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요소식

  • 시민기자
  • 주요소식
포천국립수목원장에게 물어본 산림의 가치
2010-05-28 조회수 : 7779
[포천] 신록의 계절 5월, 산과 숲을 들기 좋은 시기다. 산림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치산녹화 모범국이라고 말한다. 한국전쟁 뒤 전개한 녹화사업이 세계 유례없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인지 이제는 국가적인 나무심기 행사를 거의 볼 수 없다.

하지만 산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니 예전보다 더 산림은 더욱 중요하다. 산림이 기후변화의 대응방안으로 강력히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나라 산림보전 및 관리의 선도기관인 국립수목원의 김용하 원장을 만나 산림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을 들어봤다.


산림은 왜 중요한가요?
산림은 최근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끌 소재이자 대안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습니다. 산림은 기후변화 협약에서 인정하는 유일한 탄소흡수원으로 향후 탄소배출권 확보 및 탄소시장의 주요 자원이 될 전망입니다.

또한 산림은 화석연료인 석유를 대체하는 재생에너지, 즉 톱밥 등 산림부산물을 활용한 목재펠릿 같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산림은 국민들에게 녹지와 휴양공간을 제공해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는 한편 산림자원의 효율적 보전을 통해 생태계의 건전성도 높여주고 있습니다.

산림을 보존하기 위해 국립수목원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국립수목원은 1차적으로 540여 년간 자연상태로 남아있는 광릉숲을 안정적으로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광릉수목원이라 불리기도 하지요.

그러나 수목원의 주된 업무는 국가적 차원의 산림생물자원을 조사·수집·보전·복원하는 것입니다. 국립수목원에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김용하 국립수목원장은 "산림생물자원은 미래 국가 바이오 경제발전을 이끌 필수 소재"라고 강조했다.
김용하 국립수목원장은 “산림생물자원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끌 필수 소재”라고 강조했다.

국립수목원에선 2009년 말 현재 총 50여만점이 넘는 산림생물표본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식물과 곤충분류에 필요한 기초정보와 연구자료를 공·사립 수목원과 관련 분야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각종 표본은 국내외 관계자들에게 열람하고 대여하기도 합니다.

한편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로 수목원의 ‘현지외’ 보전기관으로서의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기존 야생 서식지에서 종(種)을 보존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수목원이 일종의 산림 인큐베이터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수목원의 기능은 크게 현지외 보전과 현지내 보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생지에서 사라져가는 희귀· 특산식물을 조사하고 수집하고 증식해 수목원에 안정적으로 보존하는 것이 현지외 복원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들 개체가 원래 살던 곳에 스스로 복원하는 것이 현지내 보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지내·외 복원 사례가 있나요?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약 1.5℃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세계적으로 평균 0.74℃ 오른 것을 감안하면 꽤 가파른 거죠. 이 결과 남쪽해변에서 자라는 동백나무가 서울에서 꽃을 피우고, 한라산의 구상나무 같은 온·한대성 나무, 설악산의 설악눈주목 같은 고산성·내한성 나무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국립수목원에선 멸종위기에 처했던 구상나무를 한라산 현지에 복원했습니다. 2006년 세계적으로 한라산과 일부 지역에서만 자생하는 구상나무가 지구 온난화로 개체수가 줄고 있고, 그 결과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에 따라 수목원은 적극적인 보전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구상나무가 자라는 지역의 기온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풍혈지를 조성했습니다. 풍혈은 여름엔 시원한 바람이 나오고 겨울엔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바위틈 같은 바람구멍입니다.

그 결과 한라산의 구상나무는 점차 개체수가 늘고 있습니다. 인위적인 조치이긴 합니다만, 풍혈지가 구상나무 등과 같은 고산식물이 생육하는데 필요한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립수목원은 2008년 고산식물이며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멸종위기 식물 ’섬시호’ 등을 울릉도 현지에 복원했습니다. 기후변화 취약식물인 이들 식물은 과거엔 개체가 많았지만 개체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특히 약용식물로 소문난 ‘섬시호’는 무분별한 채취로 시달렸습니다.

2006년 국립수목원은 섬시호 군락지에 대한 생태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섬시호 자생지가 섬피나무, 우산고로쇠 등 기후변화로 자란 키 큰 나무들에 가려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수가 줄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에 수목원은 2008년 10월 섬시호를 가리는 식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여, 섬피나무, 우산고로쇠 등 약 150종의 침입식물을 제거하는 등 자생지 생태환경을 개선했습니다. 그 결과 섬시호는 지금 현지에서 잘 자라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수목원에선 생태복원 대상지 1600㎡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섬시호에 해를 끼치는 요인을 없애고 있습니다.

한편 수목원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산림식물종을 특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수목원은 각 지방 공립수목원과 공동으로 '기후변화 취약 산림 식물종 연구'를 진행하고, 지난해에는 산림청과 공동으로 ‘기후변화 취약 산림식물종 보전, 적응사업 조사 매뉴얼’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수목원이 보존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후변화 취약 산림 식물종은 구상나무, 참골담초, 복사앵도, 산개나리, 병풍쌈, 개병풍 등 100여종에 이릅니다.

