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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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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국립수목원의 설경
2021-01-18 조회수 : 4053
시민기자 변영숙

추워도 포기할 수 없었던 눈 구경
1ⓒ시민기자 변영숙

밖의 기온이 영하 15도,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추워도 너무 춥다. 그래도 설경 감상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길을 나서기로 했다. 일단 카메라를 챙기고, 바지도 하나 더 껴입고, 장갑에 목도리, 모자까지 챙길 수 있는 것은 다 챙겼다. 뜨거운 녹차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거울을 보니 꼭 곰 한 마리가 서 있는 것 같다.

설국으로 변한 국립 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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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변영숙

흰 눈이 소복하게 쌓인 주차장에서부터 QR코드를 찍고 수목원으로 들어설 때까지도 인적은커녕 개미 그림자 하나 없었다. 이 세상에 오롯이 나 혼자만 존재하는 것 같다.

수목원 첫 번째 관문인 봉선사천을 건너 수목원으로 들어섰다. 다리 위에서 본 풍경이 지상의 풍경 같지가 않다. 새하얀 눈이 흩뿌려진 꽁꽁 얼어붙은 봉선사천과 도열하듯 서 있는 나무들과 새파란 하늘...조물주의 조화가 아니고서는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이 어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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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변영숙

저만치 꼬마 아이가 추운 줄도 모르고 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신나게 눈과 씨름 중이고, 엄마는 그런 아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했다. 두 모자의 모습에서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북유럽 감성이 물씬 풍기는 침엽수림

곧장 침엽수림과 육림호쪽으로 향했다. 새하얀 눈에 덮힌 산책로는 하얀 벨벳을 깔아 놓은 듯했다. 혼자서 벨벳 길을 걷다니 이게 웬 호사냐 싶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뽀드득’ 소리가 기분 좋게 숲속에 울려 퍼졌다. 송곳처럼 뾰족한 솔가지 위에도, 고인돌 위에도 하얀 눈이 밀가루 반죽처럼 쌓여 있다. 이리 봐도 백색이고 저리봐도 백색이다. 세상의 온갖 잡색이 사라진 수목원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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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숲의 정취를 만끽하기에는 침엽수림만 한 곳도 없다.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듯 향나무 가지는 바닥에 끌릴 정도로 쳐졌다. 향나무 숲은 온통 두꺼운 솜이불을 깔아 놓은 듯 따스하고 아늑했다. 흰 눈을 두른 나뭇가지들이 세상의 소음을 막아 주는 듯 숲은 그지없이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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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푸른 바늘잎나무, 섬잣나무, 솔송나무, 구상나무, 금방향나무 등 130여 종의 침엽수가 심어져 있는 침엽수림은 외국영화에서 보았던 북유럽이나 캐나다의 국립공원의 겨울 정취가 물씬 풍겼다. 수 백 년도 더 된 육중한 독일 가문비나무 등 외국수종이 이국적인 풍광에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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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갈 때마다 사람의 발길이 한 번도 닿지 않았던 처녀림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여러 번 왔던 곳인데도 마치 처음 온 것처럼 새롭고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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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관음보살의 천 개의 팔처럼 뻗은 향나무 가지 위 하얀 눈 위로 햇살이 살포시 내려앉아 붉게 반짝였다. 나뭇잎과 가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은 경이로움을 넘어 신비로웠다. 눈 내린 날 눈에 홀려 길을 잃는다고 했던가. 같은 곳인지도 모르고 두 번, 세 번 데크 길을 돌았다. 보는 방향이 달라졌을 뿐인데 마치 다른 숲 같다. 아마 나도 하얀 눈에 단단히 홀렸나 보다. 춥지만 않았다면 열 번이라도 아니 하루종일이라도 숲속에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전나무 숲으로 향했다. 하늘까지 죽죽 뻗은 아름드리 전나무 숲은 언제 와도 가슴이 뻥 뚫리는 곳이다. 전나무 몸통들이 지난봄보다 훨씬 굵어진 듯했다. 어쩜 이리도 한결같이 올곧게 자랄 수 있을까. 전나무를 보면 속이 다 시원한 것은 그 올곧음과 당당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앞에 서면 어깨를 펴고 가슴을 주욱 내밀어 보는 것도 그런 전나무를 닮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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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나뭇가지들 사이로 붉은 태양 빛이 쏟아졌다. 늘 어둡던 전나무 숲에서 모처럼 풍부한 색채의 향연이 열리는 듯했다. 그들의 향연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살며시 숲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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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변영숙

육림호 통나무집에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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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변영숙

육림호도 꽁꽁 얼어붙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르렀던 호수는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순백의 땅이 돋아나 있었다.

언 몸도 녹일 겸 육림호 옆 카페 ‘통나무집’으로 들어섰다. 따스함과 커피 향 무엇보다, 주인장의 따스한 미소에 꽁꽁 얼었던 발가락이 순식간에 노골노골해진다. 창가 자리에 두 세팀의 손님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아 발길을 돌려 나갈 때마다 제일 부러웠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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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집의 운치가 그만이다. 높은 천장과 시원한 통창, 나무의 무늬결이 그대로 살아 있는 바닥까지… 숲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 같다. 1989년에 지어진 낙엽송 간벌재로 지어진 수목원 통나무집은 이후 우리나라 통나무집 보급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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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통창으로 바깥 풍경이 시원하게 내다보였다. 창마다 펼쳐지는 풍경이 다르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는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와 그 너머로 육림호가 보였다. 너무 오랫동안 바라봐서인가. 마치 호수 한복판에 앉아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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