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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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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추억을 소환하는 메추리구이를 먹을 수 있는 곳!
시민기자 이정식

어릴 적엔 참새가 정말 많았다. 너무 많아 곡식의 낱알을 벗겨 먹는 바람에 해조류라 하여 가을엔 정기적으로 마을에서 참새잡이를 했다. 당시의 참새들은 마치 메뚜기 떼처럼 날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웠다. 그렇게 곡식을 먹은 가을 참새는 작은 벌레나 곤충을 먹는 봄과 여름의 참새보다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당연히 맛도 좋았다. 그렇게 참새가 흔했기에 참새를 구워 먹는 일도 당연했다. 그물로 잡기도 하고, 공기총을 쏘아 잡기도 했다. 세월이 가서 이젠 참새가 잡으면 안 되는 귀한 새가 되었다. 사실 이젠 참새 구경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하지만 어릴 적 먹었던 참새 맛이 가끔 생각나기도 한다. 조류는 대부분 뼈의 속이 비어있다. 그래서 작은 참새고기를 통째로 구우면 그 뼈째 씹어 먹곤 했다. 그런 참새의 추억을 조금이나마 달래주는 것이 바로 포천 5일장의 포장마차 들이다. 이곳에 참새는 없지만 대신 다른 새라 할 수 있는 메추리가 있다. 물론 참새보다 크고, 질기다. 잘은 몰라도 아마 메추리 고기를 먹기 위해 사육한 것이 아니라 메추리알을 많이 낳은, 닭으로 말하면 퇴계나 노계쯤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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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이정식

이 고기가 메추리라는 사실을 말해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먹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긴 어릴 적 추억이 아니라면 나 역시 굳이 이 고기를 찾아 먹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메추리도 새인지라 돼지고기나 소고기와는 분명 다른 맛이 난다. 물론 닭의 맛도 아니고 오리는 더더욱이 아니다. 알을 많이 낳은 닭이나 오리도 마찬가지지만 메추리도 역시 질기고 특유의 냄새가 있다. 어린 메추리를 먹는다면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옛날의 추억을 생각하며 술 한 잔 기울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실 고기 맛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어린 시절을 소환하는 마법의 지팡이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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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이정식

포천 5일장 안에는 포장마차가 여럿 있지만, 우리가 간 이 집이 제일 장사가 잘된다. 이유는 들어가 보면 알게 된다. 푸짐하고, 서비스가 좋고, 친절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다시 심각해진 상황이라 포천 5일장을 아예 못 여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도 시장 입구부터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열을 재고, 명단을 작성하고 있었다. 아무나 드나들고, 아무 때나 가고 싶을 때 가던 재래장의 모습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선 어쩔 수 없다. 하라는 대로 따라 하고, 지키는 수밖에...

메추리를 목표로 갔지만 먹기 싫다는 사람들을 위해 곱창도 주문했다. 매콤하니 곱창 전문집처럼 맛이 좋았다. 초벌로 한 번 구워 놓은 메추리는 다시 우리 테이블에서 연탄불 위에 놓고 굽는다. 향도 연기도 오롯이 과거를 불러오는 소환사 역할을 한다. 서비스로 내온 소라 맛나서 아예 한 접시를 다시 주문했다. 비록 밖은 영하의 날씨지만 이 안은 여느 식당 못지않은 열기와 편안함이 있다.

3ⓒ시민기자 이정식

사실 5일장에서 뭘 먹으면 화장실도 멀고, 자리도 불편하긴 하다. 그렇지만 포장마차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그 포장마차만의 분위기가 있듯 여기도 5일장 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그나저나 빨리 코로나가 지나가야 할 텐데... 추우면서 따뜻하고, 불편하지만 좋은 분위기의 포장마차에서 메추리 고기 오랜만에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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