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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5호] 2022년 09월 15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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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첫 동네, 산마루의 가을 사과!

시민기자 유재술

 

태백산 줄기나 지리산 꼭대기 천왕봉에 비할 바는 아니겠으나, 우리 사는 고장 포천에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리는 곳이 있다. 해발 374m의 덕대산 자락 아래 옹기종기 여러 세대가 윗말 아랫말로 나뉘어 정겹게 살아가는 포천시 신북면 갈월리 마을이다.

ⓒ시민기자 유재술

야생으로 자라는 칡이 여기저기 곳곳에 많아 밝은 달 아래에 붉게 핀 칡꽃이 피어난 모습을 보노라면 너무 매혹적이라 마을의 순우리말 이름은 ‘칠월리’로 불린다. 포천시 영북면에 소재하는 여우고개와 그 높이가 비슷하며, 포천에서는 유일하게 무, 배추 등의 고랭지 채소가 많이 재배되던 곳이었다. 아스팔트 도로가 생기기 이전만 해도 청산고개는 그 고개가 높아 한겨울이면 눈이 많이 내려 버스마저도 끊겨 교통이 두절되기 일쑤라 마을 사람들이 도로에 쌓인 눈을 치워야만 버스와 택시 등이 다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는 이 하늘 아래 첫 동네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남청산이라 불리는 신북면 산내지역에도 사과가 재배되기 시작한 지 꽤 오래된다. 추석을 며칠 앞둔 오늘, 여기저기에 가을의 기운이 찾아오는 날, 포천시 신북면 갈월리 김원모 농가의 ‘산마루 사과원’을 가보기로 한다.

ⓒ시민기자 유재술

산마루 사과원은 그야말로 깊은 산속에 고요히 평화롭게 자리하고 있다. 높고 깊은 산속에 있으나 마치 분지와 같은 지형에 자리하고 있는 산마루 사과원은, 다른 사과농가들이 초봄이면 으레 겪게 마련인 냉해 피해도 거의 입지 않는다. 동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지형에다 사과밭의 좌우로는 덕대산 줄기가 지나고 있어 마치 어머니의 품속에 안겨있는 듯 포근한 느낌이다.

ⓒ시민기자 유재술

그러나 농원의 주인(김원모)은 올 사과의 판매를 걱정하느라 표정이 다소 어둡다.

예년보다 20일 이상 빨리 찾아온 추석에, 또 지난 7월부터 거의 매일 내리다시피한 비 때문에 사과의 결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추석을 겨냥한 사과의 품종은 거의 다 ‘홍로’라는 품종인데 절기상 때를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 

ⓒ시민기자 유재술

포천의 사과가 대중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역사는 아니다. 그러나 위도 상 북위 38선 부근에 위치하여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탓에 사과 껍질의 색깔은 그다지 훌륭하지 않아도 맛에 있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터라 한번 맛을 본 사람은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게 마련인데, 실제로 서울에 사는 기자의 지인은, “포천에 아는 사람이 있어 우연한 기회에 포천사과를 접하게 되었는데 너무 맛이 좋아 이제는 그 농원의 사과만을 주문해서 먹는다.”라고 한다.

ⓒ시민기자 유재술

산마루 농원의 사과는 포천에서도 가장 높은 지대에서 자라는 사과라서 육질이 그 어느 곳의 사과보다도 단단하고 당도가 그만이다. 최근에는 재배방법도 많이 개발되어 과수원의 바닥에 햇볕을 반사하는 반사포를 깔아 색깔도 다른 지방의 사과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지대가 높고 비탈진 밭이라서 그럴까. 여름철 많은 비가 내려 사과 탄저병 때문에 다른 농가는 고생을 많이 하지만, 산마루 농원은 거의 그런 걱정도 하지 않았다. 농원이 5°이상의 경사지라서 배수가 잘되어 습(濕)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기자 유재술

“기후와 절기 상 추석 대목을 보지 못해 너무 아쉽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농사의 절반은 하늘이 짓는 것이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는 것이니까. 이제는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가령 학교급식이나 군납이나 이런 거...” 하며 농가의 주인은 말끝을 흐린다. 풍년에도 흉년에도 늘 근심인 것이 농민의 마음이다.

ⓒ시민기자 유재술

“올해는 갈반병(사과나무 잎이 갈색으로 말라 떨어지는 병)도 없어. 나뭇잎이 저절로 떨어지면 해가 잘 들어서 금방 사과 색깔이 빨갛게 되거든. 그래서 이렇게 볕이 잘 들도록 가지를 쳐줘야 해.” 고가사다리차 위에서 가지치기 작업을 하는 주인장의 어깨가 다소 쳐져 보인다.

ⓒ시민기자 유재술

남편과 더불어 열심히 농사일을 거들고 있는 농원 대표의 아내 (이경옥)는, “공동선별을 통해 사과 판매를 하고 있는 ‘농협연합사업단’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줬으면 한다. 상품가치가 높은 사과는 그다지 팔리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보다는 다소 하자가 있는 품위가 저하된 사과라도 사과즙이나 가공제품으로의 전환 생산을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사실 농가마다 해마다 만들어서 팔고 있는 사과즙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 사과즙을 수출하는 길은 없을까. 최근 포천의 딸기도 카타르의 두바이에 수출되기도 했다는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시민기자 유재술

푸른 하늘 아래 쏟아지듯 내리쬐는 9월의 태양이 따갑다. 이대로 보름만 더 있으면 사과는 그 색깔과 당도가 절정일 텐데, 이른 추석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2022-09-13, 16: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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