철원 방향으로 가면 되는데 굳이 거리를 배로 늘려서 힘들게 하는 이유가 뭐유?” 옆에서 아내가 입바른 소리를 한다. ‘역사문화탐방로라 하자너!’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잘못하면 입씨름하기 알맞다. 포천 영평은 오늘날 포천시 북부지역의 옛 이름이다. 예로부터 맑은 계곡과 빼어난 풍치가 많았던 모양이다. 특히 화적연, 금수정, 창옥병, 낙귀정지, 선유담, 와룡암, 백로주, 청학동 등 8곳의 경치가 뛰어나 영평8경이라 했다.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영평8경 중 처음으로 만난 곳이 낙귀정지다. 양문리 옆으로 흐르는 포천천 거사교 인근이다. 하지만 낙귀정지는 흔적조차 없다. “지금으로부터 약 300년 전 쯤 황씨라는 사람이 뛰어난 학문으로 영의정에 올랐다가 관직을 떠나 고향에 돌아와 정자 하나를 짓고 낙귀정이라 했다. 그 뒤 황씨는 나라를 배신한 신하라는 혐의를 받아 사약을 받고 죽었다. 황 씨는 무죄임을 항변하였으나 소용없었다.” 이후 정자는 사라지고 주춧돌만 남아 마을 사람들에 의해 구전으로 전해 내려온다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거사리 은잿마을 지나가는 길ⓒ시민기자 서상경

길은 거사리 은잿마을을 지나 영평천으로 이어진다. 영평천 둑길을 따라 금수정과 연결되어야 하는데 37번 국도를 우회한다. 하지만 조만간 이곳 영평천변은 완벽한 도보코스가 완성될 것이다. 포천시에서 38선 역사체험길 조성 공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수정은 조선 초에 건립되어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오래된 정자다. 주변 경관이 뛰어나서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방문하던 곳이었다 한다. 처음에는 소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우두정(牛頭亭)이라 했다가 봉래 양사언 선생에 의해 금수정(金水亭)으로 바뀌었다. 양사언은 포천 안동김씨의 외손이었으므로 안동김씨의 김(金)과 창수면의 수(水)를 따서 금수정이라 했으며 금수정 주변에는 한석봉의 ‘동천석문’을 비롯한 유명인의 글씨가 남아 있다.

▲영평8경의 제2경 금수정ⓒ시민기자 서상경

오늘 걷는 길에서는 약간 벗어나 있지만 영평8경의 하나인 창옥병이 금수정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벼랑으로 된 푸른 바위가 옥병풍처럼 벌여 있어 생긴 이름 창옥병. 조선 중기의 문신이었던 박순은 사직한 후 이곳에서 은거하다가 죽었으니 그를 기리는 옥병서원이 옆에 있다. 지금이야 어떤지 모르겠지만 영평8경 중의 제3경에 이름을 올린 명승지였다.

오가리 금수정을 둘러보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운산리 자연생태공원까지 4.9km 구간은 87번 국도를 따라간다. 왼쪽은 보장산이고 오른쪽은 불무산인데 그 사이에 오가천이 흐른다. 길가에 아담하고 이쁘게 생긴 보장초등학교는 학생 수 감소로 2015년 폐교되었고 지금은 적막감이 감돈다. 운산리 고개를 넘어서자 자연생태공원이 나오고 한탄강 구라이골 표석이 보인다.

▲운산리 구라이골 표석ⓒ시민기자 서상경

▲한탄강 제2하늘다리ⓒ시민기자 서상경

운산리 자연생태공원부터는 한탄강의 자연을 만나는 길이다. 포천과 연천 지역을 관통해서 흐르는 한탄강 일원은 2020년 7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면서 더욱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포천시에서는 이곳에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조성하여 이미 운영해오고 있었다. 영평팔경길은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따라가며 절경을 구경하라 한다. 구라이골 옆에는 한탄강 제2하늘다리 공사가 한창이고 주변 정리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

구라이골에서 비둘기낭 폭포까지 거리는 4km, 예전에도 한 번 걸은 바 있지만 오늘 다시 보니 새롭다. 가람누리 전망대까지 완공되어 있어 전망대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가관이다. “풍광이 증말 대단해요~” 감탄하는 아내에게 ‘그러니까 이쪽으로 길을 두 배로 늘려 냈지.’ 하려다가 참았다. 잘 참고 끝까지 왔는데 전쟁(?)나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한탄강ⓒ시민기자 서상경

▲가람누리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시민기자 서상경

▲비둘기낭 폭포 겨울채비ⓒ시민기자 서상경

드디어 종착지에 도착했다. 경흥길의 진수를 보여준 영평팔경길이었다. 지난 시대의 풍광은 없을지라도 오늘날 새로운 그림이 만들어지고 있는 현장을 목격했다. 좀 더 다듬어진다면 이 길은 많은 도보객들이 찾는 포천의 역사문화탐방로가 될 것이다.

 

<경기옛길 경흥길 코스>

제1길 사패산길(의정부 망월사역~의정부역) 8km
제2길 천보산길(의정부역~축석고개삼거리) 10km
제3길 축석고개길(축석고개삼거리~소흘읍행정복지센터) 8.5km
제4길 파발막길(소흘읍행정복지센터~포천시외버스터미널) 11.2km
제5길 반월산성길(포천시외버스터미널~신북면행정복지센터) 10.4km
제6길 만세교길(신북면행정복지센터~영중농협) 11.8km
제7길 영평팔경길(영중농협~한탄강지질공원) 18.2km
제8길 한탄강세계지질공원길(비둘기낭폭포~금강산김화표지석) 11.1km

 

<경흥대로와 경흥길>

경흥대로는 조선시대에 사용된 6대 간선도로 중의 하나다. 서울에서 관북으로 가는 큰 길이라는 뜻에서 관북대로로 불렸다. 여기서 ‘관’은 백두대간 철령고개를 말하는데 고려시대에는 국경의 관문 역할을 하였다. 경흥대로의 핵심적 기능은 군사적인 것이지만 조선시대에는 영토개척 지역이기도 했다. 또한 경흥대로는 누원점과 송우장에서 활동하는 북상들이 건어물과 삼베, 미곡, 약재, 건과, 면포 등을 한양으로 들여오는 상품 교역로였다. 특히 동해에서 잡히는 명태가 중요한 품목이었는데 그런 면에서 경흥대로는 물산 유통의 중심 노선이었다. 오늘날 43번 국도가 지나는 길이다. 경기문화재단 경기옛길센터에서는 경흥대로의 옛 노선을 연구하여 고증하고 원형 노선을 바탕으로 역사문화탐방로를 조성하였다. 도보자의 안전을 위하여 대체하는 길을 개척하여 89.2 km를 완성하였으니 경흥길이라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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