산림박물관은 산림과 임업의 모든 것을 다양한 형식으로 살 필수 있는 전시공간이다. 사진은
국립수목원 산림박물관은 산림과 임업의 모든 것을 다양한 형식으로 살필 수 있는 전시공간이다. 사진은 ‘살아있는 숲’ 전시장이다. 오른쪽 사진은 산림생물표본관으로 50여만 점의 산림생물표본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산림 내 식생의 변화로 서식지의 환경이 위협받고 있는 광릉요강꽃, 장수만리화, 참골담초, 복사앵도, 산개나리 등의 희귀·특산식물의 서식지 환경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특히 광릉요강꽃은 광릉 인근 죽엽산등에서 주로 자생하는 식물인데, 뿌리를 옮기면 죽는 등 까다로운 식물입니다. 남획을 방지하고 개체수를 보전하기 위해 자생지와 거의 유사한 광릉내 소리봉에 대체지를 복원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특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수목원이 희귀·특산식물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이들이 독특한 생물다양성의 지표이자 환경변화의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이지요.

식물을 자원화하는 연구들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하던데요
수목원은 산림생물자원 연구 선도기관으로서 2005년부터 현재까지 4건의 특허 출원과 3건의 기술이전 등 괄목할 성과를 거뒀습니다. 예를 들면, 2005년에 잣나무 솔방울로부터 유용물질인 피톤치드를 대량으로 추출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특허출원했습니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일종의 식물보호막으로 삼림욕을 하면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피톤치드 덕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피톤치드 추출물을 거의 수입해왔지요.

잣나무 피톤치드는 같은 침엽수라도 소나무나 전나무, 편백 등에 함유된 피톤치드보다 항진균·항바이러스 성분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수목원의 기술 개발로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물론 농가의 소득 증대를 가져올 수 있을 겁니다.

수목원에선 이 기술을 2007년 국내 기업 (주)리젠에 2000만원에 이전했습니다. 2009년에는 플랜텍바이오에 관련 기술 중 일부를 130만원에 이전하기도 했습니다.

2007년에는 신품종 노랑무늬 고광나무의 무성번식 방법을 개발하고 마찬가지로 특허출원했습니다. 일반 고광나무와 달리 노랑나무 고광나무는 노란색 무늬가 있어 관상가치가 매우 높아 조경소재로 개발했습니다.

본 품종은 종자 번식이 어려워 삽목으로 증식하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덕택에 노랑무늬 특성을 고정하고 대량증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수목원은 2009년 부터 산림욕의 효능을 체험하는 숲속 산소체험 프로그램을 도입, 주목을 받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숲속의 작은 호수로 불리는 육림호 전경으로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수목원은 2009년부터 산림욕의 효능을 체험하는 숲속 산소체험 프로그램을 도입, 주목을 받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숲속의 작은 호수로 불리는 육림호 전경으로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사진=국립수목원>

한편 국화의 일종인 감국과 감나무잎으로부터 추출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항균물질과 관련해 2건의특허출원이 있었습니다. 우리 민속식물인 감국과 감나무잎에서 추출한 천연추출물은 위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위장질환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에 항균력이 강해 위장 질환치료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제약업계에 의하면 현재까지 위염, 위궤양 치료제 시장은 세계적으로 연간 10조원, 국내의 경우 500억원 규모라고 합니다. 이 물질은 의약품, 기능성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지난해 국내 기업 (주)디에스바이오캠에 3년간 판매량 영업이익 대비 5%를 받는 조건으로 이전했습니다.

이외에도 수목원은 사과나무탄저병, 벼도열병, 고추역병 등 작물에 생기는 곰팡이균에 대해 효과적이고, 안전하며, 우수한 방제효과를 가지는 천연물질을 개발하는 생물농약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국민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식물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식물을 통해 건전하고 건강한 시민의식을 길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선진국의 경우 예외 없이 수목원 내에 자원봉사자도 많고 정원과 식물을 사랑하고, 산에서 함부로 채취하지도 훼손하지도 않는 시민의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생활 속에 식물문화가 깊게 자리 잡았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좋고 귀하다고 알려진 야생식물을 함부로 캐고 훼손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우리 국민 모두 선진국가의 국격에 맞는 시민문화와 환경의식을 갖추는데 국립수목원이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옛 선조들의 자연과 인간의 합일 정신을 일깨우면서 말입니다.

김 원장은 산림이라는 말에 꼭 ‘생물자원’이라는 표현을 붙여썼다. 처음 듣기엔 어색했지만 산림의 가치를 얘기하면서 생물자원이라는 의미는 보다 생생하게 다가왔다. 산림을 아끼고 보존할 당위성을 암시하는 이 표현은 산림에 대한 일반국민의 시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산림보존계획과 관련, 그는“산림청과 국립수목원은 ‘백두대간 국립수목원’과 ‘DMZ 자생식물원’을 2013년 개원하는 것을 목표로 조성하고 있으며, 이어 세종시와 새만금에도 국립수목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코리아(www.korea.kr)정책기자 이혁진(직장인) rhjeen0112@empal.com, 원문기사보기
OPEN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본 공공저작물은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목록보기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해 주세요.
평가 1명 / 평균 1
의견글 작성
의견글을 작성해 주세요.
최대 500자 / 현재 0자
  • 계산하여 답을 쓰세요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 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할 수 있습니다.
뒤로가기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