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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꿀차 한잔 하실래요?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꽃샘식품 방문기
2021-02-08 조회수 : 4142
시민기자 서상경

겨울철이면 생각나는 일이 있다. 입술이 트고 각질이 생겨나자 할머니는 잠자기 전에 꿀을 발라 주었다.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민간요법이었을 것이지만 난 낫지 않았다. 기껏 입술에 발라놓은 꿀을 야금야금 다 핥아 먹었기 때문이다. 꿀은 이처럼 피부와 관련된 효능이 많았는데 요즘도 입 안이 헐어 구내염이 생기면 꿀을 발라주기도 한다. 그리고 목감기에 걸렸을 때도 강황을 섞어서 꿀차를 먹으면 좋다고 했다. 꿀은 성질이 따뜻하여 자주 마시면 혈액순환에 좋고 감기 예방이 되는데 특히 겨울에는 수족냉증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벌꿀을 기반으로 해서 포천시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곳이 있다. 바로 소흘읍에 위치한 꽃샘식품이다. 양봉의 역사와 가치를 오랜 시간 동안 지켜온 기업으로서 회사 이름도 벌꿀과 꽃을 나타내는 순우리말 표현 ‘꽃샘’이다.

1▲꽃샘식품  ⓒ시민기자 서상경

㈜꽃샘식품을 오늘날 건실한 기업으로 키워낸 사람은 이상갑 회장이다. 어린 시절 13살의 나이에 전북 임실에서 무작정 서울행 열차를 탔다.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겠다는 절박감으로 공장과 식당을 전전했지만 얻은 것은 없었다. 3년 만에 고향으로 되돌아갔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진학은 꿈도 못 꾸던 시절에 양봉업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전국을 돌며 꿀 채취를 시작한 것이 1965년, 이때의 우리나라 경제는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하던 시기였다. 꿀벌처럼 성실하게 한 우물을 판 그는 양봉으로 잔뼈가 굵은 장인으로 성장했고 꿀의 생산에 그치지 않고 유통산업으로 한 걸음 먼저 뛰어들었다. 1982년에는 포천에서 꽃샘식품을 설립하게 된다.

기업을 설립한 후에는 더 열심히 뛰었다. 쉴 틈도 없이 제품을 만들었고 제품의 판매와 홍보를 위하여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그 결과 정직하게 생산한 제품이 인정받기 시작했고 연 매출도 늘어났다. 양봉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사람 중의 하나라고 자부하는 것도 틀리지 않는다.

2▲우크라이나 대통령 방문 기념  ⓒ시민기자 서상경

2006년 12월에 빅토르 유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꽃샘식품을 방문한다고 연락이 왔다. 포천시장에게 어찌하면 좋으냐고 자문을 구했는데 농담하지 말라고 했다며 웃으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외국의 대통령이 어떻게 시골로 찾아오겠느냐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집안 대대로 양봉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방문을 계기로 양봉 전문기업을 찾게 되었고 정부에서 꽃샘식품을 소개해준 것이다. 이후 이상갑 회장은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친분을 쌓아 개인적으로도 활발하게 교류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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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갑 꽃샘식품 회장  ⓒ시민기자 서상경

오늘날 꽃샘식품은 국내는 물론 미국과 캐나다, 일본, 중국 등 해외 36개국에 상품을 수출하고 있다. 꽃샘식품은 국내 꿀차 업계 1위, 꿀유자차 세계시장 점유율 1위다. 물론 꿀차만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직원의 안내로 생산 현장을 둘러보는 기회를 가졌는데 유자차와 대추차, 생강차 등 벌꿀 제품 7종과 액상차류, 인삼제품류 등 120여 종에 이르는 상당한 현장규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재료의 입고부터 철저한 품질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공장의 자동화 설비는 표준화된 양과 규격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입점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코스트코에서 제품을 인정하여 2012년에는 입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 해외시장개척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세계 유명 식품 박람회에 참여하여 제품을 전시하고 홍보하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45▲유자차 생산라인  ⓒ시민기자 서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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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설비  ⓒ시민기자 서상경

우리의 전래동화에는 꿀과 관련된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서당의 훈장이 꿀을 자기 혼자만 먹으려고 몰래 벽장 속에 숨겨 두었는데 이를 본 학동이 훈장에게 물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그건 꿀이라는 건데 아이들이 먹으면 죽는 거다.” 그러던 어느 날 훈장이 밖으로 나간 사이에 학동이 꿀을 다 먹고 말았다. 그러다 훈장이 들어오자 드러누웠다. “어찌 된 일이냐?”“서당 청소를 하다가 그만 훈장님이 아끼는 벼루를 깨뜨렸습니다. 그 죄를 감당할 수 없어 꿀을 먹고 죽으려고 누워 있습니다.”

이렇듯 맛있는 벌꿀은 인류의 생존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벌꿀을 채취하는 데는 점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꿀 1kg을 수집하기 위해서 꿀벌은 꽃 560만 송이를 옮겨 다닌다고 하는데 환경이 나빠지면서 벌꿀 채취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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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식품 회사 전경  ⓒ시민기자 서상경

그렇지만 힘들고 지쳤을 때 꿀벌은 인생에서 큰 힘이 되었다고 말하는 이상갑 회장. 소비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정직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집중한 결과 2011년 동탑산업훈장에 이어 2020년에 1000만 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그것을 꿀맛이라고 한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재미있게 개꿀이라고도 한다. 벌집에 들어있는 상태의 꿀을 개꿀이라고 하니 인터넷 유머로만 생각했던 그 말이 야생꿀과 같은 의미의 순우리말이었다. 이상갑 회장이 이른 셋의 나이에도 지치지 않고 건강을 유지한 비결은 무엇일까. “벌꿀차 한잔 하실래요?” 친근하게 들려오는 그 말에 숨은 건강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되었다. 개꿀에 대한 집중력과 건강한 차 한 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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