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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청년 어부 은범 씨의 꿈
한탄강을 지키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2019-07-22 조회수 : 9215

시민기자 서상경

한탄강에 물고기를 잡는 어부가 있다. EBS <한국기행>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처음 알았다. 한탄강이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고 있는 문명화된 오늘날 한탄강의 어부라는 말이 퍽 낭만적으로 다가왔다. 한탄강 청년 어부 김은범 씨에게 전화를 했다.

“한탄강에서 어떤 물고기를 잡는지 직접 보고 싶습니다.”

대답은 시원시원하게 돌아왔다. 토요일 아침 8시까지 나오라는 거다. 약속 시각에 맞추어 나갔더니 화적연 인근에서 오늘 작업을 진행한다고 알려주었다.

“한탄강에도 물고기가 많이 있나요?”

봄이나 가을보다는 못하지만, 매운탕거리는 잡아 올린다고 했다. 며칠 전부터 화적연 인근에 삼각망이라고 부르는 그물을 쳐놓았는데, 오늘은 거기에 걸려든 물고기를 수확하는 날이다.


▲화적연 앞에서 보트를 타고 강으로 나가는 은범 씨ⓒ시민기자 서상경

“어떤 사람이 한탄강에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겁니까. 저도 가능합니까?”


태풍이 온다는 말에 마음이 바쁘겠지만, 명색이 시민기자가 궁금한 것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허가가 있어야 한단다. 포천을 흐르고 있는 한탄강을 몇 개로 나누고 시에서 구역마다 어업권을 내준 것이다. 은범 씨는 화적연에서부터 하늘다리까지가 자신의 구역이라고 한다. 그래서 물고기가 다니는 길목에 그물을 치거나 통발을 놓고 며칠 간격으로 거두러 다니고 있다.

“요즘같이 더울 때는 뭐가 많이 잡히죠?”

계절마다 큰 차이는 없으나 요즘같이 더울 때는 빠가사리와 장어가 많이 잡힌다. 빠가사리는 사투리이고 원래 이름은 동자개다. 물살이 느린 강이나 호수 바닥에서 주로 살아간다. 또 가을에는 쏘가리와 피라미, 마자로 불리는 모래무지가 잘 잡힌다. 겨울에는 물고기들이 햇볕을 받으려고 나들이 나왔다가 그물에 걸려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오늘 잡은 물고기들 – 쏘가리, 장어, 모래무지, 꺽지 등ⓒ시민기자 서상경

보트를 타고 화적연 아래쪽 삼각망을 한 바퀴 돌고 나니 물통에 물고기들이 제법 담겼다.

“잡은 물고기는 어떻게 하시죠?”

잡은 양이 많을 때는 인터넷으로 판매도 하지만 대부분 식당에서 손님들에게 내놓고 있다고 한다. 어머니가 오래전부터 청국장 식당을 하시다가 매운탕 집으로 간판을 바꾸고 손님을 맞고 있다. 그런데 식당 앞으로 지나가던 387번 지방도가 최근에 4차선으로 개통되는 바람에 식당은 외딴섬이 되고 말았다. 염치 불고하고 또 질문했다.

“그래도 원재료 값이 들지 않으니까 수입은 괜찮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순간 은범 씨는 아쉬운 미소를 지었다. 식당 수입이 미미해서 투잡을 하고 있단다. 주중에는 직장을 다니고 잠깐씩 짬을 내어 물고기를 거두어 식당에 내는 일을 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을 하고 있었다.

식당에 잠시 들렀다. 은범 씨의 어머니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내어주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가족사를 들었다. 은범 씨 아버지는 1968년도에 입대했다가 그해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 사건이 발생하자 훈련 중 차출되어 설악산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일명 현역병 설악산 개발단. 일종의 북파공작원이었다. 엄청난 훈련을 받고 제대 후에는 고엽제 후유증으로 물 좋고 공기 좋은 포천에 자리를 잡았는데 3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살아생전 한탄강 어업권을 취득했고, 아들인 은범 씨가 이어받은 것이다.


▲387번 지방도 외진 곳에 자리한 샛청가든 식당ⓒ시민기자 서상경

은범 씨는 오늘도 꿈꾼다. 한탄강의 청년 어부로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한다. 물고기 공부와 그물 치는 방법 등을 전수받은 지 1년. 아직은 서툴고 갑자기 내린 비에 그물을 잃어버리는 일도 있지만, 한탄강을 지키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좋다.

얼마 전 EBS <한국기행>(http://home.ebs.co.kr/ktravel/main)에 등장하고 얼굴을 알아주는 사람이 많아졌다. 전보다 식당 손님도 조금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투잡을 해야 두 자녀를 거느린 가장으로서 생계를 꾸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은범 씨의 꿈ⓒ한국기행 캡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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