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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이불 삼아, 강물을 요 삼아
베개를 쌓아 놓은 듯한 포천 ‘아우라지 베개용암’
2022-01-17 조회수 : 2538

시민기자 변영숙

 

ⓒ시민기자 변영숙

‘쿵’, ‘뻐쩍’ 바위가 떨어지는 소리 같기도 하고, 땅이 갈라지는 소리 같기도 한 정체 모를 소리가 조용한 강가에 울려 퍼진다. 이어서 ‘졸졸졸’ 미약하지만 물 흐르는 소리도 들린다. ‘해빙’이 일어나고 있나 보다. 인적 없는 컴컴한 강가의 정적을 깨는 낯선 소리는 공포심을 자극한다.

안내판에 적힌 대로 강가 쪽으로 내려선다. 한탄강이 나뭇가지 사이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힘차게 내달리던 물길은 차갑고 단단한 얼음 속에 갇혔다. 전혀 미동도 없다. 강 건너편에 인가 몇 채가 눈에 띈다.

▲아우라지 베개용암 여름모습ⓒ시민기자 변영숙

▲아우라지 베개용암 겨울모습ⓒ시민기자 변영숙

이쪽 강가에 나룻배 한 척이 보인다. 보아하니 강 이쪽과 저쪽을 오가는 배인 듯했다. 강으로 내려오면서 본 끊어진 돌다리가 복구되지 않은 채로 방치되어 있더니 나룻배가 다리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나 보다.

강만 없다면 한달음에 달려가고도 남을 거리인데 필자가 서 있는 곳은 연천군 청산면 신답리이고, 건너편은 포천 창수면 신흥리이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연천군과 포천시로 갈라지는 것이다. 강은 작게는 마을을 가르고, 크게는 나라도 가른다. 운이 나쁘면 강을 사이에 두고 전쟁을 한다.

ⓒ시민기자 변영숙

건너편 창수면 쪽에서 휘돌아 나온 영평천 물길이 한탄강으로 합류해 하나의 물줄기를 이룬다. 두 개의 물줄기가 합해져 하나로 합해지는 곳을 ‘나루’, 순우리말로는 ‘아우라지’라고 한다. 그러니까 아우라지는 정선 아우라지만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정선 아우리지가 유명할 뿐이다. 돌다리는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복구되지 않고 철거도 안된 채 서 있다.

위치도 절묘한 ‘아우라지 베개용암’

ⓒ시민기자 변영숙

포천 영평천과 한탄강이 만나는 아우라지 강 절벽에 시간의 비밀을 간직한 주상절리가 형성되어 있다. 202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명소로 지정된 천연기념물 ‘아우라지 베개용암’이다.

ⓒ시민기자 변영숙

포천 아우라지 베개용암의 위치가 절묘하다. 두 지자체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한 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아우라지 베개용암은 행정구역 상으로는 포천시 창수면에 속하는데, 강 절벽이다 보니 탐방시설은 강 건너 연천군 청산면에 설치되어 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야만 아우라지 베개용암을 볼 수 있다. 창수면에서 베개용암에 접근하는 방법은 데크를 설치하거나 배로 접근하는 수밖에 없다. 때문에 포천시 지질명소를 보기 위해 연천군으로 와야 하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베개’를 닮은 거대한 암석

ⓒ시민기자 변영숙

아우라지 베개용암은 신생대 중기 무렵, 북한 평강 오리산 근처 화산 폭발로 분출한 용암이 한탄강 계곡을 따라 흐르다 영평천과 만나 급속하게 식으며 생겨난 주상절리이다. 모양이 흔히 연필 모양이라고 하는 수직형 주상절리가 아니고 과거에 사용하던 베개같이 동글동글하게 생겼다. ‘베개용암’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전망대에 서니 베개용암과 주변 물줄기가 전체적으로 조망된다. 망원경으로 초점을 맞추자 동글동글한 베개가 여러 개 포개져 있는 듯한 모양이 선명하게 보인다.

ⓒ시민기자 변영숙

좀 더 자세히 관찰하면 용암의 형태가 층별로 상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에 면한 하단부는 고생대에 상층부는 수직형 주상절리 형태를 띠고 있는 반면, 베개 모양은 중간 부분에서만 관찰된다. 이는 형성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알려진 대로 한탄강 유역에서 시기를 달리 한 몇 차례의 화산 폭발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인 셈이다. 하단부가 가장 빠른 시기인 고생대에 형성된 변성암이고 상층부는 신생대에 형성된 수직형 주상절리 현무암이며 중간 부분이 신생대에 형성된 베개용암 모양의 현무암층이다.

보통 베개용암은 깊은 바다에서 용암이 분출할 때 생성된다. 내륙 강가에서 발견된 포천 아우라지 베개용암은 매우 희귀한 용암으로 지질학적인 가치가 매우 높다. 현재 천연기념물 제542호로 지정되어 있다.

ⓒ시민기자 변영숙

조심조심 강가로 내려섰다. 단단하게 얼었던 얼음들이 균열을 일으키는 소리가 요란스럽다. 얼음을 깨고 기어이 흐르고자 하는 강물의 처절한 절규인지도 모르겠다. 강물은 그렇게 기어이 흐르고 만다. 흐르는 것을 막을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한탄강 탐방은 늘 경이롭다. 세상의 이치를 알려준다.

연천군 청산면에는 아우라지 베개용암에서 5분 거리에 또 하나의 유네스코 지질명소 ‘한탄강 좌상바위’가 있다. 이쪽은 상황이 좋지 않다. 물줄기처럼 자연스럽게 좌상바위로 연결되어야 하는 능선이 파헤쳐지고 있다. 머지않아 펜션과 카페들이 들어설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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