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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 아니라 반려식물을 통해 얻는 심리적 안정감, 참 좋다
2021-01-15 조회수 : 3925
시민기자 이정식

요즘엔 한 집 걸러 한 집씩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 같다. 통계를 보면 반려동물로 인기가 많은 고양이와 개는 천만 마리 정도나 된다고 하니 우리나라 인구 규모를 볼 때 이 정도 양은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과거의 경험으로 비춰 볼 때 반려동물 인기도 대중적으로 편승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주변 사람들이 키우는 것을 보면서 너도 나도 그 대열에 참가하는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반려동물로 인한 부정적인 면도 많이 부각되고 있다. 소음과 방해는 물론 배설물로 인한 피해와 물거나 할퀴는 등 직접적으로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경우까지 있다. 한편에서는 버려지는 유기 반려동물도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고독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빈 가슴을 이 반려동물들이 정서적으로 채워주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온통 주변에 사람이 많지만, 맘 편하게 함께 시간을 보낼 이는 적은 것이 현대인의 쓸쓸한 자화상일지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 정서적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 꼭 반려동물만은 아닐 것이다. 예전엔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지만, 요즘엔 심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는 친구가 있다. 바로 반려식물이라는 녀석이다.

1ⓒ시민기자 이정식

식물에서 어떻게 정서적인 유대감과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반려동물만큼이나 반려식물도 우리와 함께 지낸 역사가 깊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유유히 앉아 난초 잎을 닦고, 가꾸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으며, 집안에 작은 화단을 만들어 꽃밭을 만들거나 작은 나무들을 심기도 했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연못을 만들어 연꽃을 기르고, 수중 식물들을 함께 감상하기도 했다.

반려식물도 반려동물 만큼이나 심리적으로 정서적으로 유대감이 강해질 수 있다. 우리 집도 얼마 전 집안에 화분 두 개를 놓고 이렇게 친구 같은 반려식물을 데려다 놓았다. 하나는 ‘행운목’이라는 녀석으로 오래전 아는 사람이 준 것이다. 이 친구는 정말 잊을 만할 때 가끔씩 물을 주는데도 어찌나 생명력이 좋은지 수시로 가지치기를 해주지 않으면 온통 산발 머리처럼 가지가 무성해진다.

옆에는 ‘파카라’ 라는 이색적인 이름의 공기정화 나무가 있다. 마트에서 데리고 온 녀석인데 역시나 2~3일에 한 번 정도 물을 주면 되고, 실내조명만으로도 잘 자라 햇볕을 쬐어 주기 위해 화분을 들고 옮기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나무 밑으로 뿌리 같은 것이 노출되어 있어 마치 열대 식물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전혀 그러지 않았지만, 이젠 내가 어릴 적 보았던 어른들처럼 가끔 이 식물들의 잎을 정성스레 닦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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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이정식

이름이라도 하나 붙여주고 싶을 만큼 친근감이 가고, 무심코 몇 날 지난 후 쳐다보면 훌쩍 커 있거나 새로운 잎이 옆에서 자라고 있는 것을 보면서 대단한 생명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씩 쳐다보고, 물주고, 잎 닦아 주는 것이 다인데 이렇게 잘 자라고 있으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사실 그래서 미안하기도 하다. 저 작은 화분에 뿌리가 들어가 있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싶기도 하다.

생각 같아서는 더 큰 화분으로 분갈이도 해주고, 아예 야생상태 그대로 양지바른 정원 같은 곳에 옮겨 심어주고 싶기도 하다. 왠지 새장 안에 갇힌 새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직접 대화를 할 수는 없으니 그 속을 알 수는 없다. 그렇지만 나만 생각하면 내 곁에 이렇게 더 오래 있어 주면 좋겠다. 요즘엔 이 녀석들이 혹 좋아할까 해서 가습기도 옆에 틀어 주었다. 예전과 달리 쳐다보는 횟수도 많이 늘었다. 그리고 정말 고마운 것은 이 나무들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것을 잊을 정도로 머리가 비워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반려식물이 정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큰 위로가 되고, 친구가 되는가 보다. 나무에 관하여 문외한이지만 왠지 자꾸 나무 공부를 하고 싶어진다. 나중에 여유가 되면 나만의 작은 식물원이라도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도 열대어나 햄스터를 키워 봤다. 하지만 심리적인 만족도는 지금의 이 나무들이 제일 큰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오히려 고맙다. 정말 도움이 된다. 그나저나 이렇게 친한 나무들은 이름을 어떻게 붙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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