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나만의 소울푸드, 시래기 된장찌개
어머니와 나만의 과감한 시도
2019-10-07 조회수 : 4608

시민기자 이정식

예전 TV 프로그램에서 ‘된장찌개의 변신’이라는 내용을 본 적 있다. 방송에 따르면, 우리가 즐겨 먹는 된장찌개는 계절에 따라 들어가는 재료가 변한다고 한다. 보통 여름엔 싱싱한 채소를 넣어 먹는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면서 비상 음식인 시래기로 바뀐다. 시래기는 어려운 시절 구황 식량 같은 것이었고, 어디나 참 흔한 식재료였다.

시래기 된장찌개는 어릴 적엔 어느 집이나 밥상 위에 올라오던 단골 메뉴였다. 하도 많이 먹어 질릴 정도였다. 그땐 그 시래기가 얼마나 몸에 좋은지, 얼마나 구수하고 맛이 좋은지 잘 몰랐다.


ⓒ시민기자 이정식

우연한 기회에 물에 담겨 있는 시래기를 많이 얻었다. 가장 먼저 떠 오른 것이 구수하고 진한 된장찌개였다. 만들 때 손이 많이 가는 시래기를 물에 불려 놓기까지 했으니 얼마나 편한가? 우리 집 주방의 실험적인 시도는 주로 내가 해서 오늘도 식칼을 잡은 사람은 나였다.


ⓒ시민기자 이정식

물에 잘 불린 시래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냄비에 넘칠 정도로 담고, 물을 부어 팔팔 끓이기 시작했다. 예전에야 시래기 말고 달리 넣을 재료가 없었다지만, 이젠 뭐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하여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대한민국이니 넣을 재료가 넘치도록 많았다. 냉장고를 잠시만 뒤적거려도 감자며, 대파며, 양파에 호박까지…. 그리고 신의 한 수로 얼마 전 구입한 청국장 가루를 넣었다. 된장과 함께 풀어 넣으니 그 맛과 향이 정말 대단했다. 평소 청국장을 좋아하지만, 그 냄새를 싫어하는 애들과 마눌 때문에 잘 먹지 못했기에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청국장 가루였다.


ⓒ시민기자 이정식

어느 정도 끓었다 싶을 때 마눌 몰래 살짝 MSG를 뿌린다. 얼마나 감칠맛이 좋아지는지 현대 과학의 놀라운 능력에 ‘엄지 척’ 해주고 싶다. 이젠 시간과 싸움이다. 불의 세기를 약불로 줄이고 한동안 잊은 듯 냄비를 쳐다보지 않아야 한다. 자꾸 뒤적이고, 뭘 더 하겠다고 가미를 했다간 영락없이 망치고 만다. 한참을 끓인 뒤 마지막으로 청양고추를 넣는다. MSG 못지않게 전체적인 국물 맛의 균형을 단단하게 잡아 준다.

이제 다른 말이 필요 없다. 그저 하얀 밥과 함께 찌개 한 숟가락을 뜨면 된다. 오늘 먹는 된장찌개는 몸에만 영양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과 영혼을 살찌우는 소울푸드다.


​ⓒ시민기자 이정식

예전에 어머니는 된장찌개를 무척 좋아하셨다. 하지만 아버지가 워낙 싫어하셔서 어머님의 과감한 모험이 있는 날만 먹을 수 있었다. 이젠 그 어머니의 입맛을 그대로 닮은 아들이 집에서
청국장 냄새가 싫다는 아내와 애들 앞에 자꾸 이 찌개를 내어놓는다. 이게 다 영혼을 달래주는 맛이라는 것을 두 아들도 세월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땐 나와 달리 아버지가 자꾸 싫다는데 내어 주던 찌개였다고 회상하겠지….

이거 참 아무튼, 시래기 된장찌개 오늘도 참 맛나게 잘 먹었다.




OPEN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본 공공저작물은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목록보기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해 주세요.
평가 3명 / 평균 0.3
의견글 작성
의견글을 작성해 주세요.
최대 500자 / 현재 0자
  • 계산하여 답을 쓰세요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 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할 수 있습니다.
뒤로가기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