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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막국수
2015-11-29 조회수 : 4748
뇌경색과 암으로 투병 중이신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다. 연세도 연세지만 힘든 병마와 싸우고 있는 어머니는 평소에도 무척이나 힘들어 하셨다. 내가 그 고통을 얼마나 이해 할 수 있을까? 아마 1/10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날은 유난히 힘들어 하셨다. 하도 우시는 바람에 도통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진정하라는 말을 수도 없이 하면서 위로를 해 드렸지만 역시 찾아뵈어야 할 것 같아 다음날 일찍 본가가 있는 의정부로 향했다. 유난히 여위셨지만 그래도 직접 얼굴을 뵈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고, 누구나 울컥 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곧 괜찮아 지시려니 했다.

“다음에 나랑 포천에 잘 가던, 그 막국수 집에 가자!”

어머니께서는 집을 나서는 나에게 하신 말씀이다. 어릴 적 우리 다섯 식구는 자전거 3대에 나누어 타고 이 막국수를 먹기 위해 함께 길을 나서곤 했다. 아마 그 때 어머니는 지금의 내 나이보다도 젊으셨을 것이다.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간다는 기쁨은 지금이나 그 때나 다를 것이 없다. 우리 삼남매는 그 막국수를 무척 잘 먹었고, 맛나 했었다. 아마 어머니는 그 기억이 나셨나 보다.

 
▲어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막국수ⓒ시민기자 이정식 

하지만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어머니를 바로 모시고 나올 수 없었고, 나 역시 출근을 해야 하는 터라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내내 그 어릴 적 추억들이 새록새록 다시 떠올라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물론 지금 그 집은 전에 있던 자리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했고, 분위기나 맛도 조금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아주 어렸을 때에도, 내 아들인 어머니의 첫 손주를 보셨을 때도 우리는 그 집에 가서 막국수를 먹었다. 아마 나와 어머니에게 그곳은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추억이 담겨있는 곳일 테다. 그 추억을 열어주는 열쇠 같은 존재로 입에 착착 감기던 그 막국수를 생각하시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도 모르게 혼자 그 집으로 향하는 나를 발견했다. 겨울에 차가운 막국수를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식당은 한산했다. 그렇게 홀로 앉아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던 막국수를 허겁지겁 먹어댔다. 맛도 맛이지만 어머니가 하신 말씀도 있고 해서, 당장 내일이라도 어머니를 모시고 와야 할 것 같다.

▲날씨 탓에 한가한 막국수 집ⓒ시민기자 이정식

어머니가 더 오랫동안 막국수를 즐기실 수 있도록 좀 더 노력을 해야겠다. 눈발이 날리는 추운 겨울의 초입, 나는 그렇게 커다란 식당 안에서 한산하게 두 어 사람과 함께 어릴 적 먹던 그 막국수를 먹었다.

올 겨울은 많이 추우려나? 이번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이 집을 자주 오게 되지 않을까 싶다.

시민기자 이정식(jefflee20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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