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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끓여준 정성 어린 만둣국 먹고 힘내자
2021-01-07 조회수 : 3895
시민기자 이정식

고대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음식, 만두. 우리 민족은 해가 바뀌는 한겨울에 만두를 빚어 먹는 풍습이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북한 지역에서 특히 그렇게 먹었다. 한강을 기준으로 북쪽에서는 명절에 만둣국을 먹었고, 남쪽에서는 떡국을 먹었다. 그런 다른 음식 풍습이 만나는 경기도 한강 주변 지역에서는 절충형인 떡만둣국을 먹었다.

어릴 적 생각을 해보면 12월 동짓달 식구들이 모두 모여 앉아 저녁 내내 만두를 빚곤 했다. 만두피를 만들기 위해 밀가루 반죽을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만두 제조는 식구들이 각자 할 일을 나누어 역할을 다해야 효과적으로 많은 양을 만들 수 있었다. 어머니는 만두의 속을 담당했고, 만두피 반죽과 모양을 만드는 것은 아버지가 담당했다. 우리는 앉아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만두소를 넣어 예쁘게 만두를 만드는 역할을 맡았다.

이렇게 적게는 100여 개 이상, 많게는 200~300여 개 정도의 만두를 만들었다. 가히 공장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한 번에 많은 양의 만두를 만들어 걸레가 꽁꽁 얼 정도로 기온이 떨어진 마루에 죽 진열하듯 갖다 놓고, 몇 날 며칠을 끓여 먹고, 쪄 먹고, 튀겨 먹고 했다. 그런 식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했다. 그래서일까 만둣국은 명절과도 같은 말 같았다.

물론 명절이 아니라도 만둣국을 즐겨 먹긴 했다. 요즘에야 공장 만두가 대세지만, 예전엔 만두를 사 먹으려고 해도 시장에 가서야나 구할 수 있었다. 아마 그 만두도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 만든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누군가 장사하기 위해 재료부터 만두피까지 집에서 하듯 그렇게 만든 만두였을 것이다. 

사실 만두는 만드는 번거로움에 비해 먹을 땐 그저 후루룩 아주 허무하게 없어지는 음식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우리네 음식이 그렇지만 만두 역시 먹는 사람은 만든 이의 그 지난한 시간과 고단함은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만두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의 하나로 누군가에게 만둣국을 대접받을 땐 고마운 마음이 든다. 정성을 먹는 것 같고, 그 사람의 마음을 얻은 것 같다.

이날 친구네 센터에서 먹은 떡만둣국은 한 해 여는 해넘이 음식이었다. 일본에서는 술술 풀리라는 의미에서 국수를 먹는다지만, 우린 역시 포만감과 식감이 그만인 떡만둣국이 제격이다. 만두와 떡의 궁합이 이렇게 잘 맞는 줄 알았다면 처음 만두를 세상에 알렸다는 제갈공명도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 먹었을 것이다.

1ⓒ시민기자 이정식

쫄깃하고 속 든든한 가래떡과 갖은 내용물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완전식품 만두는 궁합이 잘 맞는 오랜 친구 같은 사이다. 그렇지만 이날 친구네 센터로 함께 먹으러 간 직원은 이 만두가 그렇게 입에 맞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요즘 공장 만두가 주는 그 가볍고, 스탠다드한 단짠의 조화가 전통적인 만두에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친구가 끓여 준 떡만둣국은 그런 예전의 맛이었다. 달지도, MSG가 듬뿍 들어간 아주 맛깔난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어릴 적 집에서 식구들이 함께 모여 만들던 만두 맛과 비슷해서 무척 반가웠다.

3ⓒ시민기자 이정식 

요즘 과연 몇 집이나 식구들이 모여 앉아 수백 개의 만두를 함께 만들까? 식구들이 만드는 만두는 모양도 제각각이요, 맛도 기준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참 정겨운 음식이었다. 개인적으로 누구나 자신의 영혼을 울리는 음식이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떡만둣국이 그렇다. 예전 시청 근처에 자주 가던 만둣국집이 사라진 뒤로 이런 만두를 먹어보지 못했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평소와 달리 엄청 전투적으로 맛나게 잘 먹었다. 알고는 갔지만 정성을 다해 끓여주는 친구의 마음도 한가득 들어가 있어서 더 그랬나 보다.

​올해 겨울 나는 과연 얼마나 많은 만둣국을 먹게 될까? 아무리 내가 그렇게 만들어 먹고 싶다 해도 우리 식구들이 모여 앉아 만두를 함께 빚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직접 만들지 않는다고 해도 식구들과 한 상에서 즐겁게 먹는 자리라면 공장 만두도 상관없다. 어차피 만둣국 맛의 반은 누구와 먹느냐에 달려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올 한 해를 힘차게 여는 음식으로 떡만둣국을 잘 먹고 힘을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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