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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사람 냄새 나는 장터, ‘창수야 놀자!’
관내 농특산물 저렴하게 사고팔 수 있어.
둘째, 넷째 토요일, 포천시 공동체 지원센터(보장초)
2019-07-19 조회수 : 4616

시민기자 심현보

마을활동가로 지내온 3년. 다른 지역의 우수사례를 볼 때마다 ‘우리 포천지역에 도움이 될 만한 어떤 게 있나?’ 늘 관심을 기울였다. 그럴 때마다 항상 피식 웃게 하는 것들이 있다. 어느 지역이든 우수사례를 보면 항상 ‘이름을 잘 짓는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기억하기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핵심을 짚는 네이밍이야말로 사업의 시작이자 끝을 함께 하는 중요한 사항이다.

그런 면에서 ‘창수야 놀자‘는 잘 지은 이름이다. 그곳에 가면 뭔가 재미난 것이 있고 왁자지껄 웃음이 끊이지 않을 것만 같다.

ⓒ시민기자 심현보

’창수야 놀자‘는 2017년 창수 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생겼다. 교통이 불편해 멀리 떨어진 시장이나 대형마트를 가지 못하는 주민을 위한 것이었다. 생필품이나 농축산물을 쉽게 살 수 있게 하자는 배려에서 착안했다.

어느덧 3년 차로 접어든 ’창수야 놀자‘는 한층 성장한 모습이다. 이전에는 지역 주민 중심의 접근성 확보와 특산품 홍보가 중심이었다. 올해부터는 누구나 농특산품을 사고팔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 관광객과 포천시 전역의 주민이 놀러 올 수 있는 장터를 만든 것이다.

ⓒ시민기자 심현보

설레는 마음으로 창수면 보장초등학교로 발길을 옮기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똑 부러지게 서 있는 A형 간판이다. 오후 3시가 넘어 한적하리라 생각했지만, 장터를 드나드는 차들이 분주했다.

장터에 들어서자 지역에서 난 곡물로 튀밥을 튀겨주는 뻥튀기 차량이 반겨준다. 무대에서는 막걸리를 한잔하신 듯 흥겨운 노랫가락과 춤사위를 뽐내는 두 어르신께서 분위기를 띄운다.

이곳이 장터라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잘 정리된 몽골 텐트 아래에서는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시민기자 심현보

“아이고~ 더운데 고생이 많아 어떡해~!!”

정중하게 촬영 협조를 구하고 사진을 찍는데, 갑자기 카메라 앞이 어두워진다. 누군가 손수건으로 내 이마를 닦아주는 게 아닌가. 여름 한낮 더위에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내 모습이 가여워 보였나? 원래 알던 사이인 양 아주머니가 친근하게 땀을 닦아준다. 순간 당황스럽고 약간은 부끄럽기도 했지만, 어떻게든 챙겨 주고 싶어 하는 아주머니의 배려였다. 시골 장터의 정이다.

장터를 둘러보니 대부분 포천에서 난 특산품과 가공품인데도 가격이 저렴하다. 인터넷에서 파는 똑같은 상품을 작게는 5%부터 많게는 그냥 주다시피 한다 ‘이분들이 직접 흙 만지고 땀 흘려 준비했는데 남기지 못하시면 어쩌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시민기자 심현보

“당장 돈 벌기보다 창수면과 포천시에 이런 장터가 많이 생겨서 지역도 살고 주민도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고 싶어요.”

저렴하게 판매를 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이다. 물물교환의 목적만 있는 일반 시장과는 확실히 다르다. 무엇보다 “먼 데까지 일부러 와준 게 고맙잖아요”라고 하신 말씀에 오히려 내가 더 고마울 지경이었다.

정성스레 준비한 식자재와 가공품에서 이분들이 얼마나 많이 고민했는지가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판매자는 ‘연이 스토리 다육이’ 사장님이다. 이름이 특이하여 물어보니 남다른 사연이 있다.

포천을 고향으로 20여 년 만에 귀향한 연이 스토리 대표님. 금지옥엽 아끼는 딸이 21살에 난치병에 걸려 병마와 싸우고 있다. 딸이 하루빨리 쾌유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키운 다육식물을 6개에 만 원에 판매했다. 혹시 후원이 필요하진 않으냐는 질문에 “후원은 필요 없습니다. 다만 우리 연이가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라 말씀하신다. 대표님의 목소리에서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배어있다.


ⓒ시민기자 심현보

‘창수야 놀자’는 지역 주민이 모여 정을 나누고 사람을 사귀는 전통시장의 문화를 한껏 누릴 수 있는 장터다. 소박하지만 사람 냄새가 난다.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테마에 걸맞은 체험행사나 문화 콘텐츠가 조금 부족해 아쉽다.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깊은 고민을 해나간다면 포천의 대표 장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장터는 총 10회 중 3회차가 진행되었다. 올해는 상생하자는 의미에서 입점료나 수익에 대한 수수료가 없다. 운영을 위해 자발적인 후원금은 받는다.

 


 ⓒ시민기자 심현보

*창수야 놀자(둘째, 넷째 토요일)
- 주소 : 포천시 창수면 창동로 115번 (포천시공동체 지원센터 또는 보장초등학교)
- 입점 문의 : 창수면 발전 위원회 ☎031)538-4423, 4404

 현재 포천에서 주기적으로 열리는 프리마켓은 총 다섯 곳이다. 창수야 놀자(창수면, 둘째, 넷째 주 토요일), 고모 프리마켓(고모리, 주말 상시), 산정 프리마켓(영북면, 주말 상시), 일동 차렷(일동면, 주말 상시 예정), 포마켓(송우리, 둘째, 넷째 토요일) 등이다.

다양한 프리마켓을 통해 협동조합, 마을기업, 농업인 등이 생산한 가공품과 로컬푸드의 판로가 확대되길 바란다. 나아가 포천의 특산품으로 자리매김하여 우리나라 대표 브랜드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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