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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한 소고기 국물의 대명사 설렁탕과 곰탕의 차이는 무엇일까?

시민기자 이정식

추운 계절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뜨거운 국물 생각이 간절해진다. 언 몸을 녹이는 효과도 있고, 진한 국물에 속도 풀리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의 국물 사랑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특히 국물 음식 중에 우리가 자주 먹는 대표적인 아이템이 바로 설렁탕과 곰탕이다. 뽀얀 고깃국물로 비주얼이 비슷하면서도 뭔가 느낌이 다른 설렁탕과 곰탕은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1ⓒ시민기자 이정식

개인적으로는 설렁탕을 훨씬 많이 먹어 보았고 더 입에 맞는 느낌이다. 아마 곰탕집보다는 설렁탕집이 더 많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설렁탕과 곰탕을 따로 분리하여 처음 기록한 것은 1940년 손정규가 쓴 ‘조선 요리’ 라는 책이다. 그 책에서는 곰탕을 ‘사태, 쇠꼬리, 허파, 양, 곱창을 덩이째로 삶아 반숙이 되면, 무, 파 등을 넣고 간장을 조금 넣은 다음 다시 삶는다. 무르도록 익으면 고기나 무를 꺼내어 잘게 썰어 열즙(熱汁)에 넣고 후추와 파를 넣는다.’고 기록하였다. 반면 설렁탕은 ‘우육(牛肉)의 잡육, 내장 등 소의 모든 부분의 잔부(殘部)를 뼈가 붙어 있는 그대로 하루쯤 곤다. 경성지방의 일품요리로서 값싸고 자양 있는 것이다.’라고 기술하였다. 곰탕은 몰라도 설렁탕은 경성지방이라는 지방색을 분명히 적고 있다.

이 기록을 토대로 볼 때 설렁탕은 뼈가 붙어 있는 소고기를 다른 내장 부위와 함께 넣고 끓여 먹던 서울의 음식이라는 말이 된다. 곰탕은 소고기와 내장을 넣고 끓이다 나중에 야채를 넣고 푹 삶는 방식으로 만들어 먹던 일종의 고깃국이다. 내장탕과도 비슷하고, 소고기뭇국과도 사촌지간인 국물 음식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설렁탕과 곰탕은 조선시대 이전부터 먹던 전통적인 음식은 아니다. 설렁탕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것은 일제강점기 시기 주로 서울에서였다. 그래서 사람들 머릿속에 설렁탕은 도시적 이미지가 강한 서울 음식이라는 인상을 받게 되었다. 소를 파는 곳은 전국 어디나 많았을 것인데 왜 유독 서울에서 설렁탕이 유행했을까? 사실 설렁탕은 소고기를 온전히 먹겠다는 의미보다는 뼈와 잡고기를 끓여 양을 늘리고, 그 많은 양의 국물을 여러 사람에게 빠른 시간에 팔기 위한 음식이라 볼 수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설렁탕은 인구가 많았던 서울에서 유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빨리 식사를 끝내고 다시 일하러 가야 하는 노임 근로자가 많았던 일제강점기의 경성을 생각하면 더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설렁탕은 ‘장군의 아들’이라는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 지방 사람들이 서울에 올라오면 한 번쯤 맛보고 싶은 음식이었다. 지체 높은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라기보단 서민적이고, 길거리 음식 같은 느낌의 국밥인 셈이다. 하긴 나 역시 어릴 적 ‘수사반장’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어른이 되면 ‘꼭 저런 허름한 식당에서 설렁탕을 먹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 후로도 설렁탕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외식업 메뉴로서 현대적 의미의 성공 요소를 두루 갖춘 음식이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이후 외식업소가 늘면서 설렁탕은 현대인의 간편하고, 저렴한 음식이 되었다. 먹기 편하고 맛이 좋은 데다 양도 넉넉해서 한 끼 식사로 충분했다. 아마도 일제강점기에는 곰탕과 설렁탕의 차이가 없었던 것 같다. 1950년대 이후 소 사육이 급감하면서 소가 귀해졌고, 소의 값이 오르니 서민 음식이었던 설렁탕과 곰탕도 귀한 음식이 되었다. 이때부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 강조한 고아 만들었다는 의미와 ‘고음(膏飮)’이라는 보양 음식으로 ‘곰탕’이라는 이름이 자주 등장했다. 그냥 시장판에서 쉽게 접하던 국물 음식이 고급스러운 식당에서 격식을 갖추고 먹는 보양식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사골과 뼈를 오래 고아 만들어 국물이 뽀얗게 우러난 것을 설렁탕, 양지와 사태 등 고기 위주로 끓여낸 것을 곰탕이라는 의미로 주로 사용한다. 물론 식당마다 만드는 법과 재료가 각기 달라 이런 구분이 엄격하게 적용된다고 볼 순 없다. 그래서 우리 같은 일반 시민들은 곰탕이면 어떻고, 설렁탕이면 어떤가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무엇이 더 고급스러운 음식인지 크게 고민하지도 않는다. 가격도 비슷하고, 솔직히 맛도 비슷하다. 결국 내 주변에서 편하게 갈 수 있으면서 맛이 좋다면 그곳이 설렁탕집이든 곰탕집이든 상관없다는 말이다. 오늘 점심으로 속도 든든해지고 몸도 따뜻해지는 이 소고기 국물은 어떨까? 생각만 해도 정말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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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이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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