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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5호] 2022년 04월 15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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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숨결이 이야기가 되는 길~!
화적연 길을 걷다.

시민기자 유예숙

 

ⓒ시민기자 유예숙

봄 단장 시작한 느낌이 물씬 나는 화적연에는 겨울을 보내며 무성했던 풀은 깔끔하게 치워져 있어 농부가 씨앗이라도 뿌릴 듯한 풍경으로 맞이한다. 화적연에서 근홍교(용담 양수장)까지 걸어 볼 마음으로 화적연(볏짚단을 쌓아 놓은 듯한 연못)에 도착하니 숲속처럼 느껴지는 나무들 사이 쉼터에는 생강나무 노랑노랑한 꽃이 피어 있다.

용인에서 왔다는 부부가 화적연 쉼터에서 말을 건넨다. 한탄강 주상절리가 멋있었다며 듣기 좋은 입담이 그칠 줄 모르고 이어가니 맞장구를 쳐주고 좋은 시간 보내라며 돌아섰다.

ⓒ시민기자 유예숙

화적연 물가에는 단란한 가족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봄의 기운을 전달하는 힘찬 물소리가 들렸다. 파란 하늘 아래 자줏빛 꽃을 피우는 우람한 체구의 은사시나무는 고목들 사이에서 유난히 돋보였다.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의 떠는 모습을 표현할 때 사시나무 떨듯 한다는 나무가 이나무일까? 생각해 본다. 봄빛으로 물드는 파릇한 버드나무와 봄소식이 아직인 고목이 비교되는 풍경에 봄을 맞이하는 속도가 다름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시민기자 유예숙

문지기라도 되는 걸까 세 개의 바위가 둘레길 시작의 오르막을 알린다. 강 건너 절벽에는 억만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다양한 층의 주상절리가 멋진 벽화로 시선을 멈추게 했다.

봄을 알리고픈 찔레 잎은 뾰족뾰족하게 얼굴을 내밀었고 구멍 뚫린 고목은 세월의 무게에 눌린 듯 삐딱하게 서 있다. 낙엽 쌓인 사잇길을 지그재그로 오르고 쉬다를 반복하며 걷다가 네 번째 오르막에선 절정으로 치 닻은 숨 가쁨이 멈춤을 예고했다. 쉬며 바라본 강 건너 풍경은 휘어진 절벽 사이로 에메랄드빛 잔잔한 강물이 흐르며 평안함을 선사하고 시원한 강바람은 토닥이며 위로했다.

ⓒ시민기자 유예숙

한탄강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 길가에는 진달래 군락지로 꽃은 피지 않았지만 꽃길을 상상하며 걸어보았다. 핑크빛 진달래꽃 봉오리와 노란 생강나무꽃이 숨바꼭질하듯 숨어 있어 보물찾기하는 것처럼 재밌는 길이다. 숨바꼭질하는 꽃을 만나는 순간 재밌고 즐거워 발걸음이 빨라진다. 한탄강댐을 알리는 번호가 적힌 표석이 있는 내리막 휘어진 낙엽길은 조심스럽게 걸어야 하는 구간이다. 미끄러질 듯한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가 바라본 풍경은 봄이 아직인 삭막한 원시림이었다. 작은 징검다리를 건넌 넓은 길에는 파릇파릇한 봄의 싹들이 키재기를 하고 맞이했다.

ⓒ시민기자 유예숙

강가 버드나무는 연초록 봄옷을 입으며 치장을 했고 해묵음을 덜어내지 못한 갈대는 몸부림치듯 바람에 일렁이고 있었다. 지난여름 장마에 휘둘린 흔적이 역력한 나뭇가지와 가시덤불로 뒤덮여 몸살 앓는 나무가 애처로운 구간을 걸어 도착한 곳 도로 끝 근홍교 옛길이다. 주인 잃은 표석이 마음을 아프게 했고 도로 끊긴 근홍교 옛길에 서니 타임머신을 타고 근홍교를 건너던 때로 잠시 돌아가 보는 시간이다. 계곡으로 내려가 징검다리를 건너면 강가의 덱길을 걷게 되는 구간 비탈길 원추리 무리가 위안을 준다.

ⓒ시민기자 유예숙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케 하는 구상나무 길은 앞당긴 여름처럼 초록했고 진달래꽃이 피었다면 더 아름다운 어울림 길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그재그로 돌고 돌며 걷다 쉬며 또 걸어 근홍교 아래 도착했다. 범람했던 흔적의 앙금 흙더미를 지나 강가로 가까이 갈수록 물소리는 크게 들렸고 아이들은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마주친 두 아주머니는 둘이 함께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응원의 말을 남기며 떠났고 주인 잃은 카약을 구경하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떠나는 뒷모습을 한참 보고 있었다. 동행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사랑스러운 풍경이다.

ⓒ시민기자 유예숙

지나치며 보지 못했던 기쁨을 맛보는 원점회귀의 시간 진달래 꽃나무와 미선나무가 주었다. 나무 구멍과 하트 표시의 주인공은 누굴까? 뚫린 벽의 구멍은 무엇일까? 길 잃은 이정표는 언제 제자리를 찾게 될까? 궁금해진다. 작은 새들의 몸짓을 바라보다 떠나보내고 걷기의 여정을 끝내니 어느새 해 질 녘이다. 이른 시기에 와 꽃은 많이 못 보았어도 혼자 걷던 작년 4월보다 풍경 속 주인공이 되어 둘이 걸은 올해가 더 행복했다. 역사의 숨결이 이야기가 되는 화적연길 아쉬운 한 가지가 있다면 방문객을 위한 벤치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민기자 유예숙

보통 다리의 이름은 지역명을 따르는데 근홍교 다리 이름은 사람 이름이었다. 고 고근홍 대령의 호국 충혼을 기리는 뜻에서 육군 사관학교 제1기 동기생 및 포천유지들이 뜻을 모아 1979년 8월 20일 전송비 건립위원회를 발기하여 세운 것이라고 하는 근홍교다.

ⓒ시민기자 유예숙

무심코 지날 수 있는 다리 위 고근홍 대령 전송비가 있는 벤치에서 잠시 쉬어보는 시간이다. 진달래꽃이 만개할 시기에 걸으면 더 좋을 듯한 화적연길 비밀스런 풍경을 감상하고 한적하게 걷고 싶은 이들을 위해 추천한다.

*화적연 :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자일리 산115번지

 



[2022-04-11, 13: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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