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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시험을 쳤다!
월급 한 푼 벌자고 시작한 일, 막상 준비해 보니….
2019-11-19 조회수 : 4035

시민기자 서상경

*이 글은 요양보호사 시험에 응시한 영중면 김○○ 님의 실제 경험한 일을 듣고 글로 옮긴 것입니다.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내가 요양보호사가 되리라는 것을. 그 시작은 매우 단순했다. 먹고 살아야 하니 돈은 벌어야 하고 나이가 들어 직장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전봇대에 요양보호사 자격시험 응시생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았다. 그래! 요양보호사는 나이 들어서도 쉽게 할 수 있고 자격증을 따면 월급도 적지 않다고 했지.

요양보호사 양성 학원을 찾았다. 원장 선생님은 나중에 나이가 들었을 때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라도 자격증을 많이 따 놓는다고 했다. 남편이 아프면 내가 국가의 보조를 받으면서 돌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용기를 얻었는데 같이 간 친구는 요양보호사보다 사회복지사 시험을 치르겠노라 한다. 과목 수가 많고 실습 기간도 훨씬 길지만, 요양보호사보다 대우가 더 좋단다.


▲학원강의실ⓒ시민기자 서상경

학원비 48만 원을 내고 등록을 마쳤다. 하루 8시간씩 스파르타식 수업은 시작되었다. 요양보호사는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시험에 합격하면 자격증을 받는다. 총 240시간이다. 이론과 실기 160시간이고 요양기관에서의 실습이 80시간이다. 이론과 실기는 학원에서 하루 8시간씩 4주를 공부하면 마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만만치 않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업을 진행하는데 엉덩이가 아파서 자세는 흐트러지고 집중은 되지 않았다. 같이 공부하는 스무 명 남짓 동료들도 대부분 50~60대. 그들도 나와 비슷한 이유로 등록을 마치고 수업에 임했지만, 고통은 마찬가지였다. 쓰러지기 직전에 80시간이 끝났다.

현장실습은 모두 80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장기요양 시설에서 5일간 40시간, 주간 보호시설에서 2일간 16시간, 방문 요양 시설에서 3일간 24시간으로 구성되었다. 원장님 말씀~ “우리 학원의 이미지를 흐리지 않게 열심히 실습에 임해 주시고 앞으로 훌륭한 요양보호사가 되는 발판을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현장실습장에서 파이팅!ⓒ시민기자 서상경

그러나 정작 실습에 임하자 난감한 상황이 한둘이 아니다. 내가 지정받은 방은 네 분의 어르신이 계신데, 한 분만 거동이 가능할 뿐 나머지 세 분은 온종일 누워서 지내는 분들이었다. 식사시간이면 몸을 일으켜 세우고 보살펴드려야 했고 정작 일주일에 두어 번 목욕하는 날은 쉽지 않았다. 남자 어르신의 경우 몸을 닦는 일이나 옷을 능수능란하게 벗고 입히는 선배들의 모습에 비하여 난 쳐다보기도 민망한 일이었으니까.

내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기에 직접 돌보지는 못했고 시어머니도 집에서 보호를 받다가 마지막 몇 달 요양원에 계셨기에 내가 별다른 일을 해보지 않았다. 이곳에서 기저귀를 갈거나 목욕을 시키는 일 등을 처음으로 해보니 너무 불편하고 힘들었다. 아~ 돈 벌자고 시작할 일은 아니구나. 봉사하는 마음이 없으면 이 일은 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일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재가 방문실습ⓒ시민기자 서상경

장기요양 시설에서의 5일 실습은 끝나고 주간 보호시설로 나갔다. 장기요양 시설에 비하면 불편함이 적었다. 어르신들은 스스로 거동을 하셨고 무료하지 않도록 단체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보조역할을 하면 되었다. 어르신들은 아침에 자동차로 등원하면 즐겁게 지내다가 오후에 집으로 돌아가셨는데 그 과정에서 실수하여 넘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마지막 3일은 방문 요양 시설에서의 실습이었는데 혼자 계시는 어르신을 돌보는 일이었다. 혼자 거주하면 반찬을 만들거나 밥을 지어 드리면 되고 어르신 주변을 정리하면 되는 수준이라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선배들의 얘기는 그중에 요양보호사를 괴롭히는 어르신도 없지 않다고 한다. 일부러 집안일을 모아두었다가 시키거나 집안의 온갖 허드렛일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수업 때 이론상으로는 거부하라고 하였지만, 막상 닥치고 보면 하지 않을 수도 없다고 한다.


▲시험장 가는 길ⓒ시민기자 서상경

마치 딴 세상에 다녀온 것처럼 실습까지 모두 마쳤다. 드디어 필기시험을 치르는 날이 되었고 시험장이 있는 의정부로 나갔다. 정말 많은 사람이 요양보호사가 되기 위해서 시험장에 도착했다. 1교시 요양 보호론 35문제, 2교시 실기시험 45문제 도합 80문제를 60% 이상 득점하면 합격을 한다. 배운 대로 책을 들고 씨름을 했기에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으나 배운 것이 가물가물할 때면 애가 탔다.


▲시험시간표ⓒ시민기자 서상경

드디어 7월 26일 합격자 발표 날. 평소보다는 약간 긴장되었지만, 합격 소식은 생각보다 빨리 전해왔다. 그러나 앞으로의 일이 더 걱정이었다. 막연히 돈을 벌고자 요양보호사 시험을 응시했던 것은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병상에 누워계시는 어르신들은 누군가의 작은 도움을 절실히 요하는 분들이다. 이분들을 보살펴드리는데 어떻게 월급 한 푼 벌자고 이 일에 도전할 수 있을까.

요즘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다고 금방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생각을 좀 더 해보기로 했다. 마음의 준비가 되면 어르신들을 보살펴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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